작업자들의 반나절 오피스, 카페

카페로 출근합니다

by 커피 읽는 여자

일단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


다음은 작업의 쾌적성, 테이블 간격이 좁지 않아야 하고, 노트북과 커피를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 정도는 되어야 하고, 의자도 등받이가 있는, 이왕이면 등받이가 높으면 좋은, 쿠션도 오래 작업할 작업자들을 위해 엉덩이가 배기지 않도록 푹신하면 좋다.


여기다 냉온방 시설도 중요하다. 어떤 카페는 1년 내내 에어컨을 틀기도 한다. 사계절 온도가 20도 내외로 일정하다. 한겨울에 그 카페에서 작업하다 나는 실제, 손가락 저림 증세로 몹시 고생한 적이 있다. 그 카페는 다른 모든 조건이 완벽했으나, 자동으로 조절되는 카페의 온도조절 시스템 때문에 작업자의 카페에서 제외되었다. 안타깝다.


그다음은, 음악이다. 음악이 너무 시끄러우면, 혹은 취향에 맞지 않으면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인데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화장실의 문제다. 가장 이상적인 건, 실내에 카페 단독으로 쓰는, 남녀 구별이 확실하며, 깨끗한, 관리가 제대로 되는 화장실을 갖춘 카페다.


그 외에 끊김 없는 빵빵한 와이파이, 간단한 사무 용품(팩스, 복사기, 스테이플러, A4용지, 줄자, 지우개, 인주, 수정테이프, 작은 메모 용지 등까지 갖추면 금상첨화-> 생각해보니 스터디 카페가 이 모든 걸 갖추고 있다. 그래서 스터디 카페가 잘 되나? 하는 생각이…)


나는 그런 이상적인 카페를 만들어 보았는데, 그 조건들 중, 화장실 관리가 제일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손님들은 쾌적한 화장실을 원하고, 카페 사장은 쾌적함을 위해 늘 쾌적하지 않아야 하는 딜레마의 문제였다. 어찌 보면 정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손님들은 화장실이 깨끗하다며, 꼭 다른 곳에서 볼일을 보고도, 나의 카페에 와서 화장실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서, 그 화장실을 청소하느라 정말이지 엄청 애를 먹었다.


작업자들에게 이런 카페라면 이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그 공간, 그 카페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카페다.


공간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 공간의 힘은 놀랍게도 ‘사람’에서 나온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은 힘을 잃는다.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도 그 공간은 사람들의 기에 눌려버린다. 세상에 적당함만큼 어려운 것은 없지만, 자본주의는 적당함을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적당한 사람들의 기운이 흐르는 곳이었으면 한다.


가끔씩 예전 손님들이 다시 카페를 열어달라고 한다. 그들은, 내가 만드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차리는 카페의 ‘공간’을 원한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나도 지금 그 '공간'이 간절하니까. 언젠가 카페라는 '공간'을 다시 만들 것 같다.


그때 카페의 콘셉트는 확실히 밝힌다. 작업자들의 사무실로 좋은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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