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안(못이 맞다. 커피를 내 의지로 안 마시는 날은 없으니)마시면 나의 커피라는 우주에 대혼돈이 온다.
그런데, 커피를 마신다고 대혼돈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안 마시면 몰라도 마시면 (아주)많이 마시는 나의 커피라는 우주는 대혼돈의 카페인 상태가 된다.
커피를 마시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에 하나는 ‘각성’ 일 것이다. 아침의 몽롱한 기분을 깨워주는 모닝커피의 마력은 언제나 옳다. 모닝커피의 가장 큰 미덕인 각성 성분이 바로 ‘카페인’이다.
퓨린계 알칼로이드의 일종인 카페인은 냄새는 없지만 약간 쓴맛이 나는 물질이다. 카페인의 효능은 성별, 체중, 유전적 성향, 병력 등에 따라 다르다. 사람에 따라 카페인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카페인은 사실 독성물질로, 알칼로이드 독성을 가지고 있다. 독성물질인 알칼로이드는 병충해를 막기 위해 식물 스스로 만들어낸 기피물질이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우리 몸속의 진정 작용을 방해하면서 나타나는 효과다.
커피 품종과 종류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다른데, 아라비카 커피는 로부스타 커피에 비해 카페인 양이 적다. 로부스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해발고도에서 자라는 아라비카 커피는 병충해 위협이 덜하기 때문이다.
핸드드립 기준 한 잔의 양 200ml에는 50~150mg의 카페인이 포함되어있다. 레인지가 넓은 이유는 원두 종류, 로스팅 방법 등에 따라 카페인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vs 아메리카노 카페인이 더 많은 커피는?
언뜻 보기에는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원액이 물에 희석된 아메리카노보다 카페인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도, 아메리카노도 같은 모두 같은 커피 원두, 같은 에스프레소 샷으로 만든다. 다만, 아메리카노는 그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이 섞여 있을 뿐이다. 카페인은 물, 그것도 뜨거운 물에 잘 녹는 성질을 지녔다.
에스프레소 1샷을 기준으로 70~10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는데 스타벅스 기준으로 톨 사이즈 355ml(12OZ) 아메리카노에는 카페인이 150mg 들어있다. 에스프레소보다 아메리카노에 더 많은 카페인이 녹아있다. 선입견과는 다르게 에스프레소는 아메리카노보다는 카페인이 적다.
하지만, 카페인이 누군가에는 약이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는 그야말로 독이 되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집중이 안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 커피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내야 된다면, 커피를 꺼릴 수밖에 없다.
커피는 좋아하는데 바로 이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꺼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시장을 커피 공룡 스타벅스가 가만 둘 리 없다. 스타벅스 2020년 전체 음료 판매 순위 5위가 디카페인 카페 아메리카노라고 한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대사를 촉진시켜 피로감을 줄여준다. 하지만 신경이 예민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을 90~99% 제거한 커피다. 디카페인 커피의 카페인은 홍차 한 잔보다는 적고, 핫초코 한 잔과 비슷한 양이다.
디카페인 원두의 문제점으로 커피의 향미도 제거되어 맛이 떨어진다는 점이 제기되었는데 요즘엔 기술의 발달로, 디카페인 원두도 일반 원두와 견주어 크게 뒤지지 않게 맛있다.
*디카페인 원두, 일반 원두와 구별할 수 있을까?
생두일 경우 구별이 쉽다. 디카페인 생두는, 일반 생두가 녹색인데 반해 탁한 갈색이다. 하지만 볶은 후에는 구별이 쉽지 않다. 볶고 나면 커피 원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갈색 커피 색깔, 딱 그 색이다.
*디카페인 생두가 따로 있나?
아니다. 일반 커피 생두에서 카페인 성분을 제거한 원두를 디카페인 커피라고 부른다. 100% 완벽하게 제거되진 않는다. 1~2% 정도는 남아있다.
*디카페인 커피, 카페인 제거 공정 법
◑용매 법 Water EA
EA는 에틸아세테이트의 약자로, 카페인 제거에 사용되는 EA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으로 용매제 역할을 한다. 생두에 증기를 쐬거나 뜨거운 물에 담가 세포 구조를 느슨하게 만드는 2가지 방법이 있다.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이용해 물에 녹은 카페인을 에틸아세테이트로 헹구어낸다. 이때 카페인과 함께 커피의 좋은 성분도 사라진다.
◑스위스 워터 법 Swiss Water/Mountain Water
생두를 물에 담가 세포 구조를 불린다. 생두 여과액이나 다량의 생두 성분을 녹인 물로 카페인을 씻어낸다. 이것을 탄소 필터에 걸러내면 카페인만 제거된다. 화악 약품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생두에 자극을 덜 주고 좋은 향미를 내는 천연성분을 거의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스위스 워터 법과 거의 비슷한 마운틴 워터 법이라는 방식도 있다. 마운틴 워터 법은 멕시코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산화탄소 법
저온, 고압 조건에서 생두를 액체 이산화탄소에 넣어 카페인을 제거한다. 커피의 향미 손실이 거의 없다.
커피와 건강
장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면 십중팔구 의사는 커피를 끊으라는 처방을 내린다. 왜일까? 커피의 카페인 때문에? 아니다. 사실 카페인은 장 건강과 관련이 없다. 위를 해롭게 하는 것은 커피의 ‘산미’ 때문이다. 디카페인으로 산미가 좋은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는 말이다. 아프리카 계열의 신맛이 좋은 커피들은 위의 산도를 높인다. 참고로, 뜨거운 커피는 산도를 증가시킨다. 나 또한 장이 좋지 않아 산미가 높은 커피를 마시면 위가 쓰라리다.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 그런데 아프리카가 아닌 남미 계열의 단맛 커피를 마시면 위가 잠잠하다.
그렇다면, 카페인이란 무엇일까?
카페인은 우리 몸에서 피로감을 유발하는 아데노신과 아데노신 수용체의 결합을 막아준다. 아데노신은 신경세포 활동을 억제하는데 아데노신과 아데노신이 결합하면 신경 활동을 못하게 막아서 피곤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카페인이 그걸 막아주고 도파민 활동을 촉진해 들뜬상태가 되게 만든다. 커피를 마시면 약간 흥분 상태가 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아침, 아직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기 전, 몽롱한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면 몸에 활기라는 카페인이 쫘악 돌면서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카페인은 합법적인 마약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카페인을 따로 팔기도 한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그러니까 카페인을 과섭취하면 손도 떨리고, 머리도 멍하고, 몸이 붕 떠 땅을 딛는 느낌마저도 가볍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내가 그 장본인으로, 카페인 중독자의 증세다. 술에 취하거나, 이영자처럼 밥에 취한 증세와 비슷하다. 술주정, 밥 주정처럼 커피 주정을 하게 된다. 커피를 마시면 자꾸 마시게 되고, 커피를 마시면 말이 많아진다. 술 한 잔 하자, 밥 한번 먹자, 커피 한 잔 하자가 다 같은 맥락이다.
커피를 마신 후 카페인의 각성효과가 나타는 것은 최소 15분 후이다. 그렇다면 간이 카페인이란 독성 물질을 해독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반감기가 5시간 내지 7시간이다. 카페인의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카페인의 반감기도 사람마다 다르다.
카페인 반감기를 고려한다면, 수면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안 그러면, 잠을 자고 싶어도 몸에 남은 카페인이 당신의 뇌를 자꾸 깨울 것이다. 잠은 자고 싶은데 카페인에 취한 뇌는 자꾸 커피 주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늦은 오후의 커피 한 잔, 근사한 저녁 후에 마시는 커피를 포기할 수 없다면(포기 못한다), 디카페인 커피가 답이다.
다른 우주에서는 커피를 어떻게 마실지, 카페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닥터 스트레인지라면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