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적은 양의 더 좋은 커피

커피 간헐적 단식

by 커피 읽는 여자

카페인 부작용으로 내 몸은 몇 달째, 마그네슘 결핍 증상을 단단히 겪고 있다. 눈 밑 떨림, 손발 저림....... 스물아홉 정도부터 15년 정도 커피를 장기 복용 중이다. 하루 평균 5잔 정도 마셨다. 그동안 나는 커피의 부작용을 거의 겪지 못했다. 커피의 주요 성분인 카페인 부작용으로 잠을 못 잔다는 사례는 내겐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몸을 과신했고, 착각했다.


나이가 든다는 걸, 몸이 노화한다는 걸 전연 고려하지 못했다.


마흔의 중반에 이르니, 내 몸은 카페인에 거부 반응을 보이며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눈 밑 떨림과 손발 저림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마그네슘을 꾸준히 2알씩 복용 중이고, 무엇보다 커피의 양을 확 줄였다. 아침에 3잔, 오후에 2잔 정도 마시던 커피의 일상이 붕괴됐다.


몸을 위해 간헐적 커피 단식에 들어갔다. 아침에 에스프레소 한 잔, 점심에 에스프레소 한 잔. 그게 다다. 드립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지만, 커피 단식 중에 드립 커피를 한 잔 마셨더니 눈 밑에 강진이 찾아왔다. 항복!


간헐적 단식처럼 커피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지 2달이 되어간다. 8시부터 1시까지 딱 2잔의 에스프레소만 마신다. 나의 지성(?)에 하늘도 기특했는지 맹렬히 떨리던 눈 밑 떨림이 잔잔한 물결로 바뀌었고, 지금은 멈췄다, 떨렸다 하는 정도까지 바뀌었다.


내 몸은 계속 늙어갈 것이고, 노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이제 나의 커피 일상의 전반전은 끝났다. 최근 나는 커피 일상 후반전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커피 라이프의 후반전에 들어가며 준비 체조도 하기 전에, 기후변화라는 어마어마한 암초를 만났다. 커피 라이프 후반전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내 몸이 아니라 기후변화였다.




최근 유럽의 고온 현상에 대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유럽이 40도가 넘는 폭염에 산불까지 겹치며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은 올여름 내내 이어지고 앞으로 40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 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19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 보건기구(WHO)와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런 종류의 폭염이 앞으로 수십 년간 더욱 잦아질 것이며 적어도 2060년까지 기후 악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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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기상 기온에 맞서 지난 17일 잉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영국 사회가 사실상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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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이런 극단적인 기온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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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19일 오후 3시 현재 기온은 40.1도까지 올라 기상관측 150년 역사에서 세 번째로 더운 날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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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염은 기후 비상사태에 대한 엄중한 경고"

-<40도 열돔 화상 입은 유럽, 40년 넘게 간다, 이런 폭염'> 갈무리 2022-07-20 한겨레신문, 김미향, 박병수 기자


기후 변화는 커피 생산국들에게도 이미 닥쳤다.


"커피 생각국들은 과거 언제, 어느 정도의 비가 내릴지 꽤 정확하게 예측했었지만,
최근에는 예측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어렵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 걸쳐 커피 생산국은
심한 가뭄과 폭우로 인한 수확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페테 레파넨, 라리 살로마


기후 변화와 커피의 미래라는 부제를 단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라는 책에서는 브라질 커피 농장을 다루고 있다.


기후변화로 향후 세계 커피 원두 재배 지역이 급격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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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대학 연구팀은 현존 기후변화 모델을 토대로 분석할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대표적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 재배지의 경작 여건이 오는 2050년까지 급격하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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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번에 분석 대상으로 삼은 브라질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모두 기후변화로 심각한 영향을 받으면서 커피 경작 면적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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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작면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요 생산지의 산림 보호에 나서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을 농부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기후변화로 세계 커피 재배지역 대폭 줄어들 듯> 갈무리, 2022-01-27, 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커피는 멸종 위기 곡물 중에 하나다. 커피는 곡물 중에서도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종이라고 한다. 위에서 인용한 <커피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라는 책 제목이 상상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조건의 미래라면 현실적인 제목이다.


책에선, 브라질 커피 농장의 1960년대 1 핵타르당 커피 수확량은 500kg이었는데 지금은 300kg이라고 한다. 수확량 감소는 10년마다 섭씨 0.3도씩 오른 기온 상승과 줄어든 강수량의 결과로 보고 있다. 2080년이 되면 커피는 멸종 단계에 이르고, 소수의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별미가 될 거라는 절망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럼, 어떡해야 할까?


더 적은 양의 더 좋은 커피 마시기

책에서 제시하는 커피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일이다.


수년 전부터 커피 업계는 더 많은 양의 커피와 더 싼 가격을 마케팅으로 내세우고 있다. 커피 양은 더 많아지는데 가격은 더 싸진다는 건 자본주의 피라미드에서 누군가 그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브라질 커피 농장 농부 마르쿠스는 말한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커피는 환상이다.
그런 커피가 만들어지는 어느 단계에서
누군가는 언제나 손해를 본다.



더 적은 양의 더 좋은 커피 마시기. 커피 간헐적 단식에 들어간 나에게도, 커피 라이프 후반전을 설계중인 나에게도, 기후 변화에 직면한 커피 중독자 나에게도 절실한 구호다.


더 적은 양의 더 좋은 커피 마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