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하면, 커피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커피 광고엔 으레 콜롬비아가, 콜롬비아엔 으레 커피가 등장한다. 콜롬비아가 수십년간 대대적인 커피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콜롬비아는 베트남, 브라질에 이어 세계 3대 커피 생산국이기도 하고, 고품질의 커피로도 콜롬비아 커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유명하다.
출처: FNC콜롬비아 커피 생산자협회
지난 6월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콜롬비아는 한국과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주빈국으로 참가했다. 콜롬비아 작가 30명을 소개했다. 그중 우리에게 노벨문학상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백 년의 고독]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도 콜롬비아 작가다.
2022 서울 국제도서전 주빈국 콜롬비아 커피 시음행사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주빈국 콜롬비아 커피 시음행사를 했는데,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커피 4종류를 맛볼 수 있었다. 내가 시음 한 건, 콜롬비아 카우카였는데 보온통에 오래 담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향과 맛이 탁월하게 좋았다. 역시 콜롬비아는 커피다.
콜롬비아는 1990년대 수교 이후 우리나라에 커피를 수출하고 있고, 2016년 FTA 협정 이후 더욱 활발하게 커피를 수입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콜롬비아 전체 농지의 약 20%가 커피를 생산한다고 한다.
콜롬비아는 1800년대 초 유럽 선교사들에 의해 커피를 경작하기 시작했다. 1900년 대를 기점으로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천혜의 커피 재배 조건 때문이다. 안데스 산맥을 끼고 있는 콜롬비아의 커피 생산지는 해발고도 1400m 이상에 비옥한 화산재 토양과 온화한 기후, 적절한 강수량까지 커피의 이상적 재배 조건을 갖추었다. 또한, 브라질의 대량 커피 생산에 맞서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커피 농부들의 노력 덕분이다. 커피 한 알을 생산하기 위해서 콜롬비아 커피 농부는 커피 나무에 열여덟 번의 손길을 준다고 한다. 콜롬비아 커피는 브라질의 대량 생산과 달리, 커피 체리를 카페테로(cafetero)라는 불리는 농부가 일일이 손으로 따고, 풍부한 물을 이용해 물로 세척해 클린컵의 커피로 가공한다.
콜롬비아 커피는 세계적인 농업 NGO인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협회(FNC)가 커피 생산을 관리해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고, 까다로운 품질관리를 거쳐 수프리모, 엑셀소 등 일정 등급 이상의 커피만 수출된다. 이렇게 수출되는 콜롬비아 커피에는 익히 알려진 당나귀와 커피 농부가 그려진 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회(FNC)의 품질 보증 로고가 붙게 된다.
출처: FNC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협회_콜롬비아 커피 등급
출처: FNC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연합회 _콜롬비아 커피 품질 인증로고
이렇게 커피농부들이 커피에 진심을 담아 오랜 세월 경작해 온 콜롬비아 커피는 어떤 맛일까?
우리나라에서 콜롬비아 커피는 마일드, 부드러운 커피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에스프레소에 감방의 약초처럼 빠지지 않고 블렌딩 되는 원두 또한 콜롬비아다.
콜롬비아는 품질이 우수한 커피 산지로 유명하고, 생산 지역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북부, 중부, 남부 각 지역마다 특징적인 향미를 지닌다.
세계적인 생두 바이어 라이언 브라운은 그의 저서 [커피 바이어]에서 세계의 여러 커피 산지 중 베스트 4를 뽑았는데, 그중 넘버 3가 콜롬비아다. 참고로, 1위는 에티오피아, 2위는 케냐, 4위는 과테말라다. 그는 콜롬비아는 특유의 향미 프로필과 다양한 가공방식이 있는 거대한 보물창고로 표현했다.
콜롬비아는 특유의 향미 프로필과 다양한 가공방식이 있는 거대한 보물창고다.
라이언 브라운은 그가 맛본 콜롬비아 커피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달콤한 감귤 느낌이 도는 에티오피아 수세식 시다모 같은 커피 탠저린 오렌지에 블랙베리 느낌이 풍부한 케냐 같은 커피 단맛이 나는 유칼립투스와 복숭아가 연상되는 온두라스 산따 바바라 같은 커피 바닐라와 커런트 향이 맴돌아 부룬디 카얀자를 연상시키는 커피 갈색 설탕과 향신료 느낌이 나는 마치 과테말라 안띠구아 같은 커피
콜롬비아는 그저 마일드 커피가 아니다. 콜롬비아 커피는 사실 엄청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잘 몰랐던 커피 중에 커피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커피 중에 커피 콜롬비아 커피를 얼마나 마실까?
콜롬비아는 커피가 문화인 나라다. 일상이 커피인, 커피가 일상인 나라다. 위에서도 언급한 콜롬비아의 국민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의 고독]에도 커피가 툭툭 등장한다.
[백 년의 고독]은 부엔디노 가문의 6대에 걸친 고독에 관한 이야기다. 부엔디오 가문은 고독의 의식처럼 커피를 마신다.
소설의 주인공 아우엘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1902년 태어난다. 1900년대는 콜롬비아 커피가 국제적으로 발돋움하던 커피 르네상스 시기다.
부엔디아 가문의 커피 전통은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마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상상해보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꼰도 지역은 안데스 산맥의 어느 고원지대로 커피 재배의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었다. 커피나무에서 커피 열매를 따서 불에 볶고, 볶아진 커피콩을 절구에 찧은 후에 물에 넣고 끓여 그 물을 마셨다. 커피 물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콜롬비아에선 커피에 약간의 설탕을 타서 먹는 게 보통인데 부엔디아 가문은 전통적으로 설탕을 넣지 않고 커피를 마신다.
아르까디오는 총살 집행 전, 부엔디아 전통에 따라 블랙커피를 한 잔 마신다.
아르까디오는 이렇게 말하고 블랙커피 한 잔을 마신 다음 총살형 집행 명령에 따랐다. -[백 년의 고독] 182쪽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아우렐리아노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도 역시 커피가 등장한다.
문이 열리고, 커피 한 대접을 든 간수가 들어왔다. -192쪽
부엔디아 가문이 아닌 타인에겐 설탕이 든 커피나, 우유를 넣은 커피를 대접한다.
우르슬라는 그들에게 밀크 커피와 비스킷을 갖다 주고, -208쪽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다섯 시가 되기 전에 부엌으로 나와 평소대로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한 잔 마셨다. -260쪽
[백 년의 고독]엔 콜롬비아의 역사, 정치, 사회뿐 아니라 콜롬비아인의 삶, 커피의 삶, 삶의 커피가 녹아있다. 그러고 보니 부엔디아 가문의 100년에 걸친 고독의 역사와 더불어 콜롬비아 커피 역사도 100년이 넘었다. '백 년의 커피'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