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을 만들 수 없다면 훌륭한 2차 창작 도구로?
최근 스레드에서 「흑백요리사」의 장면을 AI로 고퀄리티로 만화화한 콘텐츠가 크게 회자되었다. 사람들은 애청하는 프로그램의 장면들을 가공한 2차 창작물에 환호했다. 이 현상을 지켜보며 어쩌면 AI에게 가장 적합한 자리는 이런 자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AI 창작물에는 언제나 같은 질문이 따라온다. "이건 누구의 것이지?"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건 고유한가?"라는 질문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AI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만들어낸다.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짓는다.
그럼에도 결과물들은 하나 같이 "어디서 본 것 같다", "어떤 작품이 떠오른다." 는 인상을 준다. 데이터 학습에 기반하여 제작된 결과들은 당연하게도 익숙한 인상을 동반한다. AI는 언제나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평균값 근처에 있다. 아웃라이어들을 집는 위험한 선택 않는다.
그러나 오리지널 창작물이 가진 힘은 종종 기성의 것을 의미있게 이탈하면서 나온다. 이상한데 묘하게 끌리는 설정, 충격을 던지며 마음을 오래 울리는 작품은 상투적인 것에서 벗어나기에 가능한 것이다. AI가 고유성을 갖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렇다면 고유성이 필요하지 않은 영역에 AI를 활용하면 어떨까? 이 지점에서 2차 창작은 훌륭한 사용처로 떠오른다. 이미 존재하는 매력적인 세계관, 캐릭터, 서사의 힘을 활용하면 그만인 것이다.
패러디와 2차 창작은 예술로 분류하기 어렵더라도 분명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만족감을 주는 콘텐츠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 내가 열광하는 것을 더 많이 즐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스타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동인문화의 강력한 수요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원작이나 대상에 대한 애정이 클수록, 그 세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시 경험하고 싶은 욕구도 커진다. 이른 바 '굿즈'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이유이다. AI는 바로 이 지점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원본의 창작자 관점이 아닌, 그것을 소비하는 개개인이 바라는 장면과 이야기를 제공한다. 원작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을 중심으로 한 놀이터를 넓혀주는 역할이다.
나아가 팬으로서의 취향과 관점만 일치한다면, 그것이 짧은 호흡의 이야기이거나 묘사상의 불완전함이 있더라도 소비자는 이를 용인한다. 좋아하는 장면을 그려주기만 한다면 AI의 부족함을 쉽게 눈감아 준다는 말이다.
창작자의 자리를 빼앗지 않으며, 원작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AI는 덜 거북스럽다. 물론 여기서도 자리를 잃을 사람들이 있겠지만, 2차 창작은 그래도 먹고사니즘과 연관이 적은 동호인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2차 창작의 수요는 팬덤의 규모와 비례하여 무한하면서도 다채롭다. 이것을 무한히 대응해 줄 수 있는 것은 AI임을 알기에 작년 말 오픈AI와 디즈니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일 것이다.
어쩌면 AI 창작의 미래는 아마 "누가 더 독창적인가"의 싸움이 아니라, "어디에 놓이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미래에 가능한 더 풍요로우면서도 누군가를 괴롭게 만들지 않을 자리에 AI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