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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이 강한 버거킹,
줏대가 없는 롯데리아?

이상한 프랜차이즈, 버거킹과 롯데리아

by 식작가

한 인터넷 방송인의 날카로운 말


"롯데리아는 버거에 공식이 없어. 정확히는 근본이 없어. 중심축이 없어서 완전히 변신할 수 있어. 근데 버거킹의 든든한 이 맛이 80%는 비슷한 맛이야. 이게 안 팔리면 전체가 안 팔리는 거야, 근데 롯데리아는 기준이 없이 왔다 갔다 하니까 뭐라도 하나 걸려. 그걸 중심으로 다시 또 커져"


웹툰 작가였고, 지금은 인터넷 방송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침착맨이 자신의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에서 짤로 날라다니던 이것을 보고 나는 처음에는 그냥 피식하고 웃었지만 몇 번이고 곱씹어보니 이건 생각보다 핵심을 찌르는 말이었다. 지금의 버거킹을 있게 해준 그 제품. 우리가 아주 잘 아는 그 제품군. 그 제품을 생각해보면 버거킹은 생각보다 요상한 프랜차이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식업과 식품업에서 가장 중요한 이른바 대표 메뉴 설정하기. 맥도날드에 이은 전 세계 2위의 버거 프랜차이즈인 버거킹은 그 어떤 기업보다 확실한 대표 메뉴를 가지고 있다. 제품이 곧 기업 이름인 코카콜라에 다음가는 최고의 대표 메뉴를 생산해냈다고 해도 무방하다. 반면 우리의 국산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는 어떠한가? 거짓말처럼 버거킹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전략이 자의적인 것인지, 혹은 타의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버거킹과 롯데리아는 무엇이 다르고, 왜 다를까. 왜 버거킹은 너무 단단한 중심축 만이 존재하고, 롯데리아는 근본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을까.




와퍼, 버거킹의 전부이자 전체


누가 뭐래도 버거킹의 대표 메뉴는 와퍼다. 우리는 버거킹 하면 으레 와퍼를 떠올리고 그것을 먹기 위해 버거킹에 간다. 물론 버거킹에도 몇 종의 일반 버거를 팔긴 하지만 적어도 나는 버거킹에서 일반 버거를 시키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와퍼는 이름부터 거대한 버거다. 버거킹의 창업자는 경쟁 햄버거 가게가 거대한 버거를 출시해 재미를 본 것을 모방하여 거대한 크기와 푸짐한 양을 기반으로 둔 와퍼를 출시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버거킹의 영혼처럼 자리 잡았다. 갖은 재료들을 때려 넣고 입안 가득 차는 고기 패티와 그 패티를 감싼 '불맛'. 이것이 버거킹의 와퍼를 설명하는 직관적인 문장이다. 이렇게 전 세계의 소비자가 인지하는 대표 메뉴가 있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는 외식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축복이며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와퍼가 버거킹에 숨결을 불어다 준 것 처럼.


이런 말이 있다. 버거킹은 온갖 신제품을 시도해보지만 결국은 자기가 먹던 와퍼로 돌아가는 브랜드라는 말. 근래에 출시된 버거킹의 모든 신제품은 와퍼의 베리에이션이었고 와퍼의 기본형은 유지한 체 속재료의 변주를 준 것이었다. 나는 햄버거를 좋아해서 각종 버거 브랜드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먹어보는 편이다. 버거킹은 한 해에도 몇 차례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편이라 꽤 많은 와퍼들을 먹어보았다. 하지만 위의 말처럼 나는 꽤 마음에 드는 신제품이 나와도 결국은 내가 먹던 콰트로 치즈와퍼로 돌아왔다. 한마디로 어떤 신제품 와퍼를 먹어도 꽉 차고 두터운 햄버거에 불맛을 가미한 그 와퍼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어떠한 이름을 와퍼 앞에 붙여도 결국은 그 앞의 수식어보다는 와퍼에 방점이 찍혀버린다. 와펏에서 시작해서, 다른 와퍼로 갔다가 결국 다시 와퍼로 돌아온다. 무한 와퍼의 순환에 빠져버린다.




당신이 생각하는 롯데리아의 대표 메뉴는?


뭐, 굳이 굳이 꼽자면 롯데리아의 대표 메뉴는 불고기버거가 맞겠지. 불고기 관련한 베리에이션 메뉴들이 몇몇 존재하고 우리가 롯데리아 하면 떠올리는 메뉴는 보통 달콤한 소스가 들어간 불고기 버거니까. 하지만 모두가 확신에 차서 불고기 버거라고 말할지는 모르겠다. 버거킹에 비해, 심지어 국내외 각종 버거 프랜차이즈들에 비해 대표 메뉴군이 가장 빈약하다. 하지만 롯데리아는 확고한 대표 메뉴를 만들기보다는 정말로 갖은 변신을 해왔다. 당장 버거에 불고기를 접목시킨 불고기 버거부터 빵 대신 밥을 쓴 라이스버거와 군대리아 버거, 접어 먹는 버거 등등 정말 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신메뉴를 찍어냈다. 소비자가 도저히 버거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버거라고 주장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개성 있는 버거를 찍어냈다. 그것이 혹평을 받으리라고는 정말 단 1도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중심축이 없는 롯데리아는 마구잡이로 메뉴를 찍어냈다. 그중에 성공한 버거들도 분명 있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일지라도 확실한 '호'인 소비자층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소비자들 중 하나가 나다. 나는 롯데리아에서 출시한 모짜렐라버거를 아직까지 사 먹는다. 다들 롯데리아를 좋아한다고 하면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모짜렐라 버거가 좋은걸 어째. 아무튼 롯데리아의 전략은 나와 같은 소비자들을 잡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얻어걸리는 버거들을, 몇 안 되는 호평받은 대표 메뉴들을 특별한 이유 없이 단종시키곤 했다. 모두가 애타게 찾는 유러피안 프리코와 오징어버거, 라이스 버거가 그랬다. 롯데리아는 되려 브랜드의 대표 메뉴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일까. 사람들이 맛있어서 대표 메뉴로 인식하려고 하면 수상할 정도로 그것을 참지 못하고 바로 단종시켜 버렸다. 소비자들은 그것에 실망해 찾았던 발길을 다시 돌리곤 했다.




결국 버거킹과 롯데리아는 '살아'남았다


맥도날드에 밀려 만년 콩라인을 벗어나지 못한 버거킹이었지만 이는 단순히 맥도날드와 비교했을 때의 성적일 뿐 버거 시장 전체, 혹은 프랜차이즈 시장 전체로 확대해서 본다면 버거킹은 손꼽히는 브랜드이며 이에 대적할 브랜드는 많지 않다. 단순히 살아남은 것을 넘어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분명 요상한 프랜차이즈는 맞다. 크게 본다면 단 하나, 오직 단 하나의 메뉴만으로 이 정도의 업적을 이루었다. 지독한 집중 투자의 결과다. 단일 메뉴로만 본다면 맥도날드의 빅맥은 제쳤다. 한 개의 브랜드가 가지는 대표 메뉴의 존재감은 확실히 코카콜라의 코카콜라 턱 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와퍼가 코카콜라와 같은 불멸의 지위에 올랐느냐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음료 시장과 버거 시장의 차이, 외식 브랜드와 음료 브랜드의 차이 등등을 고려했을 때 와퍼가 대단한 것은 맞지만 영원히 지지 않을 태양은 아닌 것 같다. 언제든 와퍼의 아성에 대적하는 메뉴들이 등장하고 그들에 의해 점유율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산 프랜차이즈의 개념을 정립한 롯데리아. 롯데리아는 맥도날드, 버거킹, KFC 같은 해외 브랜드와 맘스터치 등의 국내 강자들 사이에서 기어이 살아남았다. 물론 최근 경쟁자들에 밀려 매출이 하락하고 점유율과 선호도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과시한다. 버거킹과는 반대로 강력한 주력 메뉴 없이 꾸준한 도전을 했다. 여러 장단점이 있는 전략이었지만 나는 결국 롯데리아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맘스터치는 싸이버거를 필두로 한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싸이버거에 관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맘스터치는 휘청였다. 롯데리아는 적어도 일개 메뉴에 대한 이슈가 브랜드 전체에 대한 이슈로 번지지는 않았다. 해외 버거 브랜드에 비해 역사가 턱 없이 부족하고 뿌리가 깊지 않다는 허점을 잘 파악한 것 같기도 하다. 굳이 깊은 뿌리를 만들려 하지 않고 여러 곳에 씨앗을 뿌려 잘 자란 것을 수확하는 전략을 펼쳤다. 물론 중심이 부족하여 강력한 대표 메뉴를 가진 브랜드에 이리저리 치여 단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그리고 프리미엄과 가성비 전략이 판을 치는 시대에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자세로 갈피를 잡지 못한 것도 큰 몫을 했다. 중심이 너무 없어서 언제든 그 위기가 언제든 닥칠 수도 있다.


뭐가 되었든 결국 살아남았다. 버거킹과 롯데리아 어느 쪽이 맞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오래전 수립한 전략이 각자 브랜드에 잘 맞아떨어졌고 그것이 오늘날의 결과로 이어졌다. 각자 맥도날드와 맘스터치라는 라이벌과의 경쟁, 그리고 서로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확실한 자세를 취했다. 우리가 버거킹은 와퍼 밖에 먹을 것이 없다와 롯데리아는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등의 불평을 쏟아내지만 결국은 거대한 브랜드와 기업이 되었으니 할 말이 없다.




우리도 이렇게 되길 원한 것은 아니야


침착맨은 롯데리아와 버거킹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끝맺었다.

"거목은 태풍이 불 때 부러지지만 갈대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롯데리아도 말했듯 그 단점은 존재한다. 거목은 태풍에 부러지지만 한 사람의 손길에는 부러지지 않는다. 반면 갈대는 한 사람이 손쉽게 뽑아 버릴 수 있다. 작은 위기가 큰 위기를 초래해 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자잘한 이슈들과 논란이 쌓여 브랜드가 고꾸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모르는 일이다. 버거킹은 와퍼 외의 다른 제품군을 꾸준히 성장시키고자 했고 롯데리아는 제발 브랜드를 대표할 메뉴가 출현하기를 손꼽아 기다렸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버거킹은 거목이 되고 싶지 않아 했고 롯데리아는 갈대가 되고 싶지 않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결국 와퍼뿐인 버거킹과 혼돈의 롯데리아만 남았다. 우리는 거목과 갈대의 차이로 이들을 인식해버렸다.


버거 시장도 재빠르게 바뀌고 있다. 쉑쉑버거와 고든램지 버거처럼 프리미엄 브랜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버거는 이전처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아니게 되었다. 기존 버거 브랜드들이 애매한 위치에 놓이면서 확실한 장점을 가지지 못한 브랜드들은 도태되었다. 나는 콰트로 치즈 와퍼를 좋아하고 모짜렐라인더버거를 좋아한다.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한다. 혈중 버거 농도가 떨어지면 이들로 수혈해줘야 한다. 물론 버거킹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롯데리아가 한 번에 무너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먹을 수 있겠으면 좋겠다. 기존의 전략도 좋았지만 조금은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못 보던 새로운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침착맨님의 말들은 모두 침착맨 유튜브에서 발췌했습니다.

글의 호흡과 길이, 전달성을 고려하여 원문 그대로가 아닌 불필요한 문장과 단어는 생략했습니다.

생략이 있지만 유튜브에서 침착맨님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과는 차이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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