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외식에 대하여
우리는 왜 외식을 하고, 왜 식당에 갈까. 답은 음식을 먹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허나 이것은 반쪽짜리 이유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이 외식이라면 식당이라는 공간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그저 길거리에서 끝내주게 맛있는 음식을 팔면 그만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붕이 덮인 식당에서 정갈한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우리가 식당에서 내는 음식값은 그 모든 것을 망라한 금액이다.
물론 외식의 1순위는 거의 음식이다. 오로지 먹기 위해 가는 식당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음식 그 이상의 경험을 하기 위해 찾는 식당 역시 있다. 음식의 맛은 이미 상향평준화 됐다. 새로이 생겨난 외식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색다른 경험을 무기로 삼곤 한다. 뭐든지 평범함은 거부한다. 평범함은 곧 도태됨을 의미하니까.
여기가 카페라고, 여기가 식당이라고? 의아함을 자아내는 곳이 요새는 참 많다. 꼭 놀이공원 같다. 가끔은 주객이 전도된 것 같기도 하다. 먹기 위해 놀러 온 것인지, 놀기 위해 먹으러 온 것인지. 하지만 어찌 되었든 우린 오긴 왔다. 그리고 음식을 사긴 샀다. 그리고 놀았다. 우린 열광했다. 외식이 열광적인 놀이가 됐다. 놀이로 둔갑한 외식은 돈이 됐다.
놀이와 외식은 본디 각자 합쳐질 수가 없는 개념이었다. 오래전 우리의 조상은 살기 위해 먹었다. 생존을 위한 행동이 결코 놀이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굶주릴 걱정을 하지 않게 되면서 음식은 더 이상 생존의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즐기는 놀잇감이 됐다. 미식이 성행하고, 현대 외식이 태동하면서 놀이와 음식은 점점 가까워졌다.
더 최근으로 오면서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 말고도 그 외 부수적인 것에도 눈길이 간다. 음식을 먹는 공간, 배경, 분위기도 즐길거리에 추가되었다. 눈이 즐거운지, 사진이 잘 찍히는지, 브랜드가 유명한지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외식은 생존이 아닌 놀이의 한 종류가 되었다. 놀이와 외식은 가까워지는 것을 넘어서 서로의 영역을 마구 침범했다.
오버랩된 놀이와 외식은 소비자에게 귀띔해 준다. 외식은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놀이라는 경험을 제시해 준다고. 먹은 음식과 공들인 노력, 소비한 시간에는 그 모든 것에 얽힌 즐거운 경험, 즉 놀이에 대한 값어치도 함께 묻어있다. 종종 음식값이 터무니없이 비싼 이유는 외식이 즐거움의 대상이 된 까닭도 있다. 단순히 취식이 아니라 놀이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에. 영역을 침범한 놀이와 외식은 좋은 시너지를 냈다. 이를테면 경제적인 시너지.
키덜트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린 모두 마음 한 구석에 어린이의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다. 놀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는 소망이다. 하지만 천차만별이던 어린 날의 노는 법과 다르게 대부분의 어른들은 비슷하게 논다.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것에 쾌락을 느끼고 놀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천편일률적인 어른들의 놀이 시장에서 신선한 것은 늘 각광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테마파크처럼 장르의 구분이 명확한 매장과 브랜드는 어른들에게 놀만한 장소를 제공한 데에 의미가 있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찍으면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소비함과 동시에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매장의 구성. 복합 서비스인 외식의 정수가 이곳에 담겨있지 않나 싶다.
간단한 놀이공원이라 생각하면 편하겠다. 외식이 놀이공원이라니, 비약이 심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런 테마파크 같은 매장을 단순히 '먹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긴 줄을 뚫고, 가장 훌륭한 자리에 앉아서, 각종 소품과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간다. 그것들로 인해 우리의 도파민은 분출된다. 이곳에서 음식은 어쩌면 조연이다. 공간에 방문한 것에 더 큰 의의가 있다. 음식에서 확장되어 그 의미가 공간으로 전이됐다.
놀이공원을 매일 가는 사람은 없다. 질리고 힘들기 때문에. 음식이 아닌 공간에, 음식의 맛보다 외관에 방점이 찍힌 외식은 지속성을 바라보기 힘들다. 인증이 목표라면 인증샷을 찍는 순간 재방문의 동력이 뚝 떨어진다. 그리고 복합적인 경험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우리가 맘 편히 가는 동네 단골 식당을 사랑하는 이유는 지치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장르나 테마를 가진 많은 외식 브랜드와 매장들이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일정 기간 동안 치고 빠지는 것. 일회성 방문을 타깃으로 하여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것. 게다가 기간을 한정한 덕분에 희소성이 덧입혀서 단기간에 손님을 끌어모으기 좋았다. 작정하고 홍보나 광고 효과를 보기에도 제격이었다.
디즈니월드는 모두가 선망하는 테마파크다. 최근에 잠실에 개장한 노티드 월드에 매일같이 인파가 몰린다. 간혹 이런 도깨비 같은 예시를 보면 지속성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디즈니월드처럼 압도적인 유명세와 인기로 무장한다면 테마파크와도 같은 외식이 꾸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노티드 월드도 초반에 불과하기에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발길이 줄겠지만 줄어들어도 어지간한 매장들을 상회하지 않을까 싶다.
노티드 월드의 개장 소식을 듣고 쓰게 된 글이다. 아직 국내에 위와 같은 사례는 드물다. 팝업스토어가 아님에도 팝업스토어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노티드처럼 브랜드 기반을 잘 쌓아놓는다면 성공할지도 모르겠다. 디즈니처럼 꾸준히 선망의 대상이 되고 랜드마크로 자리한다면 꾸준함을 바라봐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린 새로운 외식트렌드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