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의 신분상승

더 다채로워진 우리의 떡볶이에 대하여

by 식작가

진정한 서민 음식 떡볶이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들이 여럿 있지만 떡볶이는 그중에서도 진짜배기였다. 떡볶이는 학생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컵떡볶이가, 출출함을 달래주는 시장 간식이, 포장마차의 포근함을 더해주는 감초였다. 팔리는 곳과 담기는 그릇만 달라졌을 뿐, 저렴한 가격과 변함없는 맛은 늘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나는 떡볶이 하면 어린 시절 먹었던 컵떡볶이가 단연코 먼저 떠오른다. 500원이면 종이컵 한가득 떡과 어묵이 나왔고 몇 백 원을 추가하면 만두도 함께 버무려져 나왔다. 그것 하나면 든든했고 남부럽지 않은 간식이었다. 학교 앞, 분식점 근처만 가면 책가방을 맨 아이들이 코를 박고 컵 속의 떡볶이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참 든든한 음식이다. 쌀을 뭉친 떡은 든든하기 그지없었고 떡과, 어묵, 대파라는 저렴하고도 단순한 조합이지만 훌륭한 맛을 냈다. 한 끼 식사라로도 손색이 없었던 떡볶이는 어느새 한식의 대표주자이자 서민의 절친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부쩍 가격이 올랐고 조금 더 격식을 차린 느낌이랄가. 친근하게 부르던 그 시절에서 멀어져, 이제는 떡볶이에게 존댓말을 써야 할 것만 같다.



떡볶이 전문점이라는 것


떡볶이 전문점은 참 어색한 개념이었다. 분식집에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떡볶이지만 그렇다고 분식집에서 떡볶이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것도 아니었다. 딱 한 곳, 즉석떡볶이 가게만이 떡볶이 전문점으로 존재했다. 재료를 한데 넣고 버너에 올려 보글보글 끓여 먹는 그것. 신당동이 가장 유명하고 떡볶이의 원조가 이곳이라는이야기도 파다하다.


분식집 떡볶이와 즉석떡볶이만 있었던 떡볶이 시장에 자본, 그리고 프랜차이즈가 들어왔다. 분식집의 형태를 띠었지만 이 프랜차이즈들은 확실히 떡볶이를 주력으로 했다. 브랜드 이름에 떡볶이가 들어가는 것도 다반사였다. 수더분한 분식집이 아닌 정갈하고 깔끔하며, 실패가 없는 프랜차이즈는 빠르게 세를 넓혔다. 들척지근한 떡볶이의 유행도 이쯤이었던 것 같다.


분식집의 주요 메뉴이자 없어서는 안 될 메뉴 정도였던 떡볶이는 이 시기부터 그 위상이 달라진다. 떡볶이를 메인으로 내건 식당이 많아졌다. 동네의 소박한 분식집과 길거리의 포장마차에서 번듯하고 아기자기한 꾸며놓은 매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식당의 메뉴로써 자리를 잡았고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간식보다는 확실한 식사로 자리매김했다. 떡볶이는 변해갔다.



매운맛과 배달의 콜라보


그즈음 해서 우리는 매운맛에 열광했다. 불닭볶음면에서부터 시작한 극한의 매운맛 챌린지가 식품/외식업 전체에 뿌리내렸다.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떡볶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운맛이 두드러지는 특징이었던 떡볶이 브랜드들이 급성장했고, 이런 성장세를 본 신흥 업체들도 마구 난립했다.


매운맛과 더불어 배달 업계의 성장도 큰 몫을 했다. 뭐든 배달이 되는 세상에서 떡볶이 배달쯤은 우스웠다. 코로나19의 흐름을 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생각해 보면 떡볶이는 지금만큼 집에서 먹는 것이 익숙한 음식은 아니었다. 밖에서 먹을 일도 참 많았다. 분식집이나 포창마차에서 먹는 그것대로의 감성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떡볶이는 배달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혔다. 내가 최근에 사 먹은 떡볶이도 배달을 시켜 집에서 먹었다.


매운맛과 배달은 떡볶이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분식집 콘셉트로 배달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의 프랜차이즈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간식에서 음식으로 지위가 상승한 만큼 그 몸값도 같이 상승했다. 이제 주머니 속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으로 사 먹기 쉽지 않다. 토핑을 몇 개 추가하고 배달비까지 붙으면 떡볶이가 1~2만 원 넘어가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떡볶이는 지금도 변하는 중


떡볶이가 간식에서 식사로 서서히 옮겨가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내용물이 풍성해졌고 음식의 색도 뒤 바뀌었으며 먹는 방법이 달라지기도 했다. 식사에 걸맞은 품격을 갖춘 것이다. 그럼에도 떡과 부속재료라는 비교적 저렴한 재료라는 것은 변함이 없기에 비싼 가격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은 많다. 애초에 떡볶이가 서민음식이었던 이유는 간단하고 저렴한 재료에서 오는 낮은 가격도 한몫을 했으니까.


식사보다는 간식으로써 유구한 역사를 지닌 떡볶이인 만큼 우리 모두가 그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나 역시도 간식의 모습을 한 떡볶이가 더 익숙하고, 간식의 가격을 띈 떡볶이가 더 와닿는다. 하지만 식사 가격의 떡볶이가 지금도 팔리고, 다양한 모습을 한 떡볶이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보면 결국 우리가 소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싼 떡볶이를 어색해하면서도 그것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학교 앞에서 먹던 떡볶이는 이제 '옛날 떡볶이'라는 이명으로 불린다. 우리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원조 떡볶이는 옛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오래된 것일까. 여전히 우리 삶에 녹아 있는 떡볶이는 서민 음식이지만 서민의 커트라인이 높아진 지금 시대에 떡볶이도 발맞춰 성장한 것일까. 그러나 우리가 가끔 어린 시절을 추억하듯 어린 시절의 떡볶이도 추억한다. 현시대의 떡볶이를 누구보다 맛있게 먹고 있지만 가끔은 토핑도, 독특한 소스도, 신선한 서비스 방식도 없던 컵에 덩그러니 담긴 떡볶이가 그립기도 하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언젠가 '옛날 떡볶이'가 주목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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