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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Oct 09. 2023

허니버터칩과 먹태깡

과거의 허니버터칩, 현재의 먹태깡에 대하여 

 라떼는 허니버터칩이었다


  이게 그렇게 맛있다더라,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맛이라더라, 돈 주고도 못 구한다더라, 한 번만 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설명만 듣는다면 어지간한 산해진미 뺨치는 수준의 요리가 아닐까 싶지만 놀랍게도 한 봉지의 과자에 따라오는 말들이었다. 과장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 시절, 이 과자의 인기를 목도한 사람들은 모두 인정한다. 이건 모두 사실이었다고. 


  허니버터칩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연예인들이 SNS에 허니버터칩이라는 과자가 엄청 맛있다고 올리면서부터 광풍은 시작되었다. 과자 하나가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구나 싶었다. 근래에 유행했던 과자나 빵들, 그러니까 오픈런을 하거나 중고시장에서 웃돈을 얹어주고 구매해야 할 만큼 품귀현상을 빚었던 것들은 전성기 허니버터칩의 아성을 따라가기에 한참 멀었다.  


  최근에 먹태깡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생산되는 족족 매진되고 물량이 부족하다고. 한 사람 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당근마켓에까지 올라오는 등 자꾸만 허니버터칩이 떠오른다. 10여 년 전, 우리는 왜 허니버터칩에 열광했을까.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왜 먹태깡에 열광하는가. 



  허니버터칩 시식기


  하나의 음식, 하나의 제품이 한 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것은 허니버터칩으로 대답할 수 있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 과자 하나가 뉴스에까지 나왔다. 너무 인기가 많아서. 중고 시장에서 한 봉지도 아니고 한 조각씩 나눠파는 사람도 있었고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허니버터칩을 다른 제품에 묶어놓은 인질극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그것조차도 구경하기 힘들었다. 제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회현상 수준이었다. 


  지금이야 허니버터가 단어로 굳어졌지만 당시에 허니와 버터의 조합은 생소했다. 애초에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끈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기존의 감자칩에서 먹어볼 수 없었던 생소한 맛. 버터의 풍미가 고소하게 풍기지만 기분 좋은 단 맛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 물론 인플루언서들의 SNS가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허니버터란 맛 자체가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또 신비롭게 다가왔다.   


  애석하게 허니버터 열풍 당시, 나는 시골에 살고 있었고 허니버터칩은 꿈에도 꿀 수 없었다. 나는 유행의 시작으로부터 1년이나 흐르고, 허니버터칩 열풍이 사그라든 시점에야 첫 조각을 입에 넣을 수 있었다. 신기한 맛이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고 생소했다. 하지만 도대체 이것이 무엇이기에 전국을 지배했는지는 잘 모르겠었다. 



  먹태깡의 생소함 


  먹태깡 역시 생소하다. 새우깡이나 오잉칩처럼 해산물맛 과자는 시장에 많지만 사실 해산물과 과자는 쉽게 매치되지 않는다. 해산물이 가지는 태생적인 비린맛. 우리는 그것은 바다의 맛이라 생각하지만 해산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단지 비릿하고 짭짤한 바다 냄새에 불과하다. 그런 비린맛을 거슬리지 않게,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먹태깡 역시 생소한 제품이다. '먹태'라는 것 자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술안주지만 과자로 재탄생한 먹태는 쉽게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이런 생소함은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호기심은 또다시 구매로 연결된다. 신제품은 소비자를 강력하게 유혹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실패 없는 구매가 보장된 기존의 제품을 이기고 소비자에게 간택당하려면 그 안정적인 것을 부술만한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호기심이다. 게다가 이렇게 호기심으로 구매한 소비자들의 평가가 호평을 이루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는 더욱 강해졌다. 도대체 먹태로 만든 과자가 얼마나 맛있길래?


  물론 먹태깡 역시 허니버터칩의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그 어떤 신제품도 허니버터칩의 아성을 위협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먹태깡은 허니버터칩과 유사한 점이 굉장히 많다. 생소함으로 제품을 어필하고,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 품귀현상을 빚으며, 심지어 경쟁사에서 아류작을 출시했다. 그리고 허니버터칩이 출시된 당시에는 새로웠으며, 먹태깡의 시대인 지금은 너무나도 중요한 마케팅 수단인 SNS가 인기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점마저도 비슷하다. 



  SNS 마케팅의 서막 


  SNS 등장 이전, 기존의 홍보는 전통적인 매체에 국한되었다. 소비자가 신문, 라디오, TV에서 보는 광고를 수용하고 직접 먹어보면서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었다. 이른바 입소문 효과였다. 하지만 이것은 한계가 있다. 속도가 느리고, 제한적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많지 않았던 밀레니엄 이전에는 이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시장에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전통적인 매체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즈음 인터넷이 대중화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삶과 일상은 점차 인터넷으로 이식되었다.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삶은 크게 확장됐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광고나 홍보의 방법도 인터넷을 통해 다변화되었다. 그리고 허니버터칩이 인터넷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이 등장하고 허니버터칩 이전에도 많은 제품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회자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은 허니버터칩이 거의 처음이었다. 이전의 인터넷 공간들과 비슷하게 SNS는 개인이 직접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었지만 영향력과 파급력이 달랐다. 스마트폰 보급 덕분에 이전의 플랫폼과 다르게 압도적인 사용자수를 자랑했으며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때마침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1세대 SNS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허니버터칩은 그때 출시되었다.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과 셀럽들은 직접 먹어본 허니버터칩의 감상을 SNS에 올렸다. 전통적인 입소문과 다르게 압도적인 속도와 광범위한 전파력을 자랑하면서 전 국민이 허니버터칩의 존재를 인식했다. 그리고 다음은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먹태깡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옮겨왔을 뿐, SNS 공간 상에서 고속으로 전파된 것은 다를 바가 없다. 일개 제품 하나가 이렇게 빨리 영향력을 가지고 품귀현상을 빚는 것은 전대미문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SNS 덕분임이 자명하다.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  


  하지만 허니버터칩은 무너졌다. 신드롬 수준의 인기는 1년을 가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SNS로 퍼진 신비로운 맛은 호기심을 불렀고, 호기심은 품귀를 불렀다. 제한된 수량과 많은 인기는 서로를 양분 삼아 자라났다. 하지만 허니버터칩이 늘어나고 누구나 쉽게 접하면서 희소성과 함께 인기는 떨어졌다. 허니버터라는 맛 역시 꾸준함을 불러일으키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완전히 시장에서 배제된 줄 알았다. 그러나 허니버터칩은 여전히 판매율 상위권에 속해있다. 수치가 말해준다. 이제는 스테디셀러라 부를만하다. 당시 급격히 고꾸라진 인기에 모두가 손가락질했다. 인기에 힘입어 생산설비를 증량했지만 그에 못 미치는 판매율 덕에 해태는 휘청였다. 단기간 추락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후에 시장에 안착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반은 성공했다. 


  먹태깡은 허니버터칩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설비증량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인기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일까. 우리는 허니버터칩의 역사를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어차피 이 인기는 찰나라는 것을 되새기고 있는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광풍이 사그라들고 잔잔하고 은은하게 시장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그래도 설비 증량해서 많이 좀 만들어주지. 그래, 나는 아직도 못 먹었다.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쓰는 간절한 바람이다. 허니버터칩처럼 되지 않았으면 함에도 또, 빨리 먹어보고픈 이기적인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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