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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Oct 15. 2023

신당동-떡볶이=0 ?

갑자기 떠오른 신당동과 힙당동에 대하여 

  신당동 - 떡볶이 = 0 


  어린 시절 사촌누나가 이 동네에서 떡볶이를 사왔다. 떡볶이 과자 앞에는 이 동네의 이름이 붙었다. 그냥 떡볶이 앞에도 이 동네의 이름이 심심찮게 붙었다. 떡볶이하면 이곳이었고, 이곳하면 떡볶이였다. 이 동네를 부르는 이름. 그 이름 신당동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신당동은 떡볶이 그 자체인 동네이며 떡볶이를 빼고 설명할 수 없는 동네였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제 떡볶이의 고장이 아니란다. 이제는 힙당동이란다. 


  유년기부터 누군가 포장해준 신당동 즉석 떡볶이를 먹어보았고, 심심찮게 신당동 떡볶이 과자를 먹었지만 내가 실제로 그 동네에 간 것은 스무살이 넘어서였다. 당시에도 여전히 신당동은 떡볶이였다. 동네에 처음 간 감상은 교통이 끝내주게 편리하다는 것. 신당동 떡볶이 가게들이 정말 줄지어 있다는 것. 시간이 약간은 멈춘 곳. 그곳의 즉석떡볶이는 꽤 맛이 좋았다는 것. 하지만 예상외로 그것을 빼면 밋밋한 곳. 그곳이 신당동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다시 찾은 신당동은 정말로 별천지였다. 너무 한산해서 이제는 신당동 떡볶이도 다 옛말이구나 싶었던 그곳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었다. 오랜 건물들 사이에는 낯선 가게들이 즐비했다. 이제는 낮보다 밤이 더 빛나는 곳이 됐다. 멈춰버린 듯 했던 신당동의 시계는 다시금 분주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힙당동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알알이 박힌 힙한 가게들 


  내게 신당동을 처음 소개시켜준 사람이 신당동 거릴 함께 걸으며 말해줬다. 지금 신당동에 힙한 가게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본투비 신당 로컬이었던 그 사람은 한산한 동네를 잃을까 걱정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미적지근했다. 신기한 가게가 몇 개는 보였지만 아직 그럴 걱정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신당동에서 이어진 황학동 주방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해질녘이라 그런가 살짝 음산한 기운까지 감돌았기 때문이다. 


  기우라고 취급했던 걱정은 현실이 됐다. 몇 년 사이에 신당동에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게들이 새로 입점했다. 그것은 요리주점이기도 했고, 카페이기도 했으며, 디저트 가게이기도 했다. 낡고 오래된 건물 사이에서 가게들은 분위기에 녹아들었다가도 각자만의 빛을 내뿜었다. 신당동에 사람들이 붐비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이 가게들 덕분이었다. 


 떠오르는 모든 거리가 그러하듯 새로운 가게는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그렇게 이끌린 사람들은 신당동에 오랬동안 자리잡고 있었던 로컬 가게가 담뿍 담고 있는 매력에도 매혹됐다. 떡볶이 거리와 중앙시장 군데군데 들어찬 식당들이 해당한다. 힙합 가게에 이끌려 신당을 찾았고 원래의 거리가 담고 있는 정취에 매료되는  것. 으레 그렇듯 떠오르는 거리의 법칙이었다.  



  시장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사실 신당동에서 내가 가장 놀란 곳은 시장이었다. 지난번 찾았던 신당중앙시장은 그냥 시장이었다. 한산했고 적당히 시끌벅적했다. 물론 시장 내부와 시장에서 출발한 골목들 사이사이에 매력적인 식당들이 보이긴 했으나 신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울 시내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시장 정도였다. 


  다시금 시장을 찾았을 때는 그냥 다른 장소가 되어 있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주말 밤의 신당중앙시장은 마치 광장시장 같았다. 장을 보러온 사람들보다 시장 구석구석 자리잡은 식당과 술집을 찾기위해 발을 내딛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간중간에 자리잡은 어물전, 건어물 판매대, 정육점이 아니었다면 시장이라기보다는 먹자골목이라 해도 믿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겉에서 보기에 시장은 고요하게 그 인파를 품고 있었다. 스펀지처럼 방문객들을 빨아들였다. 또한 중앙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힙당동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듯 보였다. 신당동은 얼핏 다른 힙한 거리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신당중앙시장 덕분에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복잡스러움을 시장이라는 지붕으로 살포시 덮어주고 군데군데 흩어진 가게들에게 기준을 제시해준다. 비록 시장이 가진 본연의 의미에서는 살짝 멀어졌지만 입을 즐겁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건재해 보였다.



  숨겨진 꿀동네


  신당에서 몇 번의 시간을 보내고 가장 감명 받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떡볶이? 중앙시장? 힙한 가게들? 아니다 교통이다. 아무리봐도 이 동네 정말 미친 교통의 요충지다. 사실 신당 로컬들은 신당역과 청구역을 동시에 이용한다. 역간의 거리가 가까워서 그렇다. 덕분에 지하철 2, 5, 6호선을 전부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위치부터가 강북 정중앙에 있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신당동 주변에 생각보다 뭐가 많은 편이기도 하다. 남산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다. 종로와 광화문과도 멀지 않고, 동대문은 지근거리에 있다. 조금 멀지만 모두 걸어서 갈만한 거리다. 신당동은 하루 일정 중 어느곳에 넣어도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다. 신당동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위치와 교통이다. 


  그럼에도 요즘의 거리가 갖춰야할 것들을 갖추고 있다. 위에서 말한 힙한 가게들과 시장은 물론이거니와 구도심이 존재한다. 재개발 이야기가 오고가지만 아직까지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황학동 주방거리와 떡볶이 거리가 주는 묘한 이질감은 우리가 그토록 환장하는 '힙함'에 부합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이 동네가 감춰져 있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마블에 등장하는 블랙팬서의 고향 와칸다처럼 누군가 가려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농담도 해본다.     



  떡볶이 주는 신당동 


  강북에서 가장 핫한 동네. 신당동이라는 동네가 이제는 어색해질 지경이다. 모든 거리가 그렇듯 로컬들은 신음하고 있다. 편하게 가던 동네 맛집과 거리들이 이제는 관광지처럼 변해버렸기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렇게 사람 몰리는 것도 다 한철이라고 안심하기도 하지만 진짜 핫플이 되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사실 강북의 여타 거리들과 비교하면 사실 눈에 띄는 특징은 적다. 을지로처럼 빌딩 숲 사이에 있는 것도 아니다. 성수동처럼 커다란 숲과 아기자기한 주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해방촌처럼 달동네도 아니다. 신당동에 처음가면 그저 그냥 서울에 흔한 동네처럼 생겼다. 아파트와 빌라들이 흩어져있다. 물론 신당의 매력은 흩어진 건물들에 알알이 박힌 가게들과 시장거리지만 그것들을 제욓면 압도적인 매력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경리단길의 말로를 본 것이었을까. 강북의 많은 거리들은 예상외로 장기간 집권하고 있다. 반짝 뜨고 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신당동은 어떨까. 평범하고 수수한 매력으로 방문객들을 질리지 않게 해주지 않을까. 언제나 그 모습으로 떡볶이를 내어줄 것 같은 신당동. 새로운 장소가 발굴되었다. 그 인기는 꽤나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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