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 둘러싸인 외식업에 대하여
다시를 뜻하는 RE와 보다를 뜻하는 view가 합쳐진 말로 쉽게 말해 다시 본다는 것이다. 비평, 평가, 토론 등의 여러 뜻이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리뷰란 보통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난 후에 온라인 공간에서 내리는 평가를 의미한다. 산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리뷰가 이뤄지지만 외식과 식품업에서 리뷰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려고 배달앱을 이용할 때면 수십, 수백 개의 식당 중에서 리뷰는 선택의 좋은 척도가 된다. 가끔은 '리뷰 많은 순'으로 검색 설정을 바꿔놓고 찾을 때도 있으니까. 리뷰는 가게의 주인도, 어플 측에서도, 그 어떤 권위 있는 기관에서 남긴 것도 아닌 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일개 소비자들이 남긴 것이기에 신뢰도가 올라간다. 배달뿐만 아니라 다른 맛집이나 카페를 찾을 때에도 네이버나 구글에서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어쩌면 이제 리뷰는 맛집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과거에는 없던 문화였다. 없던 것인지, 할 수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리뷰란 개념은 참 보기 드물었다. 맛집으로 소문난 집은 내가 리뷰를 찾기도 전에 어느샌가 내가 알고 있었다. 동네 단골집은 평가는 개의치 않고 그냥 자주 가는 곳이었다. 중국집은 더욱 구분할 길이 없어 배달이 빨리 오거나, 집에서 가깝거나, 혹은 세트 메뉴 구성이 좋은 곳에서 주문했다. 리뷰는 없는 개념이었다.
맛집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뜻을 풀면 맛있는 집이다.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가게를 뜻한다. 그렇다면 맛있는 음식은 누가 정의하는 것일까?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곰탕 식당인 하동관은 맛집이다. 근현대의 서울과 역사를 함께하며 수많은 이들이 방문했고 미쉐린에도 등재되었다. 하지만 하동관 곰탕을 선호하지 않는 고객들도 있다. 불친절한 서비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하동관은 여전히 명동을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맛집이다. 맛집의 수많은 기준들 중에서 하동관은 분명 부합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맛집의 기준은 시대에 맞게 변화했다. 단순히 많은 손님을 끌어모으는 식당에서, TV와 신문 같이 전통적인 매체에 모습을 비춘 식당까지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한 여러 경로가 존재해 왔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맛집을 평가하는 강력한 척도는 SNS, 혹은 리뷰다. 개인의 정보 생산이 제한적이던 과거에 비해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의견과 감상을 광범위한 온라인 공간에서 개진할 수 있기에 개개인이 만들어낸 SNS와 리뷰는 매우 강력하다.
단순히 고객이 많은 것을 넘어, 그리고 전문가와 매체에서 평가한 것을 넘어 자신과 동등한 고객이 내린 평가는 믿을만하다. 별 다른 이유가 없다면 자신이 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할 것이니까. 비록 입맛은 주관적이지만 그 주관들이 모이면 객관이 되는 것이고 리뷰가 쌓이면 우리는 평균을 확인할 수 있다. 다수가 내린 평가들의 평균이 그 식당의 '맛'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시대의 맛집은 많은 리뷰, 그것을 넘어 좋은 리뷰가 많은 식당을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입소문이 곧 힘이었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면서 식당은 가치를 올렸다. 그러나 입은 한계가 있었고 특별한 힘이 필요했다. 그 특별한 힘은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고 오랫동안 그 힘은 언론이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그리고 SNS 이전에 TV의 힘은 막강했다. 음식점이 전파를 탄다는 것은 단순히 화면에 비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TV 출현은 곧 절대적인 맛집을 의미했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렇지만 TV라는 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공신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면서 TV 출현 = 맛집이라는 공식도 옛말이 되었다. TV가 그만큼의 힘을 지녔던 까닭은 여러 사람에게 전달 가능한 정보를 만드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이후에 등장하는 SNS는 이전과 비교불가한 편리함을 만들었다. 계정만 만들면 같은 포털, 커뮤니티, SNS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간단히 자신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그 정보에는 당연히 식당과 카페도 포함되어 있다. 정보 전달부터 일상 공유까지 그 목적은 다양하지만 결국 내가 먹은 음식과 방문한 공간에 대한 평가가 들어가고 생생함을 더하는 사진이 첨부되면서 그것을 보는 다른 이를 자극한다. 비록 한 명의 공신력은 떨어질 수 있어도 우리가 모여 굳건한 공신력을 만든다. 재능 있는 인력과 다채로운 구도로 식당을 조명하는 TV는 분명 질 높은 리뷰를 제공한다. 하지만 하나의 질 높은 리뷰보다 평범한 다수가 모여 세운 리뷰의 탑이 이제는 더 조명받는다.
TV에 나온 맛집을 서서히 의심한 것은 그 순수성이 사라져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님이 적음에도 인력을 고용해 손님인 것처럼 포장하고, TV 출현 기회를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방송에서 거짓된 모습을 꾸며낸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시청자와 소비자들은 의심했다. 내가 보는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잘 짜인 연극, 혹은 광고라고 인지한 것이다.
실제 소비자가 정보를 공유할 의도로 순수하게 리뷰를 쓴다면, 그런 리뷰들이 모인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제는 그 리뷰마저도 모호해졌다. TV 방송이 하던 일을 온라인 리뷰어들이 인계받았다. 소정의 광고비를 받고, 제품을 지원받으면서 리뷰가 쓰인다. 많은 팔로워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는 소위 말하는 뒷광고가 제안받기도 했다. 리뷰의 힘이 커지면서 리뷰는 하나의 거대한 광고 시장을 형성했다.
뒷광고의 피바람이 지나가고 모두가 이것의 문제성을 인식했다. 자신의 글, 동영상에 광고임을 의무적으로 게시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 리뷰가 '진짜' 리뷰인지, 광고성 리뷰인지 모를 때가 많다. 교묘하고 모호하다. 결국 우리는 네이버나 인스타그램에서 맛집을 검색하면 우선적으로 광고성 글을 자체 검열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상단에 노출되고, 너무 정갈하게 쓰인 리뷰가 많은 식당은 광고라고 여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맹독을 품은 독버섯이 화려한 것처럼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과한 어필을 하는 식당에 경계심을 품는다. 그러나 아무리 예민하게 걸러내도 정교하게 짜인 틀에 한 번은 걸리기 마련이다. 리뷰의 수가 많고 조회수가 높을수록 더욱 상단에 노출되며 쉽게 눈에 띈다. 정보가 흘러넘치는 세상에서 첫 페이지, 상단이 차지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리고 꼭 광고가 아니더라도 일반소비자에게 무료 상품이나 서비스를 대가로 리뷰 작성을 부탁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흔히 말하는 리뷰이벤트다. 사실 리뷰를 남기는 것 자체가 썩 간단한 일은 아니기에 보상을 걸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보상이 아니었다면 남겨지지 않았을 5점짜리 리뷰가 진짜 리뷰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그렇다면 우리가 본 리뷰들 중에 진짜는 과연 있을까?
물론 아닌 경우도 상당히 많다. 소위 말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식당들은 소비자의 자발적인 공유 욕구를 자극한다. 포털사이트 자체에서 리뷰를 독려하기도 한다. 리뷰가 많고 후기가 좋은 모든 식당이 그런 것은 아니니다. 그리고 리뷰를 이용한 식당들 역시 마케팅의 일환으로 행한 것이다. 고객을 모으는 전략이고 방법인 셈이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배달 어플에서 4점을 넘지 않는 식당이 거의 없다. 나도 3점대의 식당에서는 괜히 주문을 망설인다. 너도나도 다 4점을 넘기는데 무슨 이유 때문일까 하고 리뷰를 뒤져본다. 그리고 나 역시도 리뷰 이벤트를 한다. 5분 정도 노력하면 공짜 음식을 받을 수 있기에 종종 참여한다. 나에게도 리뷰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이유는 앞서 말한 것 이외에도 너무 많다. 경쟁이 과열되었고 리뷰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며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그럴수록 우리는 리뷰의 늪에 갇힌다. 의도가 담긴 리뷰의 생산자이면서 소비자가 되고 의사결정을 쌓여있는 리뷰에 의지한다. 우리가 리뷰에 의지할수록 이 늪은 더 깊어지지만 현재로서 리뷰보다 더 믿을만한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리뷰는 성스러운 것도, 순수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마구잡이로 리뷰가 생산되고, 그 리뷰를 자체적으로 거르는 행위는 과거의 TV 방송과 다를 바가 없다. 본질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