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낯설은 날이 있다.
나답지 않다 느껴지는 사소한 날.
그 사소함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날.
극적인 인생은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사연이 적지 않았다.
빠르지 않지만
묵묵히 제 걸음을
걷는다 생각했다.
힘이 세진 않지만
삶의 파고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남을 웃기는 재주는 없지만
상대방의 아픈 상처 정도는
토닥여줄 수 있는 따스함
하나 정도 지니고 있다.
가끔 흔들려도
제 자리로 돌아올 정도의
단단함은 갖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제 한 몫은 해나가며
진솔하게 살았다.
소심함이 아닌
섬세함이라 우길 수 있는
뻔뻔함 하나정도 괜찮다.
그렇게...생각했다.
나에 대한 이런
작은 믿음 하나 정도는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작은 믿음이 약해지는 날이 있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그런 날.
그런 날은 가끔 힘이 있었으면 싶다.
뭐든 척척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사람끼리의 어우러짐으로
돌아감을 잘 알지만
때론 내게도 힘이 있었으면 싶다.
나를 믿어주는 이에게 버팀목이 되고
나를 믿지못한 이가 아쉽게 만드는.
삶의 치열함에 이 무슨 공상이냐는 핀잔에도
가끔 이런 딴 생각 한번 정도는 할 수 있지 싶은
그래야 내일 하루 또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술 대신 마음 한 잔 나누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