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오르는 달 Oct 29. 2017

1.'술처럼 마음 한 잔' 나누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스스로 낯설은 날이 있다.

나답지 않다 느껴지는 사소한 날.

그 사소함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날.


극적인 인생은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사연이 적지 않았다.


빠르지 않지만

묵묵히 제 걸음을

걷는다 생각했다.


힘이 세진 않지만

삶의 파고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남을 웃기는 재주는 없지만

상대방의 아픈 상처 정도는

토닥여줄 수 있는 따스함

하나 정도 지니고 있다.


가끔 흔들려도

제 자리로 돌아올 정도의

단단함은 갖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제 한 몫은 해나가며

진솔하게 살았다.


소심함이 아닌

섬세함이라 우길 수 있는

뻔뻔함 하나정도 괜찮다.


그렇게...생각했다.


나에 대한 이런

작은 믿음 하나 정도는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작은 믿음이 약해지는 날이 있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그런 날.


그런 날은 가끔 힘이 있었으면 싶다.

뭐든 척척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사람끼리의 어우러짐으로

돌아감을 잘 알지만

때론 내게도 힘이 있었으면 싶다.


나를 믿어주는 이에게 버팀목이 되고

나를 믿지못한 이가 아쉽게 만드는.


삶의 치열함에 이 무슨 공상이냐는 핀잔에도

가끔 이런 딴 생각 한번 정도는 할 수 있지 싶은

그래야 내일 하루 또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술 대신 마음 한 잔 나누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Prologu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