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셈없이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적어진다.
나에게도 그러한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농구'다.
사람에 지치고
원치 않는 이해관계 속에 괴로울 때
항상 농구코트를 찾았다.
슛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이 고요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운동의 매력'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한계에 다다를 수록
말로는 꾸밀 수 없는
'민낯의 자신을 만나기 때문'이다.
허세도 가식도 통하지 않는
정직한 시간이다.
농구는 단신에게
제일 불리한 스포츠다.
가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다른 걸 찾아야 했다.
하지만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그만큼 짜릿했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게 됐다.
계산이 필요없는 만남에 순수해지고
감출 수 없는 실력 속에
한껏 겸손해지는 나를 마주했다.
농구로 돈을 벌 수 없고
여전히 현실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외롭고 슬플 때마다 찾아가는 친구같았다.
요즘 계속 코트를 찾게 된다.
시합이 끝난 지금도 밤새 혼자서 뛰고 싶다.
가슴 속의 답답함과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