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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오르는 달 Nov 12. 2017

13.'셈없이'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나이가 들수록

셈없이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적어진다.


나에게도 그러한 것이

냐고 묻는다면 '농구'다.


사람에 지치고

원치 않는 이해관계 속에 괴로울 때

항상 농구코트를 찾았다.


슛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이 고요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운동의 매력'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한계에 다다를 수록

말로는 꾸밀 수 없는

'민낯의 자신을 만나기 때문'이다.


허세도 가식도 통하지 않는

정직한 시간이다.


농구는 단신에게

제일 불리한 스포츠다.


가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다른 걸 찾아야 했다.


하지만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그만큼 짜릿했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게 됐다.


계산이 필요없는 만남에 순수해지고

감출 수 없는 실력 속에

한껏 겸손해지는 나를 마주했다.


농구로 돈을 벌 수 없고

여전히 현실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외롭고 슬플 때마다 찾아가는 친구같았다.


요즘 계속 코트를 찾게 된다.

시합이 끝난 지금도 밤새 혼자서 뛰고 싶다.

가슴 속의 답답함과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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