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엄마는 조바심이 났었어

소심 vs 신중

by 버들s

"우리 아이는 소심한 아이일까, 신중한 아이일까?"

소심과 신중은 다르지 않다!

아이의 그릇을 키워주는 부모의 시선이 다를 뿐.


아이들은 씨앗과 같다.

식물을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모든 꽃에 똑같은 주기로 물을 준다면 어떤 꽃은 싱싱하게 잘 자라는 반면, 어느 꽃은 물을 머금고 죽고 만다.

또 어떤 식물은 서늘한 날에 꽃을 피우는가 하면 어떤 식물은 조금이라도 기온이 떨어지면 맥을 못 춘다.


모든 식물이 각각 다른 채광과 수분, 온도를 필요로 하듯 아이들 역시 타고난 기질에 따라 필요로 하는 교육의 방식이 다르다. (중략)


시골길에 소담스럽게 피어 얼핏 보아서는 그 가치를 모르지만 자세히 보아야 예쁜 꽃처럼 하나같이 너무나 개성이 넘치고 아름답다.


이때 그 색갈이 예쁘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실 그 색깔의 가치를 보는 타인의 시선에 있다.

색깔은 그저 자기의 빛깔을 보여줄 뿐인데 말이다.(주 1)




"버들아 네 아들은 꼭 샌님 같아."


엄마들은 아침 먹고 집 청소가 끝나면 한집에 모여 티타임을 시작한다. 엄마들이 수다 삼매경에 빠지면 애들은 바로 놀이를 시작한다.


아들과 동갑내기 친구들!

같은 해 1월생! 3월생! 5월생! 그리고 아들은 12월생!


모두 남자애들이라 몸싸움을 주로 하며 놀곤 했는데 아들은 주로 한쪽에 가서 책을 읽거나 애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 잠시동안만 놀이에 참여하곤 했기에 이웃 언니들은 내 아들을 별나다고 하며 샌님 같다고들 했다.


아이들 놀이에 바로 끼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아들을 보니 나도 내심 불안감이 생겼다. '사회성발달이 중요한데'라는 생각과 어린이집 그리고 장차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잘 적응을 할 수 있을지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특히 동갑이라고 하지만 아들이 12월생이라 제일 늦게 태어났기에 키도 많이 작고 몸집도 왜소했다. 그러다 보니 애들 노는 걸 지켜보다가 놀이를 확인, 분위기를 보고 함께 놀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아들에게 몸싸움이라도 가르쳐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었다. 그래서 '후뢰시맨' 비디오를 빌려왔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후뢰시맨의 몸동작을 익히도록 했다. 나도 함께 동작을 따라 하며 웃으며 놀이로 싸움 동작을 익히게 했다.


그리고 남편도 틈나는 대로 칼싸움을 함께 해주며 몸으로 할 수 있는 놀이를 단련시켰다.


우리가 알고 옳다고 생각한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시켰던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일을 시작하며 육아와 그림책에 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세상을 본다.'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하나에서 열까지 온몸으로 모델링하는 부모의 기질은 이 양육의 장면에서 어떤 영향을 줄까?

부모가 자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경험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며, 최선의 모습이라고 착각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끈다.

그러다 보면 아이의 기질이나 아이가 원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부모의 경험을 마치 세상의 원칙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고, 충분히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아이의 기질은 묻혀버릴 수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자신에게만 적합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내 아이, 나를 닮지 않은 내 아이, 혹은 너무 닮아서 손쓸 수 없는 우리 아이를 마주할 때마다 느껴지는 곤란함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내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다.(주 1)


내 아이를 자세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


바로 놀이에 끼지 않고 놀이의 규칙을 이해한 후 놀이에 참여하는 아이.


무엇을 보면 곰곰이 들여다보고 원리나 현상을 궁금해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이.


엄마의 요구에 대답과 동시에 행동하는 아이가 아니고 대답 후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 후 행동하는 아이였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아이가 생각하고 있는 시간'을 느리다며 답답하게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뭐든 빨리 시작하길, 대답과 동시에 행동하고, 놀이를 보면 그냥 참여하길 희망했던 것이다.


놀이를 바꿨다.

아이가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하고 만들어가며 성취할 수 있는 놀이, 함께 할 수도 있는 놀이로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블록놀이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조립 로봇등을 가지고 놀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몸으로 하는 놀이가 아니기에 아들도 적극 참여하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블록은 그 당시 박사블록이라 불리는 블록을 주로 가지고 놀았다.


블록이 워낙 크고 튼튼하여 아들이 침대, 의자, 강아지등을 완성해 주면 그 완성품을 가지고 동생과 인형놀이, 역할놀이를 하는 등 또 하나의 장난감이 되었다.


아들의 블록놀이는 유아 때부터 초등까지 이어져 일기장 단골소재가 되었다.



그렇게 원리를 탐구하고 이해하며 완성해 나가는 것을 좋아하던 아들은 지금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때 나와 다른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서 참 다행이다.



토닥토닥)


* 늘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들)

엄마는 네가 생각하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게 참 힘들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면 그냥 빤히 엄마를 쳐다보기만 하던 너!


성격이 유난히도 급했던 엄마이기에 네가 천천히 대답하는 것이 그냥 답답하게만 느껴졌고, 대답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 날은 '엄마말을 무시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네가 엄마와 너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엄마는 무던히도 아랫입술을 깨물었단다.ㅎㅎㅎ


몰랐지?

네가 대답해 줄 때까지, 네가 생각하고 행동할 때까지 기다려주기 위해 엄마의 입을 꽉!!! 봉해야 했거든.


그렇게 노력했던 엄마를 칭찬해 줘~ ㅎㅎㅎ


타고난 기질에 맞게 키우는 게 당연한 건데 그때 엄마는 그게 참으로 힘들었어...


너의 기질대로 잘 커줘서 고맙고 대견하고, 멋지다!! 사랑한다♡




인간은 세상의 시선을 통해 성장한다.

'잘하고 있어, 넌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등과 같은 인정과 칭찬으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우리는 그 인정과 칭찬을 부여한 상대를 신뢰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불태운다.


반대로 무관심하거나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무언가를 자꾸 내놓으라고 하면 그 길을 가기도 전에 좌절하거나 무력해지기 십상이다. (주 1)


긍정심리학자인 린다 셀리그먼에 따르면 " 행복한 삶의 공식은 자신이 대표 강점을 발견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발휘하며 커다란 만족과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제대로 알고 발휘하면서 그에 대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는 의미이다.


다행히 아들은 자신의 강점과 능력을 발휘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힘든 회사 생활에서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생기길 응원한다.



주 1) 아이의 그릇. 이정화. 포레스트북스


사진) ko_choi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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