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엄마는 울 꽁주를 만났지!

가족의 완성!!

by 버들s

가정 생활은 빙하에 비유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실제 진행되고 있는 일의 10분의 1도 알지 못한다. 겉으로 보이고 들리는 게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물밑에서 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짐작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그게 무엇이고 어떻게 찾아내야 할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 때문에 때때로 어떤 가족은 위험한 길로 빠져 들 수 있다.


뱃사람의 운명이 수면 아래에 거대한 빙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렸듯이, 가족의 운명도 일상적인 가정 생활 밑바탕에서 흐르는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느냐 아니냐에 달렸다.(1)





아버님 임종 후 나와 남편은 이왕 둘째를 낳을 계획이라면 어머님 살아 계실 때 낳아서 많이 보여드리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게 우린 둘째를 갖기로 마음먹은 후 좋은 계절에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계획적인 임신을 시도했다.


내가 생각한 좋은 계절은 3-6월이다. 왜냐하면 큰애가 12월에 태어나 바로 두 살이 되다 보니 애매하게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것 같아 손해 본 듯한 느낌이었고, 동갑들 중에 제일 늦게 태어난 아들이 동네 살고 있는 친구 1, 3, 5월생 애들보다 발달이 늦어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예쁜 계절 5월이 출생예정일로 임신이 되었다.


둘째를 임신하고 첫째 때 제대로 못했던 태교를 잘해보려고 애썼다. 좋은 생각과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노력했고, 태내 아가에게 말도 자주 걸었다. 그리고 큰애에게 책을 읽어주고 재미있게 놀아주면 둘째 태교도 함께 되어 일거양득이기에 큰애와 많은 시간을 다양한 놀이로 즐겁게 보냈다.


둘째를 낳기 전 나는 둘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출산용품도 필요했지만 둘째가 태어났을 때 큰애가 퇴행하지 않도록 미리 알려줘야 다.


곧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 그리고 우리 가족이 셋이 아닌 넷으로 함께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아들이 이해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아이들은 어린 동생이 태어났을 때 질투심이 규칙적으로 나타난다. 동생이 태어나게 되면 부모의 관심은 온통 어린 동생에게 쏠리고, 그때 나이 많은 아이는 왕좌에서 쫓겨난 왕과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특히 이전에 매우 따뜻한 아늑함 속에서 자랐던 아이는 매우 쉽게 질투심을 느낀다.(중략)

질투심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 엿보기, 비교하기, 무시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속에 들어있다. 그중에서 어떤 것이 뚜렷하게 나타날지는 공동체적 삶을 위해 그때까지 이루어졌던 준비상태에 따라 다르다.(아들러의 인간이해, 알프레드 아들러, 을유문화사)


엄마, 아빠의 사랑을 혼자 독차지하던 큰애이기에 갑자기 동생이라며 집에 애기를 데리 와서 모두 아기에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큰애가 보게 되었을 때 상실감이 클 수 있기에 큰애에게도 뱃속 아가와 대화를 하도록 했고 관련 도서를 많이 읽어주었다.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면서 아가를, 동생이 태어났을 때의 모습을 함께 상상해 보고 앞으로 우리와 생활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에 좋았다.


그리고 병원선택. 나는 친정집 근처의 종합병원 산부인과를 다녔다. 첫애 때 개인병원을 다니다가 진통 중에 종합병원으로 실려갔던 기억이 있기에 둘째를 임신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종합병원으로 정기검진을 다녔다.


두 번째 출산은 첫애보다 수월하고 예정일보다 빨리 낳는다고들 했다. 그래도 나는 첫아이 출산 시 겪었던 고생이 떠올라 불안하고 걱정이 많았기에 아이가 나오고 싶을 때 태어날 수 있도록 라마즈호흡법을 연습해 가며 출산 전에 최대한 안정을 취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예정일이 며칠 지나도록 진통이 없었다. TV에서 보던 것처럼 진통이 시작되어 병원에 가려고 마음먹었던 나는 당황했다. 출산 예정일이 지나면 아기가 뱃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크기 때문에 출산 시 힘들다는 말을 쉴 새 없이 들었기에 병원에 연락을 취한 후 걸어서 병원에 입원했다. 유도 분만에 들어갔다


유도 분만을 시작해도 아기가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계속적으로 의사와 간호사가 드나들었고 결국 입원한 다음날 오후 딸아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첫애 때 경험으로 요령이 생겼기에 엉뚱한 때 힘을 빼지 않았다. 진통을 견디며 아기가 태어날 때에 아이에게 맞춰 힘을 주었다. 아기가 좀 더 편하게 나올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아기와 대화하며 아기에게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아기의 출산 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다행히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둘째는 딸로 나와 남편의 좋은 점만 골라서 닮아 태어났다. 너무 예뻐서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 것 같았다.


동생에 대해 많이 준비를 해서인지 큰 애는 동생을 잘 받아들였다. 아기를 잘 돌봐주고 기저귀 등 심부름도 잘해주며 엄마를 많이 도와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많이 표현해 주고, 아들이 동생을 챙겨줄 때마다 칭찬을 해주었다. 그리고 아기가 자고 있을 때나 혼자 놀고 있을 때는 큰애를 안아주고 함께 해주려 노력했다. 그래서 아들은 내가 아기를 돌보는 시간에 혼자 블록 놀이를 하거나 이웃 친구집에 가서도 잘 놀다 왔다.


큰애가 아들이고 둘째가 딸이기에 나와 남편은 딸애를 더 신경 쓰고 챙겼다.


애들이 커가면서도 큰애는 계속 큰애로 듬직하게 자기 생활 잘하고 동생을 잘 챙기니 언제나 믿음직스러웠고, 둘째는 큰애 나이가 되어도 동생이라 늘 어리게만 느껴지고 챙겨줘야 할 듯하여 챙김은 계속 둘째에게 많이 향했다.



최근 발견한 큰애가 초3 때 우리에게 보낸 편지.


엄마, 아빠에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끝에 '제 동생이랑만 놀지 말고 저랑도 놀아요, 저도 엄마랑 놀고 싶어요'라고 쓰고 '제가 한 말 기븐 나쁘게 듣지 마세요'에 한참 머물렀다.


마음이 찡했다. 늘 혼자서 그리고 밝게 친구들과 잘 놀던 아이가 이렇게 편지로 엄마에게 놀아 달라고 썼을 때는 얼마나 많이 참았고 생각이 많았을지, 얼마나 서운했을지 그리고 막상 써놓고 우리 눈치를 보는 큰애에게 정말 많이 미안하다.


부디 그때의 내가 이 편지를 읽고 아들이랑 많이 많이 놀아주었길 바란다.



토닥토닥)


* 30개월에 동생을 보게 된 아들! 너도 어린 나이인데 그 이후 계속 큰애로 오빠로만 자라게 되었지. 아빠, 엄마는 늘 널 보며 대견하고 든든하게만 생각했단다. 부디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해 너를 서운하게 했던 부분이 있다면 미안하다. 우린 늘 너를 사랑했다는 진심만 기억해 줘 ♡♡

사랑해 우리 아들♡♡


* 갓 태어난 울 꽁주!! 네가 우리에게 온 순간, 우리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어. 우리 가족이 완성된 느낌이었거든. 울 꽁주는 자라면서도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지. 우리 딸로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우리 꽁주♡♡






잘못이 있어도, 서운한 일이 있어도, 한 울타리 안에서 한 핏줄기를 나눈 가족끼리는 모든 것이 애정의 이름으로 용서된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같이 즐기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슬픔을 나누는 것이 가족의 '모럴 moral'이다. (주 2)


가족이기에 우리의 부족했던 행동들이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되길 바란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주 1)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버지니아 사티어, 포래스트북스.

주 2) 이어령의 말, 이어령, 세계사


사진) ko_choi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