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통했다!!!
추석 연휴 말미에 아들의 상견례를 치러야 했다.
긴 추석 연휴기간 남편과 우중 캠핑을 하면서 어떻게 상견례를 잘 치를지 작전(?)을 세웠다.
최대한 좋은 시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어 상견례가 잘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아들의 연애 기간이 5년이 넘어가고 있다. 입사 후 연수원 동기로 만난 둘은 연수가 끝난 후 여자 친구는 서울로 아들은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사랑을 위해 장기 연애를 선택한 아들은 왕복 8시간 넘는 거리를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거의 매주 금요일 저녁 집으로 올라오면서 사랑을 이어갔다.
결혼에 대해 물으면 여자 친구와 할 계획이라고 하기에 우리 부부는 아들의 여자 친구가 무척 궁금했지만 아들은 소개를 시켜주지도 않았고 여자 친구 집에 인사를 가지도 않았다. 그런 와중에 작년에 둘째인 딸아이가 오빠보다 먼저 결혼을 하면서 하객으로 오신 친척, 지인들의 언제 결혼할 건지 묻는 질문 폭격을 받아내는 아들이 우린 무척 마음이 쓰였다.
아들이 바로 결혼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해주지 않는 것이 주말 부부는 싫고 지역은 떨어져 있기에 빨리 결혼을 못하는 상황 때문임을 알기에 둘의 사랑에 더 마음이 안타깝고 답답했다.
아들은 좋은 회사에 다니며 업무역량을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하며, 직원들과 사이도 좋다 보니 근평도 잘 받아 승진하는 등 잘 지내고 있었다. 여자 친구와 거주지가 멀다는 점만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결혼에 대해 고민이 많던 아들은 결국 이직을 결심, 최종 면접을 본 후에서야 우리에게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얘기해 준 것이다. 전공과 연관이 없고 현재 하고 있는 일과도 관련 없기에 떨어질 줄 알고 말을 안 했는데 서류전형과 1차 면접, 시험에 합격, 그리고 최종면접까지 가게 되어 얘기를 해 준 것이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달여 간을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입사 전형 하나, 하나를 통과하면서 긴장했을 아들의 마음도 느껴졌다. 결국 최종 합격하여 수도권에 있는 회사로 이직에 성공한것이다.
이후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면서 양가에 인사도 드리고 이렇게 상견례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 결혼과 여자 친구에 대한 아들의 정성과 사랑을 알기에 우린 부모로서 상견례를 잘 치러야 한다!!
나의 작전!!!!
아들이 인사 갔을 때 예비 사돈어른이 질문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기에 상견례 때도 대화를 주도하실 꺼라 예상했다.
그래서 예상 질문을 만들어보고 답변도 준비했다. 남편은 말이 거의 없고, 대답도 내가 해 주길 바라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나는 말이 많은 시어머니 모습으로 보이기가 싫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사돈어른이 질문하면 무조건 남편이 대답하는 것으로 그리고 사부인 질문에만 내가 답변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특별히 상견례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소중하게 키운 따님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안 돼요~~~~~ 요즘 각자 사는 거지, 누굴 누구한테 보내요! 큰일 날 소리요......."
역시, 물어보길 잘했다. 결국 우리는 상견례 자리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는 표현만 전하기로 했다.
오빠의 상견례에 관심이 많은 딸에게도 우리의 작전을 알려주며 혹시 엄마가 오버해서 말을 많이 하거나 웃음소리가 커지면 눈치를 주거나 제어해 달라는 당부의 말도 해두었다.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장착한 품위 있는 시어머니 모습이고 싶었다!. 준비는 완벽했다!!!.
마침내 상견례. 우리는 30분 일찍 도착했다!. 먼저 도착하여 맞이하고 싶었기에 서둘렀던 것이다..
상견례 장소를 안내받아 들어가니 예쁜 난 화분이 우리를 반겼다. 예비 며느리의 정성과 노력이 보여 고마웠다.
“지혜로운 며느리가 되겠습니다. 가족으로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와 “든든한 사위가 되겠습니다. 가족으로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이 담긴 카드에 이제 한 가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예비 사돈댁이 도착했다. 예비 며느리가 삼 남매의 맏이였기에 사돈댁 다섯 분, 우리 다섯 명 이렇게 마주 앉았다. 자연스럽게 가족 소개가 이어지고 아들이 선물로 준비한 난 화분에 대해서도 말했다.
호접란으로 꽃말이 ‘행복이 나비처럼 날아오른다’라며 잘 키워달라고 한 것이다. 나와 사부인은 화분을 잘 못 키우니 정성껏 키워보긴 하겠으나 혹시 잘 못 키우더라도 속상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 얘기를 나누는데 사돈댁의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돈어른도 한마디도 안 하시며 긴장하신 듯 보였고, 사부인도 조용하셨다. 고요히 정적만 흘렀다. ‘어떻게 하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지?
결국 예비 며느리가 내게 질문을 했다. “추석 명절에 캠핑 가셨다고 들었어요”라며 운을 떼어 주었다. 결국 나는 연휴 내내 비가 내려 계획했던 트레킹을 못했다는 얘기, 비가 와도 모닥불은 틈틈이 피워 고구마와 밤을 구워 먹었다는 얘기등을 말했다. 딸아이 상견례 때 사위 누나가 캠핑을 다녔기에 캠핑 얘기를 한참 나누었던 기억이 떠올라 더 열심히 설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사돈댁은 캠핑을 다녀 본 적이 없고 글램핑 경험만 있다고 하시며 잠시 글램핑에서 고기를 구워 먹은 경험을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또 정적!!!!!!!
그때 아들이 말문을 열었다. 이럴 때를 위해서 퀴즈를 준비했다고 하며 경품도 준비했으니 적극 참여 부탁한다고 했다. 나는 그때 조용한 시어머니의 모습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적극적으로 퀴즈에 임하겠다는 마음으로 딸과 눈빛으로 서로의 의지를 다졌다.
아들의 첫 번째 문제, “저희가 사귄 지 5년 하고 반 정도 되었습니다. 날짜로 하면 며칠일까요?”
암산에 약한 나는 잠시 멘붕이 왔다. 휴대폰을 꺼내서 계산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 젊은 지원군들이 나섰다.
먼저 딸아이 “1935!” 하자 아들이 “다운!”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다운은 뭐야? 물었고 낮추라는 얘기임을 알았다, 이후부터 1928! 다운!, 1880! 업! 사부인도 나서주셨다. 1889!, 업! 그렇게 서로서로 손을 들며 업, 다운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다 결국 딸이 1919!로 정답을 맞혀 경품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연애기간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참 오래되었다고, 그러면서 사부인이 나에게 아들이 이직하여 집에 돌아와서 든든하겠다고 물었다. 지금이다!!. 내 마음속에 있던 말, 준비했던 그 말을 이어갔다.
“아들이 집에 와서 너무 좋지요, 그보다 저는 지금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게 더 좋습니다. 제 아들이 따님을 많이 좋아합니다. 저도 남편을 제가 더 좋아해서 결혼을 했어요, 지금 이만큼 살아보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살 수 있다는 게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아들이 좋아하고 있는 따님과 결혼하게 되어 저는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온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말하다 보니 감정이 올라오면서 목소리가 떨리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이쿠.,...눈물은 예정에 없던 건데.....)
그때 사돈어른이 같은 마음이라고 해주시며 아들에게 어머님께 경품을 주라고 하셨다. 아들에게 경품을 받은 나는 사돈어른에게 선물을 보여주면서 해맑게 자랑을 하고야 말았다!! (습관이 무서운 것이다!)
교양 있고 기품 있는 시어머니 모습은 이미 멀리 떠나갔고 그냥 밝게 웃는 내 모습만 남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가려 마음먹었고, 다행히 딸도 나를 보고 웃으며 응원해주고 있기에 자신감도 장착했다.
이어진 아들의 퀴즈!! 저희가 선물로 드린 호접란의 꽃말은?
답을 하고 싶었으나 기억이 잘 안 났다.
행운? 나의 대답에 아들의 땡!
찾아오는 행운! 딸의 대답에 또 땡!!
나비처럼 날아오는 행운!!! 딩동댕~~
예비 처남이 한 건을 해냈다. 다들 어떻게 기억했냐며 폭풍 칭찬을 해주었다. 사돈어른은 아들이 막내로 누나들에게 사랑을 많았다며 딸들이 참 잘해주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저희 아들이 댁에 인사 가는 날 남편이 아들에게 “여자 친구 아버님이 너 싫어하실 거야!”라고 했답니다 “. 다들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다. “맏 딸이라 아빠가 엄청 예뻐하면서 사랑으로 키웠을 텐데 갑자기 왠 놈이 나타나 딸이 결혼한다고 하면 아빠들은 싫지!, 결혼해서 잘살면 그때부터 이쁘지”라고 했답니다 “라고 전했다. 그러자 말없이 듣고만 있던 남편이 "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많이 힘들더라구요 "라고 했다.
( 나는 딸의 결혼에 남편이 이런 마음이었던 것을 이번에 알았다. 남편은 그때 자신의 마음을 사돈께 전한 것이다.)
그러자 딸아이가 사위의 양쪽 귀를 손으로 막으며 "안돼...,, 자기는 듣지 마! "라고 했고, 나는 사위를 향해 “사위! 지금은 아닐세~ 아버님이 엄청 좋아하는 거 알지?”라고 말하자 사위가 날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니 그 모습을 본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사돈어른도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시며 동생 둘은 엄마를 닮았고 큰딸만 자기를 많이 닮아 더 사랑을 주어 키웠다고 하시며 그렇지만 예비사위가 밉지는 않다고 하셔서 또 함께 웃었다. 그때 예비 며느리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는 그 촉촉해진 눈을 애정을 담은 눈빛으로 바라보다 함께 미소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들이 준비한 마지막 퀴즈!!!!!!!!!!
예비 며느리에게 경품을 주며 마음에 드는 답을 한 사람에게 주라고 했다. 두근두근!
질문은 “여자 친구는 저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을까요?” 였다. 우리 식구는 당황스러워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때, 센스 있게 예비 처제가 나섰다. “외모?”, “땡!!!!” 이어서 예비 장모님의 “외모, 듬직함, 성격?”이라 하시니 며느리가 " 딩동댕!" 하면서 장점이 더 많은데 그냥 정답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내가 “안돼~, 그러면 아빠가 싫어하셔!!!”라고 해서 또 다 같이 크게 웃었다. 그렇게 경품은 예비 사부인이 당첨되셨고 나는 아들을 좋게 봐주심에 참으로 감사했다.
마지막 인사말에 사부인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분위기를 편하게 해 주셔서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시간 보냈다”라고 하시며 “딸이 화목한 가정에 가게 되어 너무 좋다”라고 해주셨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로 마무리하며 상견례가 잘 끝났다.
“교양을 장착, 인자한 미소로 품위 있어 보이는 시어머니로 이미지메이킹을 시도했던 작전에는 실패했으나, 화목한 가정으로 봐주시고 안심이 되셨다면 그걸로 성공!!!
위트 있는 질문과 진행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든 아들, 뜻깊은 선물과 따뜻한 카드로 모임 자리를 풍성하게 해준 예비 며느리, 옆 테이블에 앉아 오빠의 결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좋은 시누이로 열심히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한 딸과 부드러운 미소로 장모를 계속 응원해 준 사위 그리고 사돈어른의 마음을 보듬고자 숨겨왔던 자신의 마음을 내어준 남편을 보며 참으로 감사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진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집에 와서 호접란을 예쁘게 찍어 내 카톡 프로필에 올렸다. 예비 며느리가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환영합니다'라는 글도 남겼다. 그랬더니 회사 동료분이 응원글을 남겨주셨다.
여러모로 감사한 하루다!!
주 1)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찰스핸디, 인플루엔셜
사진) ko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