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엄마로 기억될 수 있을까?
'어른의 어른'이 되려면 나는 무엇을 더 배우고 쌓아가야 할 것인가?
'어른이 된 자녀'의 눈에 비친 '엄마라는 어른'은 어떤 사람으로 보여야 할 것인가?
그리고, 나중에 이 세상에 없는 엄마를 네가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는가?(주 1)
"한국이 너무 좋아요"
상담하게 된 50대 초반의 북한이탈주민의 말이다. 한국 온 지 17년이 되었다는 그녀는 중증장애를 가진 외국인 남편과 막 성인이 된 자녀를 부양 중이다.
남편과는 중국에서 만났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 손에 자란 그녀는 아버지를 북한에서 탈출시켜 드리기 위해 스스로 인신매매 브로커를 찾아가 본인을 팔아 달라고 했다.
먼저 북한을 탈출한 후 아버님을 모셔갈 계획으로 팔려간 곳은 중국의 한 시골마을.
가족으로 시아버님과 어머님, 장애가 심해 바깥 생활이 어려운 아주버님과 조카들 그리고 장애가 진행되어 거동이 불편한 남편이 생긴 것이다.
돈도 많이 없어 빚을 져가며 그녀를 데려온 그 가족들 사정이 딱해 떠날 기회가 여러 번 있어도 그곳에 남아서 아내, 며느리, 조카들의 엄마 노릇 그리고 음식을 만들어 팔아가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가장의 생활을 시작한 그때 그녀의 나이는 스무 살!
중국에서 살면서 다섯 번을 북한으로 붙잡혀 갔다가 다시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본인이 없으면 가족들의 생활이 어려움을 너무 잘 알기에 스스로 그 집으로 다시 찾아가 그 힘든 생활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녀가 그렇게 그 힘든 삶을 계속적으로 택한 이유는 딱 한 가지. 그녀의 아버님이 늘 해주셨던 말씀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7여 년을 살다가 아버지를 중국으로 모셔올 수 있었고 자녀까지 생기면서 언제 붙잡혀 가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중국에서의 삶을 벗어나 어렵게 어렵게 한국으로 아버지와 딸을 데리고 먼저 온 것이다. 이후 남편도 올 수 있게 되어 지금 온 가족이 함께 사는 안전한 한국에서의 삶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한다.
한국에서 교회를 다니게 된 그녀는 지금 신학 공부를 하며 힘들고 어려움 속에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아버님은 옆에 안계시만 아버님이 늘 해주셨던 "베풀고 살아라"는 말을 그녀는 계속 실천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그녀가 떠난 후 " 안전한 한국이 너무 좋아요"라는 말과 "베풀고 살아라"는 그녀의 아버님 말씀이 남았다.
나는 우리나라에 태어나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안전함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감사함을 모르고 살고 있음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준 엄마일까? 내가 했던 말 중 어떤 말을 떠올리며 삶의 선택에 적용하고 있을까? 없다면 나는 어떤 말을 남겨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우리 엄마가 해준 말 중에서 살면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떠올리게 되는 말이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공기에 찍혀!"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공기에 찍혀서 돌고 돌아 내가 마시는 공기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나쁜 행동들은 나쁜 공기로 좋은 행동은 좋은 공기로 돌아오기에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고 남을 해롭게 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자녀가 생기면서 그 말이 생각나 더 무서웠다. 내가 만들어낸 나쁜 공기를 우리 아이들이 마셔 나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내 여동생도 그 말을 기억해 자영업을 하면서 나쁜 마음이 생기더라도 공기에 찍혔다가 더 크게 안 좋게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포기하고 작은 이익을 택한다 는 말에 " 나도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좋은 공기 저축했다 생각하며 살아" 라며 함께 웃으며 얘기한 적도 있다.
그녀의 아버님 말씀 "베풀고 살아라"와 우리 엄마가 늘 해주시던 말씀 "공기에 찍혀!"가 계속 남으며 나는 어떤 말을 해주는 엄마,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엄마의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오늘 나를 살아가게 해 주는 힘은 '나는 어떤 엄마로 남을 것인가?'이다.
너로 인해서 엄마도 하루하루 허투루 살 수가 없어.
혹 우리 아들의 꿈에 지장을 줄까 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 (주 1)
초등 학생들을 교육하는 딸아이가 자신이 자라면서 엄마인 나에게 들었던 말들을 아이들에게 해주게 된다고 한다.
오늘도 물어온다.
" 엄마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거에요?"
정신 바짝 차리고 똑바로 살아야 한다. 나는 엄마니까!!
주 1) 엄마의 유산, 김주원, 건율원.
사진) ko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