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밥이 내게 주는 의미는?
아범 밥은?
2박 3일 연수 왔다는 딸의 말에 팔순을 앞두신 친정엄마가 내게 묻는 말이다.
매일 아침 8시 25분에 내 휴대폰에 알람이 울린다.
8시 30분이 되기 전까지 엄마에게 꼭 전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30분에서 1분만 넘겨도 엄마가 바로 전화를 하신다.
" 왜 전화 안 하니?"
이렇게 엄마와 매일 통화를 하게 된 것은 작년 6월부터이다.
엄마가 20년 넘게 절에서 거주하시다가, 밖에서 살기 시작하셨기 때문다.
엄마가 절에서 사실 때는 주에 1~2회 정도 연락을 드렸다. 엄마 기도 시간, 일하는 시간을 생각해서 통화를 해야 했기에 자주 연락을 드리지는 못했다.
절에서 여러 사람들과 단체 생활을 하고, 매일매일을 규칙적인 삶을 사시다가 혼자 거주하게 되신 엄마가 걱정이 되어 매일 통화를 하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전화하는 시간을 정한 건 아니었다.
엄마 혼자 심심하시겠다는 생각과 잘 지내시는 여부가 궁금하여 매일 엄마가 뭐 하고 계신지, 식사는 잘하고 계신지가 궁금할 때 연락을 하였다.
일에 치여 전화를 깜빡 한 날은 엄마가 내 전화를 기다리시다가 퇴근 시간에 맞춰 나에게 전화를 하시는 것이다.
"퇴근했냐?"
그렇게 하루 종일 내 연락을 기다리실 엄마에게 죄송하여 매일 아침 출근해서 전화를 걸어 근무 전까지 통화하는 루틴이 만들어졌다.
엄마가 새벽 5시에 일어나시기에 전화를 일찍 드려도 되는데 출근하기 전에 전화를 드리니 출근 준비로 바쁜 마음에 온전히 엄마얘기에 집중도 못하고 엄마 말을 다 듣지 못하고 끊게 되기도 하여 출근하여 근무 시간 전까지 마음 편하게 통화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정해진 것이다.
통화는 "울 엄마 아침은 뭐해서 드셨나? "로 시작한다.
아침 메뉴를 들으면서 오늘의 엄마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장을 봐서 드린 게 어떤 게 남아 있을지 추측도 가능하며 그리고 나한테 메뉴를 말하기 위해 뭐라도 만들게 되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10여분의 통화 내용은 주로 엄마의 일상과 관심사로 특히 좋아하시는 가수 임영웅 얘기 (말하실 때 젤로 신나 하심)와 그 외 좋아하시는 트로트 가수들 가족사, 그리고 지금 다니시는 노래교실 선생님(엄마가 부러워하시는 분인듯하다), 함께 노래하는 어르신들, 친척들 안부, 건강에 관한 얘기 등이다.
다양한 것 같지만 매일 듣다 보면 거의 몇 번씩 들었던 얘기들이다. 나의 아침밥 질문에 대답과 동시에 말을 시작하시면 혼자 거의 얘기하시고 나는 간단 응대와 추임새만 넣는다.
"아~ 그랬구나, 울 엄마 좋으셨겠네~, 잘하셨어요~" 등등
그러다가 가끔은 전날 시청했던 트로트 가수 가족사 얘기에 심취하시면 본인 옛날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여, 통화 시간은 20분 넘게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근무를 시작해야 하는 8시 50분 전에 엄마는 어김없이 통화를 끝내신다. 직장에 있는 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9시가 엄마의 기도 시간이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9시에서 11시까지가 엄마가 정해 놓으신 아침기도 시간이다.
본인이 가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다고 하시며 정해 놓은 시간에 지금도 한결같이 기도를 하신다.
"이 세상에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어!", "내가 엄마 기도 덕을 제일 많이 받았어"라고 말씀드리며 기도밖에 해줄 게 없다는 엄마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한다.
그런 엄마와 오늘 아침 통화는 내가 오늘 2박 3일 연수를 가게 되었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연수 간다면 또 신경 쓰시기에 말을 안 하려 해도 전화하는 내 목소리, 내가 말하는 소리만 듣고도 벌써 아신다.
" 집이니? , 회사가 아닌 것 같은데? "
오랜만에 연수, 공식적 외박에 들뜬 내 목소리가 숨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딸의 연수를 엄마는 좋아하신다. 본인이 많이 배우지 못하셨기에 내가 이 나이에 교육받으러 가고, 강의하러 다니는 걸 들으시면 " 그래, 그렇게 바쁘게 살아야지~ "라고 하시며 사회 생활하는 딸을 무척 좋아하신다.
그런데도 나의 연수 소식에 제일 먼저 묻는 말은
" 아범 밥은? "이다.
나의 연수로 집에 있을 남편 밥이 걱정인 것이다.
내가 엄마의 아침 메뉴가 중요하듯 엄마는 엄마 사위의 밥이 중요한 것이다.
엄마가 우릴 키울 때도 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아무리 바쁘셔도 밥은 꼭 해주셨다.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찌개와 반찬 한 가지는 늘 새롭게 만들어 주셨기에 나도 결혼하여 주부가 되면서 남편과 아이들 밥 챙기는 건 당연하고 중요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생각되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 연수 때 남편과 아들이 먹을 수 있는 찌개와 반찬을 잘 만들어 두고 왔다.
그리고 작년, 딸이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나는 딸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나만의 팁을 전수했다.
" 집안일은 다 미뤄도 남편 밥은 꼭 해줘!, 사위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잘 챙겨 먹여! "였다.
" 맞아!, 엄마도 우리 밥은 꼭 해줬어 " 라며 딸은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리고 지금 1년 넘는 결혼 생활에 음식을 나보다 더 잘한다.
유튜브 등으로 배워서 만든 다양하고 건강한 음식들, 사위가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 자기 남편이 맛있게 잘 먹었다며 나에게 자랑을 한다.
" 엄마, 나 요리가 체질인가 봐~"
그리고 사위는 회사에서 야근을 하게 되더라도 집에 가서 와이프가 해주는 밥 먹는다고 배고픔을 참고 온다고 한다. 그러면 회사 사람들이 와이프가 밥도 해주냐며 부러워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더 신나게 저녁을 챙긴다.
엄마의 " 아범 밥은? "소리를 들으며 딸에게 내가 했던 " 남편 밥은 잘 챙겨줘! "라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밥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나에게 밥은?
[ 애정과 감사의 표현 ]
밥 한번 먹어요!
밥 살게요!
밥 먹고 하자!
밥 먹어!
밥 먹고 가!
밥이라도 먹고 해!
[ 관심의 표현 ]
밥은 먹었어?
밥은 먹고 다니니?
밥은 먹을만하고?
밥은 어땠어?
[사랑(관심)을 받고 사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 ]
밥은 주냐?
밥은 잘 주고?
밥은 차려주던?
밥은 있어?
밥줘~
[ 서운할 때 표현 ]
밥도 안 해주고...
밥도 안 차려 주면서..
밥이나 주면서 얘기해...
밥이나 줘...
밥이라도 줘...
밥 없냐?
내가 가족ㆍ친구에게 주로 하는 말은?
그리고 주로 내가 듣는 말은?
그 말의 밥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오늘 나에게 밥이 주는 의미는 일상생활에서 탈출이다!.
남이 해준 밥, 교육생들을 위해 준비해 준 밥을 나는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참으로 맛나다!!!!
오늘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은 ' 밥 힘! '이다.
오늘도 우리 가족이 밥은 잘 먹고 다녔으면 좋겠네~.^^
사진) ko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