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도 우리 문화이다.
먹을 것을 옮기는 식도구의 이름이 직접 인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한국뿐입니다.
손가락에서 젓가락이란 말이, 그리고 숟가락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지요.
그래서 손가락과 연결된 젓가락, 숟가락은 바로 내 몸의 피와 신경이 통하는 아바타인 것입니다.
사람과 도구 사이만이 아닙니다. 저희끼리도 가락이라는 돌림자로 형제처럼 짝을 만들어 수저가 됩니다.
숟가락은 음으로 국물을 떠먹고, 젓가락은 양으로 그 속에 있는 건더기를 집습니다.
그 어려운 주역의 괘는 젓가락이 되고, 태극의 원은 숟가락의 동그라미가 됩니다.
어디 손가락뿐이겠습니까?
머리에서 갈라진 것이 머리카락이고, 발에서 갈라진 것이 발가락입니다.
온몸에서 갈라진 그 가락이 장단을 맞추면 노랫가락이 되고 신가락이 됩니다.
한국의 독특한 가락문화, 짝문화가 탄생하는 것이지요. (주 1)
회사 동료 자녀의 결혼식!
동료는 사내커플로 기관의 윗분들도 많이 오셨다.
나도 상사분 들과 원탁 테이블에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큰 원탁에 10명씩 양식 테이블로 세팅되어, 대접받는 기분으로 앉아 있었다.
테이블에 세팅된 모습을 보니, 갑자기 어제 결혼식 뷔페가 떠올랐다.
어제는 다양한 음식을 수저로만 해결했던 것이다.
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 가끔 다른 사람들의 젓가락질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젓가락질하는 모습이 참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30대 초 팀장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 지점장님이 나의 젓가락질에 대해 충고를 하셨다.
" 젓가락질을 제대로 해보는 건 어때? "
나는 그때 내 젓가락질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
젓가락질을 바르게 하는 방법을 몰랐고 배워 본 적도 없던 것이다.
" 이제 승진하면 높은 분들과 식사할 기회도 생길 테니,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
높은 분들과의 식사기회보다도 내가 젓가락질을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가 둘러앉아 밥 먹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남편과 아들은 젓가락질을 바르게 하고 있었고, 딸은 나랑 똑같이 잘 못하고 있었다.
남편한테 젓가락질에 대해 얘기하니 자기는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습관을 바꾼다는 게 힘들듯 하여 얘기를 안 했다며 먹는데 문제가 없으면 그만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하는 젓가락질이 이상하여 저렇게도 젓가락질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많이 속상했다. 내 젓가락질하는 모습을 보고 배운 딸아이한테 미안했기 때문이다.
내 젓가락질이 바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니 나의 젓가락질과 딸의 젓가락질이 계속 신경 쓰였다.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게 되면 젓가락질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내 잘못된 젓가락질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정했다. 바꿔보기로......
남편에게 젓가락의 원리를 배워가며 젓가락질을 제대로 배웠다. 젓가락으로 콩을 잡는 연습도 해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딸에게도 젓가락질을 제대로 가르쳤다. 엄마가 잘못하고 있었음을 얘기하고 함께 바꿔 보자고 했다.
결국 딸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아 젓가락질을 바르게 하게 되었고, 나는 한 달이 넘게 걸려 젓가락질 습관을 바꾸게 된 것이다.
그때 남편이 나를 인정해 주었다. 30세가 넘어서 길들여진 습관을 바꾸기 힘든데 그걸 바꿨다며 굉장히 놀라워했다.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서 어디서든 당당하게 밥을 먹었다. 사실 남들은 나의 젓가락질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관심도 거의 없다.
그냥 내 마음에 그리고 내가 잘못하고 있음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바르게 바꾼 것이다.
그리고 오늘 상사분들과 함께 원탁 테이블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서 옛 상사분의 젓가락 얘기와 젓가락질이 떠오른 것이다.
오늘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 바르지 않음을 안 순간, 바꿔야 한다. 내가 알기에.."이다.
생명공감 속으로
이어령
옹알이를 하며 말을 배우듯
아가야 이제는 젓가락을 쥐거라.
할머니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천년 전 똑같이 생긴 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잡으셨지.
그리고 젓가락처럼 늘 짝을 이루어
함께 일하고 사랑하며 오랜 날을 지내셨단다.
아느냐 아가야. 젓가락이 짝을 잃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네가 젓가락을 잡는 날
오랜 역사와 겸상을 하고
신라 사람, 고구려 사람, 백제 사람 그리고
한국인이 되고 아시아인이 되는 거란다.
아가야 들리느냐 부엌에서 도마질하는 어머니
먹기 좋게 음식을 썰고 다지는 그 마음의 소리 있어
오늘도 우리는 먹는다. 젓가락 숟가락 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대물림으로 저절로 이어받는 것이 생물학적 유전자 DNA라면, 젓가락질은 대를 이어 전승되는 문화 유전자 '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 유전자는 생물학적 유전자와는 달리 문화적 관습이나 모방을 통해서, 거의 반은 무의식적으로 반은 의도적으로 몸에 익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물학적 DNA와 문화적 밈으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자손손 핏줄이 이어지듯, 세대에서 세대의 밥상머리를 통해서 그리고 음식을 젓가락, 숟가락으로 먹는 행위를 통해서 한국인의 이야기는 면발처럼 면면히 이어질 것입니다. (주 1)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문화인 쇠 젓가락질을 제대로 익히게 해 준 것에 만족한다.
ps) 그리고 그때 젓가락질을 바꾸지 않았다면....
초등교사인 딸이 애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된 젓가락질이 참으로 부끄러웠을것 같다.
바꾸길 참 잘했다~~~
주 1) 한국인 이야기 : 너 누구니(젓가락의 문화유전자), 이어령, 파람북
사진 ) ko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