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영웅이 '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그리워
그 흔한 말을 우린 얼마나 할까
길지 않은 인생 잘 살아보고 싶어
마음껏 사랑을 해보려 해
흔하게 살자 아프지 말고
평범하게 사는 게
사랑을 하는 게
제일 어려우니까
그런 삶을 사세요
평범하게 웃는 일상과
사랑하는 사람과 담소도 나누며
남 미워하지 말아요
삶은 생각보다 짧아요
이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봐요.
기쁜 날도 있을 테지
슬픈 날도 당연해
그렇게 사는 거야
그런 삶을 살아요
맘껏 웃고 사랑을 하며
슬픈 날도 있겠지만 괜찮아요
이기적인 그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거겠죠
이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봐요
( 임영웅 신곡 ' 순간을 영원처럼 ' 중에서 )
" 우리 영웅이는 춤도 잘 춰! "
엄마는 오늘도 신나게 아침을 여신다.
" 우리 엄마, 뭐 하시나? "
엄마와 아침 통화 첫 물음이다.
언제나 답은 같다.
"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밥 먹고, 자전거 탔지."
( 엄마는 자식들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아파서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으시다며 꾸준히 아침 운동을 하신다.)
" 오늘은 자전거를 1시간 가까이 탔어."
" 오래 탔네요. 안 힘들어요?"
"영웅이 노래 따라 부르면서 타면 힘든지도 모르게 시간이 금방 지나가~"
엄마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듣는 목소리, 엄마의 아침을 웃으면서 맞이해 주는 사람이 가수 임영웅인 것이다.
" 오늘 새벽엔 너무 일찍 일어났는데 잠이 안 와서 영웅이 노래 틀어 놓고 잤어.
우리 영웅이가 노래를 편안하게 불러줘서 잠이 잘 와 "
'우리 영웅이~'
엄마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안식처이다.
엄마가 절에서 오래 사시다가 밖으로 나와 사신지 1년 반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절에서 나와 혼자 살게 되어 편하다고 하셨다가 곧 '이 나이 먹도록 해놓은 게 하나도 없다'라고 하시며 자식들 고생만 시킨다는 등 지난날 살아온 삶의 후회와 외로움을 호소하셨다.
절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시고 일하며, 바쁘게 사시다가 혼자 생활하시게 되시니 적적하고 말할 사람도, 할 일도 없어 " 그냥 이렇게 죽는 날만 기다리며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하시는 등 우울감도 높으셨다.
그때 엄마 옆을 '우리 임영웅'이 지켜 주었다.
절에 계실 때도 임영웅 노래를 좋아하셨지만 음악을 크게 틀어 놓기에는 다른 사람들 눈치가 좀 보이셨다고 한다.
이제 밖에 나와 혼자 사시게 되니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큰 TV화면으로 임영웅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음량도 높여 놓고 마음껏 크게 따라 부르시는 것이다.
" 영웅이 노래 가사가 다 내 얘기 같아 "
그렇게 자신의 얘기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르시며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내시는 것이다.
노래 부르기에 자신감이 생기신 후에 엄마는 노인복지관 노래 교실을 주 2회 다니게 되셨다.
엄마에게 계획된 유일한 스케줄로 하루하루 날짜를 꼽아가며 기다리시는 시간이다.
노래를 많이 불러보셨기에 노래교실에서도 즐겁게 노래를 부르시는 듯하다.
매번 강사님한테 칭찬받았다고 자랑을 하신다.
이제 어디에도 엄마의 우울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절 바깥의 삶에 완벽하게 적응하신 것이다.
그런 엄마에게 최고의 선물은 단연코 임영웅 콘서트 티켓이다.
예전에 우연히 S석으로 예매에 성공하여 엄마와 함께 콘서트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엄마는 응원봉도 들지 않으시고 두 손을 꼭 모으신 채 영웅이의 모습에 눈을 잠시도 떼지 못하고 온전히 집중해서 바라보셨다.
그 순간은 18세 소녀가 되신 듯 얼굴에 미소를 띠신 채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연인을 보시는 듯 상기된 표정이셨다.
그 발그레한 모습으로 내게 한마디 하셨다.
" 요만큼만 더 앞이었으면 좋았겠다!!"
S석이라 무대에서 좀 떨어졌기에 영웅이 얼굴이 잘 안 보이는 게 서운하셨던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무조건 VIP 자리로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려 한다. 그래서 티켓 오픈 시간이 되면 나와 우리 아이들은 모두 티켓팅에 집중한다.
그런데 로그인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대기자수.....
번번이 실패하여 그 이후로 한 번도 성공을 못했다.
이번 11.30일에 티빙에서 임영웅 전국투어 마지막 공연인 서울 콘서트를 실시간 송출해준다고 한다.
현장 관람이 어려운 팬들을 위한 배려로 엄마는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리신다.
엄마집에 넷플릭스만 가입된 상태라 주말에 가서 티빙을 가입해드려야 한다.
콘서트 보실 생각에 들떠 계신 엄마를 보면 참으로 귀여우시다. 엄마는 한동안 더 행복하실 것 같다.
과거의 엄마도 그때 엄마가 하실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기에, 엄마의 남은 삶도 지금 하실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누리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늘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은 ' 지금 행복하기 '이다.
(예전에 엄마랑 간 콘서트에서 우연히 만난 동료들 일부러 내자리까지 와서 엄마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겨 주셨다. 덕분에 마음이 온통 축제였다!!)
내 삶의 첫 문장은 주어진다.
단, 접속사 뒤에 이어지는 문장이
행복으로 향할지, 불행으로 향할지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주 1)
엄마는 본인의 처한 상황에 매우 우울하셨으나, 지금은 '우리 영웅이'의 노래와 춤으로 웃는 삶을 살고 계시다.
과거의 후회 보다 현재를 수용하고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으신 것이다.
엄마를 웃고 설레게 해 주시는 임영웅 님께 감사드린다.
주 1) 삶의 모든 순간은 나를 위해 찾아온다. 리인. 건율원
사진. ko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