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맞는다?

우리 동네 놀러 온 아리!

by 버들s

"나는 샘이랑 잘 맞아"

오늘 점심으로 '어죽'을 먹으러 가는 동료에게 들은 말이다.




'어죽'을 파는 식당은 울 회사에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회사와 거리가 있기에 점심으로 먹고자 하면 빠른 걸음으로 가야 한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딱 좋은 메뉴로 조금 늦어지면 손님이 많아 점심으로 못 먹을 수 있다.


30년 노하우로 만들어주신 이 '어죽'을 먹어보면 처음 먹어본 사람도, '어죽'을 안 먹던 사람도 다 좋아하는 된다.

나도 처음에 '어죽'이라 생선죽 정도로 생각해 내키지 않았었다. 그러다 동료들 손에 이끌려 맛을 본 이후로 특별한 날에 동료들과 함께 가게 되는 애정하는 식당이 되었다.


어죽을 주문하면 다양한 민물생선을 간 육수에 야채와 국수가 적당히 익어서 나온다.

공깃밥은 서비스로 제공되고, 수제비 반죽과 라면이 무한리필이다.

그래서 함께 간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다른 맛의 어죽을 먹게 된다.

'수제비파', '라면파', '수제비&라면파'


라면과 수제비를 다 먹고 나면 또 두 스타일로 나뉜다.

서비스로 제공된 밥으로 남은 어죽 국물에 볶음밥을 만들어 먹거나, 면으로 배를 채워 볶음밥을 먹지 않는 경우다.


볶음밥에 진심인 나는 '수제비&라면'을 다 넣는다.

원래 수제비를 좋아하여 '수제비'만 넣었는데 '라면'을 넣은 국물과 넣지 않는 국물에 밥을 볶았을 때 볶음밥 맛이 달라짐을 확인한 후부터 라면도 꼭 넣는다.


오늘 동료가 '나랑 잘 맞는다'는 말은 내가 만든 어죽 볶음밥을 이 동료가 좋아해서 한 말이다.


나만의 어죽 볶음밥 필살기는 두 가지다.

첫째는, 남은 어죽 국물에 밥을 넣고 국자로 그냥 휘젓는 듯이 힘없이 볶지 않는다.

국자등으로 밥을 꾹꾹 눌러 으깨가며 천천히 볶는데, 양이 많을 때는 힘을 더 쓰기위해 서서 볶기도 한다.

둘째는, 어죽에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를 가위로 최대한 작게 잘라 어죽 국물에 넣고 함께 정성껏 볶는 것이다.


어밥(국물밥)이 아닌 씹히는 맛이 있는 진정한 어죽을 만들어서 먹는 것이다.

맛을 본 동료들이 만족하기에 나는 매번 어죽 담당이다.



동료의 '나랑 잘 맞아요' 소리를 들으니 음식을 먹을 때 '잘 맞아 vs 안 맞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왜냐하면 최근 모임에서 들었던 친구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다른 건 몰라도 남편과 먹는 궁합은 잘 맞는다고 했다.

이유는 치킨 먹을 때 자기는 다리를 좋아하는데 친정에서는 부모님이나 동생들 때문에 닭다리를 맘 편히 먹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은 닭다리 보다 자기가 잘 안 먹는 뻑뻑한 가슴살을 좋아해서 치킨을 시키면 닭다리 두 개를 다 본인이 먹기 때문에 잘 맞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회를 먹으러 갈 때도 남편이 회보다 함께 나오는 곁들임 음식들을 더 좋아하여 본인이 회를 많이 먹는다며 음식 궁합이 잘 맞는다고 했다


보통 입맛이 같아야 잘 맞는다고 표현하는데 그 친구 말을 듣다 보니 자신과 다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을 본인과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회사 점심시간에 우린 세파로 나뉜다.

'구내식당파, 외식파, 도시락파'이다.


나는 외식파이다.

나는 구내식당도 좋아한다. 내가 안 한 음식은 다 맛있다.

그런데 점심시간을 주로 함께 하는 동료 둘이 구내식당 음식을 즐겨하지 않아 함께 외식파가 되었다.


매일 셋이 무엇을 먹으러 갈지 의견을 나누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회사 근처 식당 몇 군데 정해놓고 순서대로 간다.

계속적으로 함께 외식하는 우리를 보면서 직원들이 '셋이 입맛이 잘 맞나 봐' 한다.


사실 우리 셋은 입맛이 많이 맞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서로의 입맛을 알기에 서로를 배려 하여 메뉴를 고른다.

우리에게 점심시간은 음식도 중요하지만 함께 나누는 이야기, 에너지가 좋고 힐링되는 시간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로 관심이고, 사랑이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있다.

'잘 맞는 친구, 잘 맞는 부부는 둘 중에 누군가 배려(희생)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말이다.

둘다의 배려일 수 있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 배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가?

배려를 받는 사람인가?

배려를 하는 사람인가?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나랑 맞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살펴봐야겠다.

혹시 '내가 일방적으로 배려받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진정한 공생에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

얻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자신보다 타자를 더 배려하고 사랑해야만 먼저 줄 수 있다.

시인 필립라칸이 그러한 관계의 속성을 멋지게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소중히 하고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주 1)


결국 ' 잘 맞는다는 것'은 취향의 일치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알고 인정하며 상대에게 '관심과 배려' 를 건네는 따뜻한 마음인 것이다.



주 1)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찰스 핸디. 인플루엔셜


사진. ko_choi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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