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어야 하는 것!

거름이 되는 거였어!

by 버들s

" 그런데 한가지 꼭 필요한게 있어 "

민들레가 말하면서 강아지 똥을 봤어요

"........"

"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

" 내가 거름이 되다니?"

"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중략)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꽂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있었어요(주 1)




아이야!

이 책 읽었던 것 기억나?

네가 어릴 때 즐겨보고 읽던 그림책 '강아지 똥'


시골의 어느 돌담 아래에 홀로 떨어진 강아지똥은 지나가는 참새나 흙조차 무시하는 하찮고 냄새나는 존재야

봄비가 내리던 날, 강아지 똥은 옆에 있는 민들레를 보게 돼


민들레는 자신을 부러워하는 강아지똥에게 거름이 있어야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알려주지


강아지똥은 생전 처음으로 들어보는 따뜻한 말과 세상 어디에도 쓸모없는 줄 알았던 자신이 새로운 생명을 꽃피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감격하게 돼.


강아지똥은 민들레의 바람대로 빗물을 기꺼이 받아 자신의 몸을 잘게 부수어 노란 민들레 꽃을 피우게 되지

민들레 꽃은 강아지 똥의 눈물겨운 희생을 꽃 속에 담아 더욱 노랗게 피어나.


온갖 물상들로부터 소외당하는 강아지똥을 푸근한 사랑으로 포용하는 민들에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세상의 생명이 만들어지는 원리,

생명이란 상생의 미학적인 결정인걸 나타내고 있는 거야(주 2)


너는 이 책을 무척 좋아했지?

강아지 똥,

똥이 예쁜 민들레 꽃이 되는 것!

엄마랑 밖에서 민들레 꽃을 보면 강아지 똥! 하기도 했단다.


똥!

사람들은 똥을 더럽다고 피하지만 생태계에서는 똥은 가장 이타적인 존재인 거지.

어떤 것에게는 절대적인 도움과 이익을 줄 수 있는 거름이 되는 거야.


아주 옛날에 우리는 농경사회였잖아.

그때 똥은 단순한 배설물이 아니라 땅을 살리고 곡식을 키우는 가장 귀한 비료이자 거름이었어.

그래서 "남의 집 가서 똥 누고 오면 혼난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단다.

왜냐하면 똥을 모아 밭에 거름을 줘야 하기에 집안의 재산으로 본거야.

신기하지?


똥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물이네.

사람이 외부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의 신체 활동만으로 만들어낸 인생 최초의 생산물이자 자부심!


똥은 단순한 배설물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있음을 뜻하는 첫 창조물.

땅을 기름지게 하는 거름, 비료이고 자원인거야.


버려진 쓰레기가 아니라 생명을 꽃피우는

'잠재적 자양분'


그리고 필요하다 생각되면 빗물을 기꺼이 받아

자신을 몸을 잘게 부술수 있는 용기


형체는 사라지지만 흙속으로 스며들어 식물의 뿌리를 적시고 결국 꽃과 열매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거야


단순한 버려짐이 아니라 더 큰 이익을 위한 거름으로의 전이인 거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어 꽃이 되는 존재.


엄마가 지금 다시 읽고, 보게 되니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똥은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녹여 타자에게 생명을 전하는 가장 적극적인 '도움의 상징', 이익을 주기 위한 에너지였어.


나라는 형체는 사라지지만, 그 성분. 그 본질은 민들레 뿌리로 전달되어 꽃을 피우는 결실을 맺는 거야.


자신을 없애면서까지 타인에게 이익을 주는 소리 없는 조력자였어.


똥고집!

고집 앞에 똥이 붙는다는 건 그런 거네!

당장 남에게 불편함을 줄지 모르지만, 결국 내 삶의 원칙으로 스며들어 나와 주변에 커다란 이익, 도움, 성장에 밑거름이 돼야 하는 거야


똥이 자신을 녹여 민들레를 키우듯,

우리의 고집도 나의 아집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소신'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똥고집'이 될 수 있는 거였어.


반성한다.

착각했다.

부끄럽다.

진짜 몰랐다.

그동안 엄마의 고집은 '똥고집'이 아니었어

'돌고집', '플라스틱 고집'이라고 불려야 했어


아이야!

엄마와 함께

' 진짜 똥고집 ' 한번 제대로 부려볼래?






그중 유난히 싱싱하게 피어난 민들레가 정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른 녀석들보다 꽃대가 두 배는 굵은 것 같았다.

하도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싱싱하게 솟은 민들레 새싹 밑에 개똥이 뒹굴고 있었다.


개들에게 치이고 사람에 치여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그 개똥을 정생은 전에 본 적이 있었다.

지난번 비 때문인지 겨우내 바싹 말랐던 개똥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풀어져 땅에 스미고 있었다.

덕분에 부근의 민들레가 유난히 싱싱하고 푸르렀던 것이다.


" 똥 중에서도 제일 더러운 똥이야, 개똥! " (중략)


'나는 정말 개똥처럼 더럽고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잠 못 이룬 날도 많았다.

그런데 그 쓸모없는 개똥이 민들레를 이토록 탐스럽게 피워 올린 것이다.

정생은 그날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으며 민들레를 보고 또 보았다.


그날 밤, 정생은 호롱불을 밝히고 방바닥에 엎드렸다.

책상 하나 없는 좁은 방이었다.

어른 거리는 호롱불 아래서 정생은 그 봄 내내 개똥 이야기를 원고지에 옮겼다.(중략)


머릿속에서 강아지 똥이, 강아지 똥을 빨아들여 싱싱하게 자란 민들레가 무슨 이야기를 속닥이는 것 같았다.


정생이 하는 일이라야 종 치고, 밥하고, 글 쓰는 게 전부였다.

정생은 원고지와 씨름을 했다.

하루에 원고지 서너 매를 채우는 것만 해도 정생의 몸에는 힘든 일이었다.


꼭 두 달 만에 원고지 50매짜리 이야기를 완성했다.

정생은 그 이야기에 '강아지 똥'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정생의 이야기는 쓸모없다고 세상에서 천대받는 강아지 똥을 위한 위로이자 찬가였다.(주 3)



주 1) 강아지똥. 권정생. 길벗어린이

주 2) 네이버.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강아지똥

주 3) 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정지아. 마이디어북스


사진. AI. 재미나이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3Z4R2VoCVZjnu1j7FOnxVFrJ1a5LaNKu4G7H4Q3GRHTvBsQ/viewform



월, 화,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