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은 내 지정석이었다

나만의 날개 옷

by 버들s

역할은...

세상이 마련해 주는 특별한 '지정석'이고,

세상이 선물하는 '날개 옷'이자,

세상이 지시한 '의지적 언행'이야.


그러니까, 너는 세상이 '선물한 옷'을 입은 자리에서,

의지를 갖고 말하고 행동하면 되는 것이야.

역할은 너를 단단하고 바람직하게 바꿔줄 거야.(...)


역할은 '힘의 분배'가 중요해

엄마가 깨달은 건 내 역할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전체의 부분'으로써 역할을 바라봐야 하는 거였어.


역할을 잘 해내면 관계의 해독제가 되지만,

잘 해내지 못하면 독약이 될 수 있거든.

제대로 해내지 않은 한 사람 때문에 작게는 나와 내 주변을,

크게는 세대 간에도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니까.(...)


역할에 가치가 담기면, 너의 '현재'가 보인단다.

현재를 직시하고 부족한 능력을 키워 갈 수 있어.(주 1)





'엄마의 유산' 엄마의 편지극중 나는 위의 글 강해정(빛작) 작가님의 '역할'을 들으며 오열했다.

책을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작가님 입을 통해 진정성을 담은 목소리로 듣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찾아 읽었다.

제대로 '역할'에 대해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착한 딸, 좋은 딸,

엄마가 자랑하고 싶은 딸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게 내가 생각한 딸의 역할이고 의무였던 것이다.


결혼 후 아내, 엄마, 며느리 역할이 추가되었다.

한 번에 많은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버겁고 힘들었지만 의무감을 가지고 전투적으로 해냈다.


역할들에 균형을 잡아갈 때쯤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은 가정에서의 다른 역할이 추가된 것과 사뭇 달랐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 필요했다.


모든 역할을 그동안 내가 해왔던 만큼, 내가 원하는 만큼 해내기가 어렵고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역할과 의무에 내가 짓눌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오랜만에 맛보게 된 사회생활.

자유롭게 직장인으로의 역할만 하고 싶었던 날,

'나로서 인정받고 싶었던 날'들이 생겼다.

그 유혹이 유독 달콤한 날에는 아내, 딸, 며느리 역할을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어떤 유혹에도

그 힘들었던 날에도 놓고 싶지 않은 역할,

가장 잘 해내고 싶었던 역할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역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우선시했던 엄마의 역할이다.


그래서 엄마이기에 무조건 잘해주려고 했다.

내가 겪었던 고통을 겪게 해주고 싶지 않았고,

내가 느꼈던 아픔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았고,

웃음이 넘치는 화목한 가정 안에서 자라길 바랐다.

그렇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느끼게 해 주고, 좋은 것만 먹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지혜로운 아내가 되려고 노력했고,

착한 딸, 착한 며느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경제적 능력을 갖추어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서 노력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독립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될 날을 기다렸다.

힘들다고 생각되는 역할에서 벗어나길 희망했다.


그런데 그날, 작가님의 목소리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역할이 부담이 아니라

세상이 내게 선물해 준 '날개옷'이었다는 것을

세상이 내게 마련해 주는 특별한 '지정석'이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역할'은

나를 살게 했던 힘이었고

지금 살아가는 힘이고

앞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인 것이다.


힘들다 투정 부리지 않고

자발적인 마음으로 내 지정석에 의미와 가치를 담아보련다.


일주일을 시작하는 오늘,

내 지정석에서 날개옷을 감춰입고

세상에서 지시한 '의지적 언행'으로

잘 시작해 보련다.



주 1) 엄마의 유산 [너, 살아있니?]. '세상이 네 손에 쥐여준 황금사과' 중에서. 강해정. 건율원


사진. ko_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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