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허세를 부리고 허세를 채우고 있다.
글이 온다는 게 이런 것일까?
새벽 1시! 눈이 떠졌다.
에세이에 쓸 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간을 확인하고 그냥 외면하려 했다.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고 잠을 자려고 계속 애를 썼으나
그럴수록 구체적으로 쓸 글이 떠오르며 정신이 점점 말짱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떠오르는 글을 써놓고 잠을 자자'라는 마음으로 일어나 책상에 앉아 떠오르는 글,
에세이 목차를 쭉 작성해 보았다.
그렇게 내게 '허세'가 찾아왔다.
전날 저녁 에세이반 수업에 처음 참여했다.
기존 수강하는 분들이 계신 반에 글 쓰는 법을 배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정보 없이 들어하게 된 것이다.
목차를 써오신 작가님들과 글을 써오신 작가님들의 글을 함께 읽으며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자신만의 에세이 책을 쓰고자 하는 작가님들이 공부하는 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공저글 한 편도 버거운 상태라 나만의 에세이 책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수업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다음부터는 참여하지 않겠다'라고 마음먹으며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잠들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새벽에 에세이 목차를 받아 적게 되면서 잊고 살았던 내 삶의 '허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받아 적었다는 표현이 맞다. 줄줄~ 나왔다
어려서 딸로 부린 허세, 결혼해서 아내로, 엄마로, 결혼한 딸로, 며느리로 부렸던 허세.
사회에서 부렸던 허세들로 가득 차 있던 내 삶이 보인 것이다.
'허세'라는 렌즈로 내 삶을 보게 된 것이라고 한다.
왜 나는 '허세'라는 렌즈를 끼고 내 삶을 보게 된 걸까?
나는 살면서 '허세'가 싫었다
그래서 '허세' 부리고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빠가 부리는 '허세' 가 싫었기 때문이다.
'허세'부리는 아빠 때문에 엄마가 힘들었었고, 가정 경제가 어려워졌고, 우리는 빚에 가난에 허덕였다.
그때는 '허세'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엄마는 매번 '너네 아빠는 말만 하면 다 뻥이야, 허풍이 너무 심해'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아빠처럼 살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에 허풍을 안 부리고 살려고 노력했다.
'뻥'은 절대 치지 말자라고 다짐했던 것이다.
'아빠처럼 살지 말아야지,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라고 살면 결국 내가 싫어하던 아빠의 모습처럼, 내가 닮고 싶지 않은 엄마의 모습처럼 살아진다는 글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모델링'이 중요성에 대해 나왔던 글인 것 같다.
'~처럼 살 거예요' 하고 살면 보이는 대로 살기에 그 모습으로 살 수 있는데, '~처럼 살지 않을래요' 하고 살면 보고 따라 할 모델, 즉 '~처럼 살지 않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모르고 막연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보고 배운 데로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 글을 읽고 맞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금 '허세'의 렌즈로 나의 삶을 보게 되니 나는 아빠의 허풍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결국 엄마의 '허세'를 따라 살았던 것이다. 엄마에게도 허세가 있으셨다.
지금 나는 허세를 많이 부리지 않는다. 내가 허세를 부렸던 삶,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으로 현재 내가 살아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가 허풍이나 허세와 거리가 먼 남편과 30년 넘게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남편에게는 허세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줄여서 말한다.
남의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리고 검소하다.
남편은 미래를 낙관하지도, 이상적으로 보지 않는다.
현실에 딱 서서 현실만 살아가는 단단한 사람이다.
그런 남편이 좋아서 결혼했다. 아빠와 정 반대인 삶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진실된 남편의 모습이 좋은 나는 그 모습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말을 할 때도 사실을 말하려 애썼다. 남편이 내 감정보다는 정확한 사실에 관심이 많았기에 더 그랬다.
그러다 보니 신혼 때는 상처받고 외면당한 내 감정이 아파서 많이 울기도 했지만, 허세는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 같다.
아빠의 허풍을 보고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살면서 엄마의 허세를 은연중 보고 배우며 '허세 있는 삶'을 살았던 내가, 남편의 진실한 삶을 닮으려고 노력하게 되면서 결국 '진실된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내가 '엄마의 유산' 공저를 쓰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른의 어른'이 되고 싶은 것.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어서이다.
딸이 '엄마처럼은 살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과, '우리 엄마, 아빠처럼 살자'라고 사위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되면서 나는 내 딸이 살았으면 하는 삶을 내가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과도 딸 부부가 살았으면 하는 좋은 모습을 우리가 보여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내가 하고 싶은 취미에 시간을 쏟으며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내 생각과 정신을 단단히 하는 지혜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남편과는 딸에게 '신혼이네~'라는 말을 듣게 되는 서로 아껴주는 부부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딸이 결혼해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딸 부부가 늘 신혼처럼 아껴주고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나와 남편이 노력한 결과이고 또 계속 노력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결국 나는 나의 허세에서 벗어나 허세를 진실된 모습으로 바꾸고자 노력하며, 허세 부렸던 말에 책임을 지는 삶을 살아왔으며, 또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괜찮은 엄마처럼 보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부부처럼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또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인 것이다.
'허세'가 나를 키웠고 지금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허세'를 부리고 그 '허세'를 진실로 채우며 책임지는 하루를 살아가련다!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진실을 보고, 진실을 말하라.
진실은 구호도 아니고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의견이라고 해서 진실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진실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당신의 진실은 당신이 처한 독특한 환경에 근거하고 있다.
오로지 당신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개인적인 진실을 파악한 뒤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신중히 그리고 명확히 전달해 보라.
그러면 현재의 믿음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확실한 안전과 평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또한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주 1)
주 1)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B. 피터슨. 메이븐
사진. sj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