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허세의 가르침
나의 첫 허세!
정확히 말하면 사회에서 부린 첫 허세!
허세 부리다 된통 혼났다!!!!.
전문대를 다닌 나는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 교수님 추천으로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취업하게 되면 2학기에 학교를 못 다니고 바로 일을 나가야 되는 것이다.
빠른 취업을 위해 전문대에 입학했지만 막상 면접을 본다니 빨리 취업하는 게 싫어졌다. 그리고 사업장 위치가 공단에 있었기에 '공장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컸다.
그래도 교수님 추천이라 어쩔 수 없이 가야 되는 상황이었고, 같은 과 친구와 둘이 가는 면접이라 경험 삼아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면접에 참여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도착하니 회사가 좋아 보였다. 내가 TV에서 봐왔던, 그리고 상상했던 허름한 공장이 아니었다.
높은 건물에 깔끔하면서 크기도 넓었다.
회사 입구에 들어서면서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여기 취업하고 싶다.
여기서 근무하고 싶다는 욕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면접에 참여한 학생은 우리 포함 총 여섯 명이었다.
인근 지역의 전문대에서 각 두 명씩 온 것이다.
이 중에서 세 명이 채용되는 것이다.
막상 붙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니 다 경쟁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와는 면접 잘 봐서 함께 다니자며 서로 응원을 해주었다.
면접시간...
면접관은 네다섯 분 계셨던 것 같고 면접자는 나 혼자였다
다대일 면접인 것이다.
여러 면접관이 나를 보고 있으니 그 분위기에 눌려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었다.
여러 질문에 대답을 한 것 같다.
그러다가 정 가운데 앉아 아무 말 없이 무뚝뚝한 얼굴표정을 짓고 나를 똑바로 지켜보기만 하시던 면접관이 질문을 하셨다.
"존경하는 사람은?"
나는 전문대학을 다니는 게 창피했다.
대학교에 갈 성적이 안돼서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면서도 내 마음에 '나는 성적이 낮아서 여기 온 게 아니야, 너희들과 달라'라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학교에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고, 강의실에서도 보란 듯이 읽었다.
지적이고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맨스나 에세이를 좋아했지만 들고 다니는 책은 고전이나 스테디셀러로 제목만 봐도 다 아는 유명한 책을 일부러 가지고 다녔다.
면접 본 당시 내가 읽고 있던 책이 '펄벅의 대지'였다.
책을 읽으며 묘사된 서사에 감동받고, 그 글을 쓴 작가가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존경하는 사람은?
질문에 '엄마'가 떠올랐다. 딱히 엄마를 존경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질문을 받으니 그냥 '엄마'가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엄마'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라는 대답이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면접에 합격하고 싶다는 욕심에 '좀 괜찮은 사람, 유식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펄벅 이요"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면접관분이 "펄벅을 왜 존경해?"라고 이유를 물으셨다.
나는 읽고 있던 '대지' 책에 대에 느낀점을 얘기했다. 왜 존경하는지 다른 이유를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그 면접관이 펄벅의 사상, 하고 있는 일 등에 대해 줄줄이 말씀하시며 알고 있냐고 물으셨다.
물론, 나는 하나도 알지 못하는 것, 들어보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더욱이 말하고 묻는 뉘앙스에 부정적인 느낌이 확 풍겼다. 오죽하면 '펄벅을 싫어하시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대답을 못하고 쩔쩔매었다.
"잘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일어나 나가고 싶고, 빨리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에 존경하는 사람을 '펄벅'이라고 대답한 것이 너무 부끄럽고, 내생각을 들킨것 같아서 창피했다.
결국 '대지'를 읽고 그 작가의 글이 좋아져서 존경한다고 대답을 했을 뿐이고,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실토를 했다.
대답을 들은 그 면접관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존경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며 크게 호통을 치셨다. 선생님한테 혼나는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면접이 끝날 때쯤 호칭을 들어보니 그분이 대표님이셨다.
면접을 끝내고 나오면서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다음 면접에 들어가는 친구를 응원해 주었다.
'탈탈 털렸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실감 났다. 진짜 내가 아닌 멋부린 나, 거짓된 나를 보여주려다 들킨 것이다.
친구와 함께 돌아오면서 혼난 게 괜히 억울하고 반말로 질문한 것도 기분 나빴다.
존중받지 못한 면접이라는 생각에 '붙여줘도 안 다닌다'라고 불평을 했었는데, 감사하게도 취업이 되어 나의 첫 직장이 되었다.
그때 생각을 해보니 나의 여러 허세가 보였다.
지적여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두꺼운 고전책을 들고 다니며 '잘난척' 한 허세.
똑똑하고 유식해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펄벅'이라고 '유식한 척' 대답한 허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에 합격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자신의 대답이 잘못된 생각과 판단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우기지 않고 바로 인정하고 솔직하게 "잘 모른다"라고 대답한 부분이 진정성으로 다가갔기 때문일 것 같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잘못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그나마 내가 그 당시 허세 부린걸 들켰음에도 사회에 진입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진정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잘 모르는 사람을 존경한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허세 부리다 된 통 혼난 날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세밀하게 관찰하면
'내 의식 밑바닥이 이런 상태구나'알게 됩니다.
내가 막연히 생각해 왔던 나와
실제로 말하고 행동하는, 남이 보는 나의 차이가 크다는 걸 발견합니다
자기가 쓸데없는 고집 걸 고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자기 입장에서 그게 옳으니까 옳다고 말하는 겁니다.
자기가 색깔 있는 안경을 끼고 있다는 걸
자신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봐야 합니다.
자기가 부족해서 남 보기 부끄럽다는 건
아직도 허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잘난 체하고 짜증 내는 자기마저도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사랑해야 합니다.(주 1)
주 1) 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 정토출판
사진. sj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