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을 하다 보니...

성찰의 시간

by 버들s

방황

개미들은 먹이를 찾을 때 우왕좌왕 동서남북으로 헤매고 다니지요.

일정한 목표도 뚜렷한 규칙도 없이 그냥 방황합니다.

하지만 일단 먹이를 찾으면 곧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옵니다.

일직선으로 먹이를 들고.

방황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방황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찾고 있다는 것.

그 어지러운 곡선들은 먹이를 찾은 상상력의 흔적.

어디엔가 숨어 있을 보물을 발견하려는 탐색의 열정이지요 (주 1)




"안 피곤하냐? 그냥 더 자, 뭘 그렇게 까지 하냐~"

새벽 4시 30분! 알람 소리에 남편도 함께 눈을 뜨게 되면서 일어나는 나를 보며 하는 말이다.

나는 왜 매일 새벽,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 걸까?


엄마의 유산 공저를 준비하며 매일 글쓰기 95일.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매일 글을 쓸 수 있을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랐다.

공저를 쓰기 위해 글의 양을 늘려야 한다는 말에 무모하게 일단 도전한 것이다.

나에게 어떤 정신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단 매일의 내 모습을 돌아본 것이다.


하루는 이렇게, 하루는 저렇게 써가면서 일기장인지, 활자인지 모를 내용들을 담았던 날들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글에 내 부족한 모습, 내가 착각하며 살았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 삶을 꼼꼼히 성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찰이 뭔지 몰랐다. 나는 원래 자책을 잘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단순하게 자책만 하는 것이 아니고 성찰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어감을 느꼈다.

이리로, 저리로 동요가 잘 되던 내가 평온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오늘로써 3권의 브런치북이 완성되었다.

오늘의 나 2권, 어른이 된 아이에게 1권.


나의 정신을 남겨야 하기에 내 정신을 찾겠다고 시작했는데 결국 내 삶의 반성의 시간이 되었다.

글쓰기와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어서 가능했다.


글쓰기를 하면서 더 느꼈던 건 부족한 나의 독서량이었다. 입력은 없으면서 출력만 짜내던 시간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좋은 책을 읽는 시간을 늘려가려 한다.


이제 백일에 큰 의미가 없어졌다.

5일 남았지만 그 이후에도 하루의 기록, 글을 읽고 남기는 습관을 들여다 보련다.

매일 육체를 위한 음식을 먹듯 정신을 위한 글을 읽고 정리하련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책에서 나에게 오는 글들을 반갑게 마주하련다.




심마니의 길보다 인삼 밭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쪽이 훨씬 편할지 모릅니다.

해녀들의 물숨처럼 죽음을 걸고 고생하는 것보다

전복 양식장을 개발하는 쪽이 쉽겠지요.

하지만 나는 물숨 끝에 내쉬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혼자 헤매다가 '심봤다"라고 외치는

심마니의 소리와 같은 글을 포기할 수 없지요

(주 1)

글을 쓰다 보니 '이거구나~, 아하~ ' 하는 순간을 맛보게 되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심봤다!!' 하는 날이 오길 희망해 본다.


주 1) 이어령의 말. 이어령. 세계사


사진. ko_choi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