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하게...

by 버들s

몇 시쯤 도착하는데? 8시쯤 될 거예요!(...)

20분이나 빨리 도착했네!, 길이 안 막혔어요!!


정월대보름, 오곡밥과 나물을 챙겨 엄마집으로 출발하면서 전화를 드렸다. 보통은 집 근처 가서 연락을 드리는데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가져가기에 미리 기분 좋으시길 바라는 마음에 빨리 전화를 했다.


도착시간을 묻는 엄마에게 네비에 찍힌 도착 시간보다 20-30분 뒤로 거짓말을 했다. 미리 나와 계시다가 감기라도 걸리게 되실까 걱정되서이다.


음식을 드리고 회사로 향하면서 드는 생각, 매번 시간을 거짓으로 말하다 보면 '엄마가 내 말을 믿지 않게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닿았다. 그러면 내가 정확히 말해도 내 말이 신뢰를 잃게 되어 미리 나와 기다리시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신뢰가 가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내가 엄마에게는 너무 쉽게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비슷하게 했던 거짓말이 떠오른다.


명절 때 지방에 있는 시댁에 가려면 도로가 막혀 평소보다 2~3배 넘는 시간이 걸리곤 했다. 시어머님은 우리가 출발한 것을 알게 되시면 2시간에 한 번꼴로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 전화를 하셨기에 기다리시는 어머님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져 우리는 출발 시간을 일부러 속였다.


새벽에 출발해서 가는 중에도 어머님께는 일이 있어서 오후 늦게 출발한다고 말했고, 우리의 빠른 도착을 어머니가 만족해하신다고 느꼈기에 자주 활용했던 방법이다


어머님이 진짜 모르셨을까? 엄마의 건강이 걱정되었던 마음, 시어머님의 조바심을 줄여 들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 거짓말이 오히려 두 분께 혼란을 드리게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내 거짓말을 깊이 들여다보면 미리 나와계실 엄마가 신경 쓰여서이고, 도착할 때까지 받게 될 시어머님 전화가 귀찮았던 것이다. 결국 나를 위했던 거짓말을 두 분을 위해서라며 배려라는 포장지로 합리화한 것이며, 내 말로 두 분의 행동을 통제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족에게는 가족이기에, 상대방을 위한다는 마음에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의 말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해서 하는 말이고, 상대방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는 말인 것이다.


가족끼리 더 신뢰하고 진실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남에게 보다 더 쉽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내 아이들이 보고 자랐다는 생각에 머물렀다.


내가 부모님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운 아이들이 내게 똑같이 할 것이라는 생각에 닿으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소한 것이라 포장된 거짓말에 내가 받게 될 대가를 떠올려 본다.


나는 내 행동을 아이들에게 배려라는 이름으로 통제받고 싶지 않고 존중받는 부모가 되고 싶다. 엄마도 어머님도 그러실 것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죄송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앞으로 엄마에게는 사실대로 말할 것임을 다짐해 본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엄마가 선택하게 하고, 나는 거기에 맞게 또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각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짐작해서 배려라며 합리화하는 말로 가족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기!, 오늘 내가 얻게 된 교훈이다!!!




[ 화가 나는 이유 ]

화가 나는 이유를 잘 살펴보면 '내가 옳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있기 때문이다.

잘난 내가 보기에 다른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화가 나는 것이지요.

이런 감정은 내면에 깊이 깔려 있어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서는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옵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화를 낼 만한 상황이라는 기준 자체가 지극히 자기중심적입니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그 안에서 축적된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가치관에 따른 것이니까요.


말로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내 생각이고, 내 취향이고, 내 기준에 불과합니다.

화가 난다는 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내 분별심(판가름) 때문입니다.

사사건건 옳고 그름을 가르려는 내 습관이 내 안의 도화선(마음의 습관)에 자꾸만 불을 댕기는 겁니다. (주 1)


'내가 옳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특히 가족에게.........


주 1) 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 정토출판, 2020


사진. ko_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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