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니 알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인만큼 느끼게 된다.
알게 되니 책임감이 쌓인다.
책임감이 생기니 행동하기가 두렵다.
책임감이 생기니 말하기도 겁난다
겁나고 두려워지니 삶이 무겁다.
알게 된걸 간절하게 모르는 척하고 싶다
깨닫게 된 것을 없었던 것으로 돌리고
그냥 내가 잘해서 된 것으로,
내 노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애쓰고 살았으니 이제 '누리며 살리라' 생각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처럼 무지하게 살고 싶다.
그때처럼 가볍게 살고 싶다.
그렇게 몰랐던 그때로 돌아가고도 싶다.
가볍게 살아도 한 세상,
무겁게 살아도 한 세상,
어찌 살아도 한 세상.
내가 만들어 가는 한 세상,
하나뿐인 나의 삶이다.
책임지는 삶을 살련다!.
오잉!! 우린 우리가 스스로 잘 컸는데....
애들 잘 키웠다는 칭찬을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의 혼잣말이다!
그렇게 말했던 딸이 성인이 되어 독립하면서 엄마, 아빠의 딸이라 감사하다고 한다.
알게 된 것이다.
혼자 큰 게 아니고, 혼자 잘해서 된 게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도 알게 되었다.
딸이 가정에서 키워지고 있듯
나도 사회에서 키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잘해서 내 노력만으로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진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공장에서 일하던 분이 지금은 전문가로 일하고 계신 거잖아요!"
나는 중앙부처 기관에서 공무직으로 근무 중이다. 이번 주 신규직원 교육에 강의를 하기로 되어 있다.
생산직으로 일했던 내가 공무원을 교육하는 강사가 된것이다!
나의 첫 직업이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일이었음을 잊고 살았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키워진 것임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보듬어 주신 분, 이끌어 주신 분, 배움을 주신 분 그리고 지독한 아픔을 주신 분들이 있기에
배우고 따르며, 감사해서 노력하고, 보란 듯이 복수하고 싶어 애써왔던 삶이다.
그중에서 도움 받은 건 잊고, 내가 노력한 것만 생각했다.
받은 건 잊고 내가 애쓴것만 생각하며 잘난척했던 것이다.
받은 것들이 떠올랐다.
받은 걸 알아 버렸다.
키워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일이다.
왜냐하면 받은 것은 갚아야 하는 계산서이기 때문이다.
내가 갚지 않으면......
세상엔 공짜가 없다.
대가는 꼭 치르게 된다는 것을 살아봐서 너무나 잘 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내가 누린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 내가 받은 내 계산서는 내가 다 치러야 한다.
누리고 사는 게 아니라 돌려주며 살아야 한다. 갚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100세 인생,
중반기를 지나 하반기 시작 시점에서 알게 된 것에 감사하다.
몰랐으면 계속 계산서만 늘리고 살며,
생의 마지막 날에 내가 진정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후회할 뻔했다.
알았으니 한마디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른으로 살아야 한다.
무거운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인생의 한계에 용감하게 맞선다면, 고통의 해독제가 되어줄 삶의 목적을 갖게 된다.
심연과 자발적으로 눈을 맞춘다는 것은 삶의 어려움과 그에 딸린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짊어질 능력이 당신에게 있다는 뜻이다.
그 용기 있는 행동만으로도 당신은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깊은 안도와 확신을 느낀다.
이는 마음속 깊이 존재하는 당신의 오래된 생물적, 심리적 경보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면서 세계의 위험을 잘 파악하고 있음을 뜻한다. (주 1)
누군가 한 차원 높은 삶을 사는 데 성공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전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가 다른 만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삶을 시작하는 것은 먼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일과 같습니다.(...)
생의 이 짧은 시간을 긴 시간의 법칙, 영원의 법칙에 따라 살지 않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주 2)
나는 나의 계산서를 받아들일 것이다.
무겁다고, 힘겹다고 못 본 척 모른 척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내가 만나게 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 오늘을,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계산서를 갚는 일!
그게 앞으로의 내 삶에 목적임을 용감하게 받아들이겠다!
주 1) 질서너머, 조던 피터슨, 웅진지식하우스, 2024
주 2) 구독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오래된 미래, 2023
사진. ko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