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서 근무하는 선배가 떠올라 오랜만에 연락하였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의 과학기술의 위치에 대하여, First Mover로 움직이지 못할뿐더러, Fast Follower였던 기존의 한국 산업계의 장점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위기감을 지적하던 그였다.
미국의 핵심 첨단 기술과 중국의 제조업 패권 사이 샌드위치
그로부터 몇 년 후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과 중국의 고성능 메모리 개발과 칩 설계의 기술 내재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 위상은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다. 초거대 AI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고대역메모리 HBM (High-Bandwidth Memory) 개발의 경우는 국내에서도 1위와 2위의 위상이 바뀌는 변화가 있었다.
또한 화학 정제 업계는 중국의 제조 원가가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관계로 국내 대다수의 정제 화학 업계에는 적자의 쓰나미를 겪고 있으며 해당 기업의 모그룹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반도체, 정제 화학, 이차전지, 휴대폰, TV, 가전제품 등 기존 한국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였던 산업군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고, 많은 부분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는 현실이다.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도 전기차의 중국 공습(BYD, 상하이 모터스, 쉬아펑)으로 인하여 독일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폐쇄의 상황을 앞두고 있고, 일본의 자동차 2위와 3위 업체인 혼다와 닛산은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 바이오, 양자와 같은 핵심 첨단 기술에 있어서는 미국이 압도적인 기술을 주도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제조업의 경우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Neck Breaker (목조르기) 기술 중 80% 이상 자립화 완성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 제조업체인 ZTE에 대하여 미국 업체들의 부품과 기술 제공에 대하여 2018년 4월에 금지를 시작하는 것으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은 본격화되었다. 이후 진행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기술 고립화 정책은 2024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800개 업체가 기술 제재를 받고 있으며, 오히려 중국으로 하여금 기술 자립을 국가 주도로 추진하게 하였다. ZTE에 대한 기술 제재 직후에 중국과학원(CAS)은 당시 서양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35개의 핵심 “Neck Breaker(목조르기)”기술을 정의하였고,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4년에 29개 기술에 대하여 완전 극복했다고 발표하였다.
첨단 기술 어젠다 참여와 길목 기술 강화
그동안 제조업 강국이었던 한국의 상황판을 펼쳐 놓으면 위기감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원인 분석은 제쳐두더라도 어떻게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져가야 할 지에 대한 전략의 수립은 타산지석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미국의 패권 유지: 반도체 → 인터넷 → 모바일 → SW 플랫폼 → 인공지능 → 로봇 → 우주와 같이 미국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블루오션과 플랫폼을 만들어 가며 기술 패권을 압도적인 차이로 이끌고 있다.
일본, 스위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핵심 요소 기술과 정밀 산업의 축적된 기술을 토대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주변 국가에 핵심 부품과 첨단 제조 장비를 공급하며 산업별 전체 에코시스템에서 반드시 필요한 길목 기술을 벽을 높이 쌓아서 경쟁력을 가져가고 있다.
결국 (1) 새로운 어젠다를 시장에 던지고 끌어 갈 능력이 있는 역량과 (2) 생태계에 반드시 필요한 길목 기술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의 축적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문제점은 신규 어젠다를 앞장서서 끌고 갈 역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과 기술의 축적보다는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에 가치를 두는 문화적 고착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잘 설계해야 할 것이다.
Fast Following 회복과 길목 기술 확보
핵심 첨단 기술에서의 Fast Following도 능력이다. 인공지능의 경우 미국의 기반 기술을 토대로 한국 자체의 AI 반도체 개발과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빠르게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하여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 전환(AI Transformation)의 주도권을 유지하여야 하며, 기존 한국이 앞서던 제조업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로부터 3년 정도의 기술 갭을 지속 유지하는 것과 길목 기술의 확보에 한국의 미래가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