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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Nov 08. 2021

고흥은 새로운 발견이다

[작은 마을 여행] 고흥 내나로도

여행의 테마를 “과학과 역사”로 잡고,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 목적지는 나로도 우주센터가 있는 고흥으로 정하였는데, 고흥은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하고 교통소외지역이어서 서울에서는 큰맘 먹지 않으면 가기 힘들다.


서울에서 순천까지는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4시간 만에 도착하고, 순천에서 한상 가득한 전라도 한정식을 점심으로 먹고, 고흥으로 1시간 반을 더 가야 한다.


고흥의 내나로도에 들어서면 남해바다의 절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차 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어디인지 맞추는 게임을 하며 가고 있었다. 나는 오스트리아를 떠올렸고, 와이프는 영국, 아이에게 어딘지 묻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 데, 나는 바닷가 도로를 따라 보이는 절벽과 작은 바위섬을 보며, 이탈리아 쏘렌토 같다고 말하였는 데, 아이가 "정답. 이탈리아!"라고 외친다. 숙소로 잡은 펜션에서는 창 밖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맞은편 마복산(539미터) 에는 구름이 걸려있다. 마당에는 올해 처음 열린 석류가 열려있다.

고흥 나로도의 풍경


둘째 날 강진에 있는 다산 초당과 보성의 김구 은거지를 다녀올지 고민하였는 데, 강진에 다녀오는 것은 너무 멀어, 서울 올라가는 길에 보성을 가기로 하고, 오늘은 고흥 자체를 즐기기로 하였다.


대신 고흥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를 찾아가기로 하였다. 이순신이 36살 되는 1580년에 수군의 장군 (종4품인 수군만호)으로 첫 부임하였다는 발포에 있는 작은 충무사에 다녀왔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이순신은 여수에서의 전라좌수영일 때, 수군으로서 첫 부임지였던 발포와 흥양(흥양은 고흥의 옛 이름이다.)에 대한 애정이 여러 번 드러난다. 고흥의 발포에 있는 충무사는 작기도 하고 알려지지 않아서, 방문자는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이순신이 수군만호로 일할 당시, 전라좌수사가 거문고를 만들고자 흥양의 오동나무를 베어올 것을 요청했는 데, 이순신은 오동나무는 나라의 재산이라 하며, 다른 목적으로 오동나무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1582년에 서익의 거짓 보고로, 수군만호에서 1년 6개월 만에 파직되어, 종8품 훈련원으로 강등되었고, 이후 함경도 여진족 토벌을 할 때 백의종군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내나로도에 들어서면 이 표지가 있다.

셋째 날 우주과학관으로 향했다. 영국 리차드 브랜슨과 미국의 제프 베이조스가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고도 86km, 103km)을 한 탓인지, 우주 과학관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관람객으로 가득하였다. 우주 개발의 역사, 소련의 스프트니크(1957년 10월), 미국의 아폴로 11호(1969년)의 달 착륙, 태양계의 경계를 넘어 인터스텔라 항해하고 있는 보이져 1, 2호(1977년 8월) 그리고, 뒤늦지만, 한국의 우주로켓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VR, 홀로그램으로 조종석, 관제센터, 우주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우주의 팽창을 상징하는 호버만의 구는 인상적이었다. 호버만(Chuck Hoberman, 장치 예술가이자 기계공학자)은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기계장치(make bigger thing become smaller)를 고안하였다. 한국은 세계 7대 우주 강국이 되려는 꿈을 꾸고 있다. 2021년 10월에 한국은 누리호를 발사하였다.

                                                            

우주 윤리(Space Ethics)

1. 우주 활동은 만국의 이익을 위해 행해지며 전 인류가 인정하는 활동분야이다.

2. 우주공간과 천체는 각국이 차별없이 평등하게 국제법에 따라 자유롭게 탐사하고 이용할 수 있다.

3. 우주공간과 천체는 인류의 공유물로써 어떤 국가도 영유권, 소유권 기타 일체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4. 우주활동은 국제협력과 상호협력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5. 타국의 대응하는 이익에 타당한 배려와 함께 행해져야 한다.


마지막 날 보성을 들르게 되었다. 김구가 일본 군인을 죽인 것으로 인천 감옥에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는 데, 3년 만에 탈옥을 하게 된다. 김구는 1898년 탈옥 후, 남도를 떠돌며 은거 생활을 오랫동안 하였는 데, 보성에서 40일을 김두호라는 이름으로 은닉하게 된다. 작은 동네 구석에 위치하였는 데, 오늘 방문자는 역시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김구의 흔적을 더 따라가 보기 위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공주의 마곡사를 들렀다. 김 구는 1898년 은닉 생활 중 마곡사에 들러 원종 스님으로 탈속하여 스님이 되었다. 김구가 머물던 암자와 그가 걷던 산책길이 남아 있다. 이후 김구는 기독교로 개종하여 항일 운동을 펼친다.

 

김구의 은거기념관 (실재 은거지는 건너편 집)

마곡사에서 서울로 향할려니 퇴근길이 겹친다. 서울 가는 길에 아산 현충사에 들른다. 이순신 장군을 모신 현충사는 조신시대 임금을 모신 그 어떤 사당보다 큰 규모로 되어 있어 깜짝 놀라게 된다.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보다 더 큰 규모이다. 국민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영웅을 더욱 부각하려는 위정자의 모습이 느껴진다. (박정희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우리가 현충사를 방문하였을 때는 완연한 여름이라, 백일홍으로 알려진 배롱나무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온도가 30도를 넘고 오후 5시에 가까워서인지, 이 넓은 현충사에 우리 가족 말고 거의 사람이 없다.


고흥에 잠시 휴가로 있는 동안, 월요일 아침부터 회사에서 코로나 확진자 소식이 들려온다. 결국에 우리는 코로나 검사 위해 고흥 보건소를 다녀오고, 예약 걸어둔 잔여백신도 연락이 와서 접종하게 되었다.  


고흥은 새로운 발견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500미터가 넘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금도 우주센터와 과학관이 있긴 하지만, 교통소외지역을 개선하는 인프라와 새롭게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추가로 만들어져야, 고흥은 과학과 휴양의 새로운 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은 나만의 장소로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역사와 과학을 둘러보는 여행을 추천한다. 벌써 내년 여름 일정을 세워 본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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