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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Dec 31. 2021

니스 공항에서의 초조함

[작은 마을 여행] 프랑스 니스

여행을 하다 보면 긴장되고 초조한 순간들이 있다. 이륙 직전의 비행기에서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비상탈출을 하였고, 식당에서 20분 정도 운전한 뒤에 여권과 지갑을 놓고 온 것을 알고, 식당까지 뛰어가 찾기도 하고, 폭우와 폭설로 공항에서 밤을 지새운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여행 중 가장 초조하고 긴장되었던 순간은 비행기 취소와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가 아니다. 


가장 초조한 때는 약속 시간을 정하고 낯선 곳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로 하였을 때일 것이다. 내게도 여행을 하며 가장 초조했던 순간은 프랑스 니스의 공항 입국장에서 그녀가 올 지 확신을 하지 못한 채, 마냥 기다리고 있었을 때다. 만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우리는 당시로서는 과감하게도 함께 가는 첫 여행을 해외에 가기로 하였다. 마침 나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흔한 제주도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아, 비행기를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는 학회로 일주일 먼저 이탈리아로 출발하고, 그녀에게 비행기 티켓을 건네주며, 프랑스 니스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그녀는 가장 가 보고 싶은 곳이 프랑스라고 하였고, 아주르 색깔의 지중해를 보고 싶다고 한다. 프랑스 남쪽의 니스에서 만나 파리로 움직일 계획이었다. 그때는 국제전화는 엄두도 못 내었고, 따로 메신저가 있지도 않아 일주일간 이메일로만 안부를 묻을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에서의 일주일 간의 학회가 끝나고 토요일 아침 밀라노에서 니스로 가는 기차를 탔다. 낮에 네그레스코 호텔 앞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그녀의 도착 시간이 되어 니스 공항으로 서둘러 갔다. 


비행편의 예정 도착 시간보다 40분 정도 지난 것 같다. 입국장의 문 밖에 서 있으며 머릿속은 별 생각이다. 해외여행은 처음이라는 데, 혹시 출발 못 한 건가? 처음 타는 비행기는 잘 탔을까? 10시간을 어떻게 보내었을지. 파리 샤를 드고르 공항에서 트랜짓이 쉽지 않을 텐데.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은 온통 초조함과 걱정뿐이다. 파리에서 니스로 오는 비행기는 왜 이리 많은지, 비행기 착륙을 알리고 입국장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한 명 한 명 얼굴을 맞추어 본다. 


커다란 유리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백 번도 더 했을까? 유난히 환한 얼굴이 들어온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에 피곤함의 기색도 없다. 15시간을 걸려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고 너스레를 한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프랑스어로 옆 자리 승객과 한 시간을 이야기하고 왔다고 자랑을 한다. 나는 초조했던 마음을 쓸어내리며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맞장구를 쳐준다. 


마티스 미술관에서 샤갈 미술관으로 향해 걷던 시미에(Cimiez) 언덕길과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니스 시내와 파란색 지중해가 지금도 선명하다. 


지금까지 거실에 걸려 있는 마티즈와 샤갈의 레플리카 두 점을 볼 때마다 풋풋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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