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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Jul 03. 2022

당신은 선생님이 아니다.
그의 인질이다.

[일상의 대화] 소통의 어려움 Take 2

학교와 직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를 한 가지 꼽으라고 하면, 선생님으로서 리더로서 학생과 직원과의 소통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공감하고 함께 행동을 하는 소통을 할 수 있을까?


개미를 무서워하는 아이

어린 아이가 걸어가다가 개미를 보고는 무서워한다. 아이가 겁을 먹고 길바닥에서 울고 있는 데 어떻게 하나요? 개미는 작은 곤충이니 무섭지 않으니, 울지 말라고 다그치나요? 그랬더니 아이는 개미를 계속 무서워했어요.

다음번에 다시 울길래, “왜 무섭니?” 개미가 물까 봐 그런다고 하네요. 개미를 손바닥 위에 올리고 손을 타고 올라오게 했어요. “안 물어, 너도 해 봐.”아이가 잠시 머뭇대더니 따라 하더라고요. 이렇게 아이의 마음으로 인질이 되었어요.


내 마음속의 나

TV 프로그램 하나를 보고 또 보고 다시 본다. 상담 예능 프로그램에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나왔고 ‘선생님이 물어보는 대로 답하면 솔루션을 주겠지’하고 나왔다. 그런데 남자 앞의 박사는 오늘은 의사도 선생님도 아니었다. 박사는 남자에게 “내 마음속의 나”로 다가왔다. 남자의 고민이 절로 끄집어 내지길 기다리고 들어주고 왜 이런 고민이 시작되었는 지를 같이 되짚어 주었다. 박사는 문제를 지적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았고 해결책을 강요하지 않았다. 남자는 오늘 그 앞에서 무장해제되어 펑펑 울고 있다.


선생님인가? 가치의 소비자인가? 아니면 그의 인질인가?

새롭게 만나러 가고 있다. 오늘 그를 만나서 무엇을 이야기할까? 소통은 결국 지금까지 하던 방식과는 다른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 당신은 선생님인가? 가치의 소비자인가? 아니면 그의 인질인가? 지금까지의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대화를 할 때 선생님이었다. 스스로 지식을 자랑하고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자만하기에 상담의 대화에 참여한다. 그에게 “문제가 무엇인가요?” 묻거나 또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일부만 관찰한 것으로 지레짐작 그에게 문제를 알았으니,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하였다. 그의 (굴복하여 억지로 말하는) 고맙다는 말이 진심인 줄 알고 우쭐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바뀌지 않았고 당신 역시 ‘사람은 바뀌지 않아!’라며 선생님 인양 이어갔다.


가치의 소비자

때로는 대화의 시간을 그 안에서 가치를 뽑아내고자 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워렌 버핏과의 점심을 같이 하는 것에 누군가 1900만 달러 (246억원)를 지불한다고 한 것처럼, 사람을 만날 때 그와 공통되는 이해관계에 대한 대화를 하기 위해 큰 돈을 지불하는 것을 상상하였다. 대화를 시뮬레이션하고 상상으로 지불하는 돈에 해당하는 만큼 가치를 끌어내 보고자 미리 질문을 준비하였고 그의 살아온 배경과 책과 미디어를 먼저 살피었다.

효과는 작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경제, 역사, 컨설팅, 기술, 일하는 법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질문을 정리하면서 스스로 답을 미리 생각하게 된다. 상상으로 지불하고자 했던 가치의 일부를 선물로 건네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당신이 배우는 사람의 입장일 때에 한해서다.


어려운 소통을 마주한다.

그러나 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때는 지식을 자랑하는 것도, 그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스스로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으로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방이 꽉 막혀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그 앞에서는, 내가 제 아무리 선생님이 되고 의사가 되고 큰 비용을 지불하여도 대화는 진전되지 않고 서로의 변화가 없이 찝찝함만 남는다.


오늘 나는 당신의 인질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의 인질이 된다. 그가 요구하는 엄청난 금액과 희생을 지불하지 않고 우리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그와 우리는 운명 공동체이다. 그는 이 상황을 왜 만들었을까? 무엇이 힘들게 했는지 그가 말문을 트기를 기다린다. “나 역시 이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그의 말을 듣고 공감하고 같이 곁에 있어주고, 인질범과 그의 포로의 관계가 아니라, 자식과 부모, 또는 친구로 거듭나야 한다.


오늘 나는 당신의 인질입니다. 어려움을 헤쳐가고 함께 걸어 나갈 것입니다. 그의 인질로 시작하여 선생님이 되고 의사가 되고, 그리고 다시 그의 포로가 되어 함께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하였던 선생님 연기를 그만두는 연습을 한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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