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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Jul 03. 2022

우주를 마주하기 위해 소중한 것을 건네었다

[일상의 대화] 소통의 어려움 Take 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군집 생활을 통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자연스럽고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서로의 안부와 지나간 공통의 날들을 추억하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어릴 적 학창 시절의 친구와의 만남에는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처음 만나는 사람, 계약 관계의 사람, 만남에서 자리에서 지식과 지혜를 얻거나 스스로를 어필해야 하는 경우는 참 어색하다. 무슨 말을 하여야 할까?


전문가와의 대화를 위해 내 소중한 것을 건네었다.

온앤온(on and on)이라고 불리는 전문가와의 일대일 미팅이 2주 전부터 잡혀 있다. 특별히 고민도 없는 데, 무슨 이야기를 할까?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무슨 말을 할지 안 떠오른다.

만남을 피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할까? 하루 뒤의 만남을 갖기 전에 대화 주제를 생각하는 30분의 시간을 할애해 보았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그에게 미리 건네었다.

‘사람아, 아! 사람아(다이 허우잉 지음)’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심장을 꺼내어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와의 대화에 내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였다. 이런 미친! 물론 가상으로. 한 번의 대화를 위해 이미 작지 않은 돈을 지불하였다는 생각이 드니 정신이 바짝 든다.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의 대화에서 그만큼의 가치를 어떻게 얻는단 말인가?


그의 삶과 내 삶의 교차점

갑자기 대화 주제들이 떠오른다. ‘그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부터 시작해서, 그가 잘하는 것에서 내가 궁금하거나 갈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열해 본다. 우리에게는 함께 이야기할 삶의 교차점이 한두 개는 있을 것이다.

내가 궁금하고 갈망하는 것들에 적어 그에게 건네어 본다. 신기하게도 질문을 하는 과정에 나 스스로가 답을 들고 있지  않았을까를 되뇔 정도로 내일의 질문을 준비하며 답을 찾아가고 있다. 막상 내 앞의 그는 나에게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는 내 안에 있는 답을 꺼낼 수 있도록 조금씩 내 마음속을 열고 있다. 이렇게 질문 서너 개를 미리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왜 내 앞에 있는 걸까? 어떤 인생을 살아서, 굴곡과 영광을 거치는 삶이 있었는지를 그에게 묻는다.


아메리카노 두 잔 들고 그를 만나러 간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지만 무슨 말을 하여야 할지 잘 모를 때, 그에게 내 소중한 것의 일부를 떼어주자. 떠오르지 않던 대화를 시작하는 동기가 되고, 그에 대한 삶과 경험에 대하여 탐구를 하게 된다. 내 고민과 갈망을 미리 생각해보고, 내일 만날 그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그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하나의 신비한 우주를 마주하러 간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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