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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Jul 25. 2022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대화

[10년 후 더 빛나는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한여름이어서 매미 울음소리가 한창이다. 짧은 삶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나무에 오르고서는 10일 내내 울고 있다. 매미 울음소리 아래서 이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의 구절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최근 걷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그리고 몇 해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다. 4년 정도를 요양원에 계신 동안 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 당시 아버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걱정하는 것이 무얼까?를 물어보지 못했다.


최신식 건물과 공공 기관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어서 입소도 어려웠지만 서비스가 좋기로 알려진 곳이라는 것만 신경을 썼지, 거기에 들어가 계신 아버지의 마음은 전혀 헤아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항상 옷차림을 깔끔하게 입으시고 헌팅캡을 멋있게 쓰고 외출을 하시던 아버지가 집을 떠나 두세 벌의 옷과 약봉지를 지니고 요양 센터를 간다는 것이 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지를 이제야 생각하게 된다. 기억이 지워지고 말씀을 못하시게 됨에 따라 그런 대화를 시도조차 안 하였다. 아버지를 면회하러 갈 때면 그의 눈동자는 나의 움직임을 따라 따라오곤 했는 데, 그때 큰 소리로 “아버지 제 말 들리세요. 그러면 눈을 감았다 떠 보세요.”를 물어보고 눈으로라도 어려운 대화를 이어갔어야 했는 데 그러지 못했다.


죽음이 다가온다는 게 뭔지 모르는 시대이다.

의학이 발달하고 은퇴 후에 오래 살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젊어서 건강하다가 나이 들어 죽음을 맞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의 장소는 더 이상 집이 아니라 병원과 요양원이 되고 있다. 우리는 부모님 또는 가까운 가족이 죽기 전까지 죽음을 목격할 기회가 거의 없는 세대를 살고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생각을 잘 안하기도 하고, 마지막 순간에 지키고 싶은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아예 그쪽을 안 보려고 하고 있다. 세상은 모두 어떻게 잘 살 것인가? 그리고 구구팔팔이라는 말로 계속 건강하자고 외치고만 있다.


홀로 남겨진 고령과 노환

2021년부터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7%를 넘었고 매년 1%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어서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고령과 노환은 함께 나누어야 하는 여러 세대와 공동체의 책임에서, 이제는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로 변하였다. 부모와 자식이 모두 따로 살고, 사회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시로 해외로 이동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기에 고령의 부모님은 혼자 살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마지막까지 잡고 있는 삶의 주도권과 자율성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삶의 주도권과 자율성을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양원으로 가는 순간 그들은 집과 자동차를 잃고, 그때부터는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안 남게 된다.


세인트 헬렌스 화산 폭발(1980년 5월)을 앞두고 자신의 집을 절대 떠나지 않은 한 노인은 세상에 외쳤다.

“제기랄! 내 나이 이제 여든이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권리가 있는 나이라고요.”


우리는 일상에서 8가지 활동을 한다. 화장실 가기, 밥 먹기, 옷 입기, 목욕하기, 몸단장하기,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의자에서 일어나기, 그리고 매일 걷는다. 이것들 중 하나둘씩 스스로 못하게 되는 때가 시작하게 된다. 이 중 주의해야 할 순간은 걷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넘어진다면 이 뒤에 심각함이 뒤따라올 수 있다.


노인에 대한 고려 없이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생긴 요양원

요양원이 생긴 배경은 노인 환자들이 장기간 머무르다 보니 경제성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 병원들의 요청으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는 제도적으로 1954년에 병실을 비우고 가족의 부양을 덜고 노년층의 빈곤을 극복하고자 요양원을 설립하기 시작했으나, 막상 요양원 자체에서 노인들의 자기 주도적인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잘 정립하지 않았다.


노인의 삶의 주도권과 자율성을 고려하여 새로운 장치를 만들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실버타운, 반려동물을 허용하는 요양원, 가정에서의 호스피스와 같이 마지막까지도 삶의 주도권과 친구와 가족과의 컨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어려운 대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보통 세 가지이다. 가족 및 친구와의 관계를 돈독히 이어가고, 주변과 상황을 자각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유지하고, 자신의 삶이 완결됐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가족 중의 한 명이 큰 수술을 하거나 요양원에 입소하기에 앞서 좋은 마무리를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하는 어려운 대화를 하자. 언젠가 스스로에게 해당할 날도 올 것이다.


앞으로 남은 얼마의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두 가지를 이야기하자. 그것에 따라 그의 삶을 더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가족의 존엄성을 이어가기 위해서 어디쯤 멈출지 한 번은 이야기하여 보자. 마지막 순간이 되면 육체가 마비되어 스스로 일어서거나 걷지 못하고, 입으로 먹는 것과 배설에 어려움이 생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올 수 있고 부지불식간에 못 듣거나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정신적으로 기억력이 약해지며 가족을 못 알아보는 인지 불능의 순간이 오게 된다. 이것은 순차대로 그리고 복합적으로 오게 된다. 어디서 멈출 것인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져 간다. 코로나에 대한 안전 안내 문자를 지난 2년이 넘도록 받았다. 거기에 덧붙여 누군가 실종되었다는 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린다. 그러나 짜증을 내는 대신에 안타까운 생각과 함께 문자의 링크를 가끔 눌러본다. 다행히 시민의 관심과 IT 기술의 발달로 안전하게 발견하였다고 알려준다.


다시 수화기를 든다. 어머니가 걷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그리고 2~3일 함께 여행을 가자고 조른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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