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웨이브리지 Feb 04. 2023

숨어 있는 어른 김장하

[10년 후 더 빛나는 책] 줬으면 그만이지 (김주완 지음)

소명 찾기 3탄으로 올해를 시작하며 우리에게 감명을 주었던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고, 김주완 기자가 쓴 취재 스토리 “줬으면 그만이지”를 읽는다.


책을 넘기다 보니 이렇게 촌스러운 책은 처음 본다. 전혀 꾸미지 않고 사랑방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의 이야기로부터 ‘보답을 바라지 않는 베푸는 삶을 왜 시작하였을까?’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어제는 거지 관상이더니, 오늘은 정승이 될 상이다.

김장하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배휴 형제의 관상에 대한 이야기에 도달하게 되었다. 불교에서는 당나라의 배휴(791~870) 정승에 관한 이야기가 널리 전해진다.


배휴 형제는 쌍둥이로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외삼촌댁에 얹혀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이 집을 방문하여 어린 배휴 형제의 관상을 보더니 거지가 될 상이고, 형제가 이 집에 계속 있으면 집안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외삼촌에게 전한다. 이를 우연히 들은 배휴 형제는 스스로 집을 나간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들은, 거리에서 먹고 살 수 없었다.


그래서 형제는 산에 들어가 숯을 만들면서 공부를 병행하기로 하였고, 자신들이 만든 숯을 마을 사람들의 집 앞에 가져다주는 나눔을 아무도 모르게 시작하였다. 나눔을 베풀 데 자신들이 먹고 살 만한 것 이상은 바라지 않았다.


형제의 선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외삼촌은 배휴 형제를 수소문 끝에 찾아 집에 초대하였는 데, 마침 예전 스님이 외삼촌 집에 와 있었다. 스님은 배휴 형제의 관상을 보더니, “어제는 거지상이더니, 오늘 형제의 얼굴은 정승이 될 상이다.”라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작은 나눔의 실천이 형제의 운명을 바꾸었다. 이후 형은 당나라의 정승이 되었고, 동생은 황하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뱃사공이 되었다.


정승이든 평민이든 그 어느 길이든 세상에 기여하는 가치가 있는 삶이다. 가치가 있는 삶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 가치를 정의하고 창출하는 것이다.


50년간 이어진 베풂의 실천

김장하는 보답을 바라지 않는 베풂의 실천을 이십 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50년간 이어오고 있다. 오직 정치를 제외하고, 교육과 장학금 지원, 지역에서의 문화와 언론 활동 지원, 형평 운동, 그리고 여성 운동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을 이어간다.


그에게서 장학금을 받은 진주의 학생은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풀뿌리와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하여 그는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명문 학교로 만든 후 사회에 되돌려주고,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문화에 대한 지원 사업을 계속 이어갔다. 최근 문화재단마저 문을 닫고 모든 기금을 경상대학교에 기부를 한다.


김장하 복제가 이어진다.

김장하는 60년 동안 한약방을 하였다. 전문직이어서 오랫동안 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었고, 많은 돈으로 기꺼이 나눔의 삶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혹자는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 대부분은 비슷한 상황이 되더라도 그처럼 막상 못할 것이다.


그의 베풂을 받은 많은 이들은 김장하의 백분의 일, 천 분의 일을 연이어 사회에 베풂으로써, 또 하나의 김장하를 복제하고 있다.

 

현재의 자리에서 마음과 시간으로 베풂을 시작한다.

어려운 시대를 만나 계몽 운동, 독립 운동, 평등 사회 구현을 위한 인권 운동 만이 소명은 아닐 것이다. 한 회사(애플)는, “우리는 훌륭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기에 있다.”라고 그들의 소명을 말하고 있다.

“We believe that we are on the face of the earth to make great product, and that’s not changing.”

좋은 제품, 좋은 서비스를 사회에 내놓기 위해 맡은 일에 기여하는 것도 세상 사람들이 영감을 갖고 서로 교류하도록 하게 하는 베풂이 된다.


큰돈 없이도 나눔을 베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금 마주하거나 함께 하는 이들에게 얼굴빛을 환하게 하고 눈빛을 부드럽게 한 다음, 말씨를 부드럽게 전달하자.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데서 베풂이 시작된다.


북극성보다 더 빛나는 남극노인성

인생길에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향하여 나아갈 방향을 찾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유난히 어두운 남쪽 하늘에도 남극노인성이 나타난다. 남극노인성(Canopus별)은 제주도 남쪽하늘에서 2월과 3월의 저녁에 간신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남극노인성에서 이름을 따온 진주의 남성당한약방, 즉 어른 김장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우리 한 명 한 명에게 작은  서랍 하나를 열어준다.


약재를 보관하는.장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작가의 이전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