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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터 Nov 15. 2022

인수인계와 영업 사이

그러지 않아도 친구가 될 수 있을텐데

  "그 언니, 참 좋은 사람이었지. 처음에는."


  나는 가끔 흐린 눈으로 흐린 웃음을 지어본다. 역시 천주교로 태어나 부처의 학교(대학교가 불교였다)를 졸업한 사람의 마음은 넓어.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이야기하곤 한다. 사람들을 많이 만난 만큼 아주 사람에 관한 인생 공부를 톡톡히 해왔다. 그런 내게는 레이더가 있다. 뒷덜미가 싸해지는 느낌. 누군가 치고 갈 것 같은 느낌. 그렇다. 이런 걸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통수 맞겠는데!

  하지만 통수는 아직 맞지 않았다. 맞을 걸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었기에 타격감도 예상보다는 적었다. 어쨌든 통수는 통수였다. 간혹 사람들 중에는 통수를 치는 게 버릇인 사람이 있다. 진심은 그게 아니더라도, 습관성 통수나 이간질이 몸에 밴 사람들 말이다. 나는 이를 두고 생존형 이간질, 모함형인간이라고 부르는데 홍삼은 이를 두고 멍청한 영업직이라고 일컬었다. 생각해보니 내게 미애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해준 것도 홍삼이었다. 그는 미애와 내가 한 살 차이가 나는 또래인데다가 당시에는 몇 없는 여자직원임을 알기에 조심히 일러주었다.

  "내가 미애를 믿지 않는 이유는 봐버렸기 때문이야."


  홍삼이 말한 사건은 현의 일이었다. 현이 억양이 서툰 직원이기에 거칠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조금 전에 하지 않았는가. 어느 날 중년의 손님은 현이 외국인인 줄 몰랐기에 거친 억양에 놀랐다.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그걸 지켜본 미애가 관리자에게 말했다.

  "무서워서 같이 일못하겠어요. 손님한테 말을 이렇게 하는 거 있죠?"

  기존 직원들에게 좋은 감정도 없을 뿐더러 자신이 데려온 직원들을 특별히 아끼던 관리자는 그길로 현이 일하는 코너로 달려갔다. 이 대화를 목격한 건 다른 직원들도 있었던 자리였다. 미애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이, 저렇게 가면 내가 이른 것 같잖아."

  홍삼은 이를 보고 생각했다. 여우같다. 멍청한 여우.

 

_


  처음 만난 미애는 순한 인상이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멀어지기도 한다. 나는 너무 빠르게 가까워지는 것들을 경계한다. 너무 빠른 호의나 지나친 호감은 목적이 있었다. 그게 좋은 목적이든 나쁜 목적이 있든 분명한 건 내게 볼일이 있다는 것이다. 미애에게 느낀 다음 인상은 그거였다. 단순한 친목을 위해? 잘모르겠다. 미애는 만난 지 30분만에 SNS를 묻는다던지 연락을 계속 준다던지 빠르게 다가오려 했었다. 급해보였다.

  그럼에도 내가 미애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건 분명 그녀는 상냥하고 알기 쉽게 일을 알려주었다. 그 점이 여전히 참 고맙다. 나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애와 적당히 잘 지내면서 더 알아가보겠다고 말을 전했다.한 사람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도 없고 나쁜 사람일 수도 없으니까 겪어봐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목덜미가 쎄한 기분을 무시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를 너무 보여주지는 않되 편견을 갖지는 말자. 그게 미애에 대한 내 태도였다.

  하지만 내 태도를 걱정스러워하는 이가 있었으니 우연이었다. 우연은 내게 말했다. 자기가 가장 도망치고 싶었던 게 미애라고. 그 말이 무섭게 미애는 우연 앞에서는 나와의 약속을, 내앞에서는 우연과의 약속을 절대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 문제는 우연과 나는 이미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쌓고 있던 우리 사이를 미애는 조금씩 의심하고 의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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