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는 또라이를 알아보는 법
"일부러 던진 거 아니니까 오해하면 안 돼요."
인삼이 안절부절못해했다. 사물함에 모자를 집어넣으려고 던진다는 것이 마침 사무실에서 쉬고 있던 우연과 내 앞에 떨어졌다. 모자에 맞은 이는 없었지만 우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인삼의 눈은 더 커졌다. 인삼은 온몸으로 오해임을 드러냈다. 인삼은 착한 사람이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그렇게 확신했다.
인삼은 곧 지점 이동을 했다. 카페 업무보다는 빵 판매 업무 위주로 들어가던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카페 업무부터 익혀야 했던 나는 처음 며칠은 인삼과 겹칠 일이 없었다. 인삼이 지점 이동을 하기 전 나와 유일하게 포지션이 겹치던 날이 있었다. 인삼을 본 지 이틀째 날이었는데 빵 판매 업무를 인수인계받아야 했다. 인삼과의 근무 전날, 미애는 말했다.
"인삼님과 근무할 때 너무 상처받지 말아요. 말을 거칠게 하거든요."
하느님은 왜 내게 쓸데없이 발휘되는 눈치와 사람을 금방 파악해버리는 재주를 주셨을까. 오, 신이시여. 미애는 내 표정을 살폈다. 나는 미애가 나를 걱정해준다는 생각(그녀는 진심으로 인삼을 싫어했던 것 같기에)과 동시에 목덜미가 싸해지는 목적성을 한 번 더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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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은 용맹한 사람 같았다. 몸을 사리기보다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물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인삼은 자기소개에 앞서 나에게 관리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나는 저 새끼 싫어. 쟤도 알아. 내가 말했거든. "
인상적이었다. 나는 또라이기질이 있는 사람들을 좋아했는데 인삼에게서 묘한 또라이기질을 느꼈다. 관리자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만큼의 시간을 아직 갖지 못했지만 적어도 인삼이 어떠한 사람인지는 깨끗하게 그려졌다. 미애의 말과 달리 인삼은 친절하고 유쾌하게 업무를 가르쳐주었다. 꼼수도 몇 가지를 알려주었는데 꼭 이런 말을 덧붙였다.
"누구에게 배웠냐고 하면 나라고 그래. 나중에 너도 이 마음을 알게 될 거야."
어쩐지 정석의 방식들은 잊히고 꼼수만 기억났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부터 업무와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까지 인삼은 내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들려주었다. 그러다가 인삼과 나는 동갑내기 친구임을 알았다. 둘 다 대학교도 N수를 거쳐서인지 사회에서 만난 동갑의 존재에 살짝 놀랐다. 그만큼 반가웠다는 이야기다. 내게 두 덩어리던 이곳에서 나는 적어도 이쪽 덩어리가 조금 더 착해 보였다. 앞에서 못할 말을 뒤에서 하지 않았으니까. 기존 직원이었던 애들은 개성이 강해서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사람들을 더 알아가야겠다.
"오늘 끝나고 회식하자."
일주일도 안된 새내기 신입사원인 내가 말했다. 인삼은 당황한 눈치 더니 큰형인 홍삼의 허락을 받고 오라고 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들에게 나는 이곳에 잘못 발을 들인 신입직원이자 이렇게 다 알려줘도 누구의 편에 설지 모를 낯선 이였다. 그저 상황이 너무 난처하니까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리라 말을 꺼낸 것뿐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대뜸 밥을 먹자니. 하지만 나는 미친 친화력의 소유자였다. '아니요'가 아닌 이상 긍정이었다. 안 그래도 이들도 언제 한 번 밥을 먹자 그러던 중이었다면서. 나는 홍삼에게 달려가 물었다.
"왜 아무도 나를 환영해주지 않아요? 오늘 술을 먹죠."
내 신입 환영회는 내가 챙긴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홍삼을 당황시켰다. 홍삼이 말을 얼버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럴 거긴 한데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는데... 어,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