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를 물어버린 것이야
“모두 해쳐모여!”
큰 오빠 홍삼이 은밀하게 외쳤다. 아니, 그러고는 홍삼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삼십대에 밥 한끼를 이렇게 먹게 만드네.”
생각해보니 홍삼이 혀를 끌끌 찼던가. 왜 여기는 전체 회식을 안하냐고 은근히 물었을 때 우리의 두 덩어리들은 반응이 떨떠름했었다. 다같이 회식 한 번 해본 적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마음이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지점의 기존 직원들끼리 술을 연신 마셔본 것 같지도 않았다. 상관 없었다. 십대 때도 안해본 유치한 약속잡기에 다름없는 회식이었지만 (물론 십대 때 술을 먹지 않았다) 내 환영회였다. 그러니까 신나야겠다.
근무가 끝나고 홍삼과 인삼, 현은 따로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우리는 각자 귀가하는 척 해쳐 모였다. 외진 골목을 지나 번화가로 나오자 술집이 즐비했다.
“그래서 뭐가 먹고 싶은데요? 본인 환영회니까 정해보세요.”
나는 간판들을 둘러보았다. 모두와 함께 술 한잔 가벼이 나눌 수 있는 곳을 찾던 내게 문득 양꼬치가 떠올랐다. 다들 먹고 싶은 게 사실 정해져있던 거 아니냐면서 이곳의 지리가 어두운 나 대신 양꼬치집으로 나를 안내했다. 단란하게 모여 앉자 갈증이 났다.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동안 새장에 갇힌 새가 된 기분이었다.
“제 멋대로 시켜보아도 될까요?”
모두 도대체 얘가 무엇을 하는 걸까. 한 번 해보라고 했다. 나는 금세 소주와 맥주를 주문했다. 술 잘 말고 잘 먹기로 유명한 학과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나에게 이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는 현 대신 잘 마시지만 과음하지 않겠다는 삼삼이들(홍삼+인삼)에게 잔을 내밀었다. 금세 잔이 비워지고 다시 잔이 채워졌다. 이번에는 사이다를 섞었다. 내가 무릎으로 밑바닥을 올려친 잔을 건넸을 때의 표정들이 즐거웠다.
“저 가고 더 재미있는 분이 들어왔네요.”
인삼이 말하자 홍삼이 놀라움 반, 겁먹은 표정 반으로 나를 보았다.
“이상한 사람이 왔네요.”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나는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모두 취해가고 있었다. 동시에 이곳의 상황에 대해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쏟아지는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나는 가만히 앞으로의 일을 예측해보았다. 희망주의자인 나의 마음 속에 튀어야겠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다만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이들이 종종 해왔다던 신생 스터디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나는 바리스타가 되려고 온 게 아닌가. 이런 패싸움이나 끼려고 온 게 아니라 정말 일하면서 성장하고 싶었다. 출근 시간 전 남몰래 하는 스터디가 있다며 그들이 귀뜸했을 때 튀어야지 생각하던 내 마음이 잠깐 혹했다. 그렇다. 그 혹했을 때가 이미 걸려든 것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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