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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YSBE Nov 02. 2017

2-3. 학생들이 학교에서 의미를 찾게 하려면?

자신의 성장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이번 장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의미를 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살펴본 학교 폭력과 교실 붕괴의 원인을 생각하면, 답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에너지가 참 많습니다. 그 에너지를 어디에든 써야 합니다. 학교에서 의미 있는 배움을 통하여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에 써야 할 에너지가 갈 곳이 없어지면, 교실 붕괴나 학교 폭력과 같은 엉뚱한 쪽으로 폭발됩니다. ‘배움’은 학생들을 죄수처럼 억지로 잡아 놓고 지식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배움’이란 학습자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학습자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배움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교육의 내용이 학습자의 실제 생활이나 필요와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학습자는 흥미와 적성이 다르고,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배움의 속도가 다릅니다. 따라서 학습자에 따라 교육의 내용과 속도가 달라져야겠지요. 학교는 이제 그러한 수요를 수용하도록 많은 시도를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개별 학습자의 수요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2000년, 2003년, 2006년 세 차례에 걸쳐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상위 성적을 낸 핀란드의 경우, 같은 4학년 아이라도 어떤 아이는 3학년과 함께 공부하고, 어떤 아이는 5학년과 함께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은 개별 진도를 나간다고 합니다. 교육과정 시간표 역시 한 반의 아이들이 이미 짜진 시간표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시간표를 유연하게 짤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각이 변하고 마음을 먹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예전과 같이 한 교실에 50명씩 수업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사 교육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에 있으며, 최근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면서 학교에서 교사 1인 당 학생 수가 줄고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제도가 미흡하고, 생각의 전환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개별화 학습을 더욱 촉진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교육계에 핫이슈로 떠오른 교육 방법 중 하나가 ‘거꾸로 학습’입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가정에서 그 지식을 복습하는 것이 공부의 정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형태의 학교는 미래 사회에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이 내려다보는 전망입니다. ‘거꾸로 학습’은 가정에서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를 통하여 지식을 습득해 옵니다. 그리고 교실에 와서 그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룹 과제를 수행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냅니다. 교사는 그러한 활동의 피드백을 해주는 역할을 하지요. 즉, 학교에서 지식 전달보다는 지식의 활용과 가공을 가르치는 것이죠.

  현재 거꾸로 학습은 교실 전체에게 같은 강의를 듣고, 같은 주제로 토의나 토론을 하게 하는 단체 학습으로 실시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꾸로 학습의 방법을 접한 순간, 개별화 학습에도 유용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교사가 학급의 모든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인터넷 강의로는 가능합니다. 인터넷 강의로 학생들은 개별 진도를 나갈 수 있고, 교사들은 지식 전수보다 더 중요한 지식을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학생들에게 지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필요한 지식을 구성해 본다면 모두 제각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능력도 있습니다. 1997년 OECD에서는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s) Project’를 수행하여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을 세 가지로 정의했습니다. ‘도구의 지적 활용 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자율적 행동 능력’이 바로 그 세 가지 핵심 역량입니다. 이제 그 세 가지 핵심 역량은 더 이상 미래의 핵심 역량이 아닌 현대 사회의 핵심 역량이 되었죠.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도 DeSeCo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6가지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바람직한 교육과정은 ‘지식’에 대한 것이 아닌 ‘역량’에 대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6가지 핵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제시하면서도, 중앙집권적인 지식의 전달 체계를 버리지 못하였습니다. 여전히 각 과목에서 중요한 지식들을 특정한 학년에 배우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의 내용은 여전히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만약 교육과정이 ‘핵심역량 교육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면, 교과목에 대한 절대주의적 사고는 완전히 전복되어야 합니다. 이미 짜여져 있는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학생들이 ‘자기 관리능력을 배울  있을까요? 교과서에서 가르쳐야 하는 내용을 모두 가르치려면 강의식으로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지식을 전수하기에도 바쁜 교실에서 ‘지식정보처리 능력이나 ‘창의적 사고 배울  있을까요? 음악이나 미술의 경우에도 모든 종류의 수많은 나라의 예술에 대한 내용과 표현 방법을 모두 공부하고, 체험하기에도 바쁜데 공감과 감수성 같은 ‘심미적 감성 어떻게 느껴볼  있을까요? 감성은 음미하는 데에서 나오고, 음미를 하려면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데 말이죠. 또한 입시가 중요시되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의사소통이나 ‘공동체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위와 같은 핵심역량이 키워지려면, 학생들의 가능성과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의 선택권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넘길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더 애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남이 시킨 것에 대해서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어요. 국가에서는 배울 수 있는 교과 지식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시하고, 학습의 주체인 학습자가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맞게 그 안에서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구성해 나가야 합니다. 도구의 활용능력과 의사소통능력, 자율적 행동 능력은 단지 많은 지식을 알고 있다고 높아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식을 재구성하고, 타인과 소통하면서 의미 있는 과제를 하고, 자율적으로 행동을 할 기회가 끊임없이 주어지고 연습해야만 키워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만약 학생들이 자신이 주체가 되어 교육과정을 선택하여 구성할 수 있고, 자신의 속도에 맞게 개별 진도를 나갈 수 있다면 교실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눈이 빛나게 될 것이고, 교사는 더욱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은 더 이상 대립각을 띄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학생을 억지로 잡아놓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가르치는 교사... 정말 슬프지 않습니까? 학생은 더 알기를 원하는 배움의 주체가 되고 교사는 최선을 다해 이를 돕는,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그런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가 학생들이 자신의 성장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진정한 배움터가 된다면, 학교는 더욱 의미 있는 곳이 되고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들 역시 대부분 해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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