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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서 Dec 20. 2019

6. 직원이 전부다

< 제 6 장 > 투 잡을 시작한다면

“정말이야..?”

“응 정말이야... 월세를 30프로나 올리겠대.”     


카페를 팔기로 하고 내놓은 지 한 달 쯤 지났다. 특별한 연락이 없다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매수자가 생겼다. 나이가 조금 있는 남자분 두 분이었는데, 한 주 전에 찾아오더니, 이번 주에도 왔고, 어제도 왔다. 그리고 슬슬 협상 내용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메인 디저트 레시피까지 포함하면 권리금을 얼마에 해 줄 수 있는지, 빼면 얼마까지 가능한지 디테일한 내용을 협상하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윤곽이 갖춰지자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기존에 매도를 생각한 금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자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려고 했다. 그 때 갑자기 건물주인 아주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30%는 올려서 월세를 받을 생각이에요.”

“네??? 30%요?"

 ”그래요 이동네 시세를 알아보니까 그정도 받아도 되겠더라고. 나한테 먼저 연락을 했어야 하는 거아니에요?“

 ”아니, 저희는...“

 ”됐고, 업종은 카페 아니면 받을 생각이 없어요. 30% 인상할 거니까 조건 맞춰서 알아서 잘 해봐요.“          


아주머니는 빛과 같은 속도로 월세를 30%이상 올리지 않으면 절대 임차인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카페가 아니면 받을 생각이 없으니 권리금을 깎든 뭘하든 해서 월세를 낼 수 있는 세입자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런경우가 있나... 많아도 10~20프로 정도 인상될 거라고 생각한 우리의 잘못이었다.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기 전에 건물주와 이런 얘기를 했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가게를 팔아본 경험이 없었으니까.

     

내가 카페를 차리는 사람이라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갑자기 월세가 30% 오른다면 그 장소는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분노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더니... 결국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없다. 협상도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투자한 금액도 제대로 못 받고 팔게되는 것은 아닐까, 팔리기나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뭐야 그럼 어떻게 해, 권리금 낮춰야 해?“

”주인아주머니랑 계약할 때, 계약서에 특약이 있었어. 뭐라고도 못해. 우리가 신고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대.“

”아니, 아무리 그래도 30%나 올리는게 어딨어? 그리고 바로 옆 가게도 우리랑 평수가 비슷한데 우리보다 훨씬 월세가 적다며? 그런 얘긴 또 처음듣네...“

”미치겠다...진짜 어떻게 해야하는거냐...다시 전화해서 얘기해볼까?“     


그렇게 감정을 추스르고 주인아주머니와 한 번 더 얘기를 했다. 격양된 감정은 여전했지만 다행히 30%를 올린금액에서 10만원은 깎겠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는 안된다고 했다. 이제 방법이 없다. 우리의 상황을 부동산에 전달했다. 이러이러해서 월세가 30%가까이 오르게 됐는데, 매수자 분이 그래도 카페를 양도받을 생각이 있으신지 알아봐달라고 물어봤다.     


”헐, 한 대.“

”응???“

”그래도 양도 받겠대...카페..“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진짜 될 상황이면 다 된다는 말이 실감났다. 그렇게 올린 가격에도 카페를 양도 받겠다고 한 것이다. 심지어 부동산 사장님에게 계좌를 받아서 그 날 계약금도 바로 입금했다.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렇게 열을 내고 싸우려고 했는데, 쉽게 정리가 되다니...? 한순간에 모든 상황이 정리됐다. 갑작스런 진행에 퇴근을 하고 모두 카페로 모였다. 한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계약금을 받기 전에 마지막 영업일 등 양도 기간을 상의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미 월세가 올라가 버려서 협상카드를 하나 잃었고, 매수자는 다음달 초에 바로 오픈을 하길 원했다. 이번 달 중순이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최소한 정리하는데 한 달은 있어야 한다고 다시 협상에 들어갔지만 우리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달 말로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영업종료일까지 2주가 남은 시점이었다.     


가장 급했던 것은 직원들에게 알리는 일이었다. 아르바이트생 4명과 직원 한명이 있었다. 최근에 입사를 했든 2년을 일했 건 1달도 안되는 시간에 일하던 곳이 없어진다는 말을 해야했다. 카페의 인사담당자는 나다. 내가 한 명 한 명 마주하고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모른다. 최악의 상황을 미리 그려보고, 해고예고수당까지 고려도 했다. 할 말도 미리 적어봤다. 그래도 가장 생각했던 건 직원들의 마음이었다. 갑자기 일하는 장소가 없어지게 될 그 마음을, 익숙했던 곳을 타의로 떠나야 하는 마음은 어떨지 말이다. 한 명씩 일하는 시간마다 찾아가서 일대일로 면담을 했다. 바깥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카페를 팔게된 이유, 정리할 시간을 늘리기 위해 했던 노력, 우리가 해 줄수 있는 혜택에 대해 말했다. 내가 직원이었다면 어떤 점이 궁금하고 납득이 되지 않을지를 생각하면서 얘기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괜찮아요, 다른데 구하면 돼죠. 그치만 너무 아쉬워요 언니...'라고 얘기했다. 그나마 아르바이트 자리는 많이 있으니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직원 오빠와 이야기하는 것은 달랐다. 오빠 나이에 정규직으로 다른 일할 곳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친구의 지인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았다. 가능하면 금전적으로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우리셋은 한 달치 급여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오빠와 면담을 하며 지금 마음상태가 어떤지 묻고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급여에 대한 안내와 제공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고마웠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우리 셋만으로는 이만큼 가게를 키워가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빠르게 양도가 진행되는 만큼 셋이 의사소통하는 일도 많아졌다. 마지막 영업일까지 매일 모여 상의를 했고, 바로바로 의논해서 결정했던 점이 큰 문제없이 마무리를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직원이 전부다 (http://watercoolernewsletter.com)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해 왔던 일들을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사람도 남기고, 업적도 남길 수 있다. 우리는 직원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정리할 때도 직원들을 먼저 챙겼다. 그 결과, 모두 카페의 사정을 잘 이해해 주었고, 영업이 종료되는 날까지 평소처럼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 해 주었다. 일로 힘든 것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상하는 일이 서로를 더 힘들게 한다. 마음 상하는 일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우리 셋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거다.  일의 시작에도, 끝에도 사람이 전부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우리는 카페를 팔았다. 30개월 동안 운영한 카페는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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