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 장 > 투 잡을 시작한다면
“오늘 왜이렇게 사람이 없지?”
“그러게 주말이라 그런가 너무 손님이 없네...”
“그럼 직원들 조금 일찍 보내는 건 어때?”
“알았어 내가 연락할게.”
금요일 10시.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9시부터 손님이 뚝 끊기자 1시간 내내 한 명의 손님도 들어오지 않았다. 2명의 알바생은 이미 뒷정리까지 완벽하게 해두고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10시 이후에는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청소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는데, 이미 청소도 다 했으니 일찍 퇴근시키려고 은주와 얘기를 나눴다.
10시 30분이 되자 두명의 알바생이 갑자기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둘은 카페의 불을 끄고 문을 닫고 퇴근을 했다. ‘은주가 30분에 가라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르릉'
“애들 네가 가라고 한거야?”
“응? 난 너가 30분에 가라고 한 줄 알았는데?”
“나 아직 얘기도 안했어. 해도 45분쯤 퇴근하라고 하려고 했지.”
“그래? 그럼 뭐야 애들 그냥 간거야?”
알고보니 은주가 얘기도 하기 전에 둘이 상의해서 먼저 카페 문을 닫아버린 것이었다. 너무 황당했다. 카페 마감시간은 11시라고 써있는데, 사장들도 먼저 가라고 얘기를 안한 상태에서 알바 두 명이 가게 문을 닫아버린거다. 심각한 일이었다.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은주가 한가지 더 기가막힌 이야기를 했다. 두 명의 알바생 중 한 명의 친구들이 낮에 왔다 갔다는 것이다. '그게 왜?' 라고 물었더니 친구들이 먹은 음료는 계산을 안한 것 같다고 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믿고 싶지도 않았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그 다음날 포스의 계산내역과 cctv를 확인했다. 하지만... 정말 친구들이 방문한 시간에는 디저트 계산내역만 있고, 음료 4잔의 금액이 모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찾아봐도 4명의 손님이 주문한 내역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일했던 알바생 중에 가장 믿었던 알바생이었다. 직원이 되고 싶어했고, 일하는 시간도 더 늘리고 싶어했다. 아직 20대 초반이긴하지만 적응력이 빠르고 인사성도 밝고 업무 능력도 뛰어나서 다들 좋아했던 직원이었다. 그런데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은 약속이고 서비스제공은 아르바이트 생의 권한이 아니다. 그 규칙을 어기고 혼자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실망감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퇴근 시간과 미결제된 내역들을 보면서 상의를 했다. 아무리 오래 일하고 우리가 좋아했던 직원이라도 이런 행동들은 신뢰를 깬 행동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앞으로 어떤 업무도 믿고 시킬 수가 없었다. 우린 해고를 결심하게 됐다.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일주일을 내내 고민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지에 대한 부분도 고용노동부에 직접 전화를 해서 확인했다. 모든 절차를 검토한 뒤 카페에서 사용할 사직서 양식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희수야 잠깐 얘기좀 할까?”
“네? 언니 알겠어요.”
평일 오후, 손님이 적은 시간에 방문해서 밖에서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얘기를 꺼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니, 처음에는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포스에 결제된 내역과 CCTV에 찍힌 사진을 보여줬다. 친구가 돈을 주려고 하는데도 받지 않는 모습이 그대로 찍혀있는 것을 보더니 그제서야 본인이 잘못한 내용을 인정했다.
차분하게 얘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너무 속상했고, 믿었던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점들을 모두 솔직하게 말했다. 앞으로 근무 시간도 늘려주려고 했고,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직원으로 고용할 것도 생각을 했었다고. 그리고 가능하면 오래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이었다고 말이다. 서운함과 아쉬운 점도 가감없이 모두 얘기했다. 죄송하다며 희수도 울기 시작했다. 둘 다 펑펑 울었다.
미결제된 내역에 대해 본인이 보상을 하고, 다음 주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사직서를 작성했다. 희수도 잘못을 인정하며 스스로 사직서를 작성했다. 희수는 남은 한 주간 마지막까지 열심히 일해주었고, 퇴사한 이후에도 편하게 연락을 해왔다. 나도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 만약, 그대로 잘못된 점만 지적하고 보상하도록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마지막 날까지 모두가 불편하지 않았을까?
몇 달 후, 비슷한 상황이 한 번 더 일어날다. 매출이 계속 낮아져서 직원을 해고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지, 직원수를 줄여야하나...”
“지금 매출 상황으로는 우리가 월급을 줄 수가 없어.”
“알았어 내가 얘기할게...”
카페를 운영하면서 적자와 흑자가 파도를 치며 반복됐다. 어느 순간에는 적자만 지속되기도 했다. 특히 주변에 핫한 새 카페들이 많이 생겼던 3년차 봄이었다. 우리는 직원을 두 명 고용하고 있었다. 타르트를 전문으로 만드는 파티쉐와 주 6일 동안 낮부터 마감 전까지 가게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매니저였다. 이 둘 덕분에 안정적으로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수익률이 저조해지면서 둘 중 한 명을 해고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직원이 잘못한 것이 없는데 해고를 통보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급여일에 급여를 제대로 줄 수 있도록 영업을 해야하는 것이 사장의 가장 큰 책임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채용을 할 때 매번 심사숙고 해서 뽑았기 때문에 직원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직접 해고통보를 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내가 했던 방법은 사전에 해고에 대한 얘기를 조금씩 꺼내는 방법이었다. 카페가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말했고, 이대로 가다간 직원들 월급주기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고, 일하는 직원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을 어느정도 짐작한 매니저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자기가 매출이 올라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결국 버티다 버티다 버틸 수 없었던 날 카페를 방문했다. 마주 앉아서 솔직하게 지금 심정들을 얘기했다. 우리 매출이 얼마나 줄어들었고, 직원을 고용하면 지불해야 할 4대 보험에, 추가 세금들까지 합하면 가게를 닫을 수도 있다고. 해고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솔직하게 모두 얘기했다. 그리고 카페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말했다.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하도록 신고하고, 아직 근무한 지 1년이 된 건 아니지만 소정의 퇴직금을 지원해주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매니저는 크게 섭섭한 기색없이 괜찮다고 했다. 본인도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했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에 고마웠던 점들도 말했다. 어떤 일들을 잘해주어서 고마웠는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했다. 다행히 마음이 잘 전달되어 매니저도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일해주었다.
직원이 어떤이유로 퇴사하더라도 근무 마지막 날에는 카페를 방문해서 얼굴을 보거나, 전화 통화를 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카페도 일을 하는 직장이다. 시작만큼 끝맺음도 중요하다. 먼저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다가간다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는 것을 두 번의 해고를 통해 배웠다. 아쉬운 인연들이지만 좋은 기억들을 더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다. 언젠가 다시 만나도 반갑게 마주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