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 장 > 투 잡을 시작한다면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왔다. ‘누구지?’하고 받아 보니, 평일 마감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어머니였다. 직원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온 적은 처음이었다.
"여보세요?"
"아 저 지윤이 엄만데요, 아니 지윤이가 아프다는데 아르바이트를 어떻게 가겠어요. 독감에다가 열이 39도라는데."
어안이 벙벙해서,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5초 정도 시간이 지나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 그래 우리 아르바이트생이 오늘 아프다고 했었지, 갑자기 못 나온다는데 대신 일 할 사람이 없어서 미안하지만 나올 수 있냐고 물어봤었지, 그런데 어머니가 전화를 한 거구나...?’
"아 네, 그러면 오늘 푹 쉬라고 해주세요."
"아니 애가 그렇게 아프다는데, 그래도 카페를 가야겠냐고 울면서 전화가 왔어요. 아니 몸이 먼저 아닌가요?"
"네, 오늘 쉬라고 전해주세요."
"그래도 그렇지 애가 아프다는데 몸이 먼저지."
"네...알겠습니다. 오늘 푹 쉬라고 전해주세요."
푹 쉬라고 전해달라는 얘기만 세 번을 하고서야 전화가 끊겼다. 기가 막혔다. 요즘에는 지원자가 회사 면접에 떨어지면 엄마가 전화를 걸어서 우리 애가 왜 떨어졌냐고 물어본다는데, 아르바이트생도 엄마가 대신 전화를 걸어서 못 온다는 말을 한 것이다. ‘20살이 넘었다면 성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 내가 부끄러웠다. 20대가 넘어도 아직도 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선한 인상이 마음에 들어서 뽑은 직원이다. 채용 기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충분한 인재 풀에서 선택은 하지 못했지만 성실할 것 같았다. 성실함은 갖췄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윤이는 일을 시작하고 일주일 후부터 스케쥴을 바꿔 달라는 요청을 했다. 급한 일이 있겠거니 하고 흔쾌히 바꿔주었다. 하지만 한 번이 두 번이 됐고 세 번이 됐다. 예기치 못한 스케쥴 변경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돌아가면서 대타를 뛰다가 결국 시간이 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이 왔다. 대안이 없을 땐 사장이 가야한다. 당장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고 내가 일을 하러 갔다.
직원이 나오지 않으면 결국 사장이 일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나를 대신할 팀원들이 있는 것과는 다르다. 직원이 없으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회사로 치면 운영 마비다. 한 명만 일하는 시간에 무단 결석이라도 하는 날이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와야 한다. 사장이 영원히 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직원을 뽑을때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채용하기 전에 먼저 스케쥴을 짠다. 카페가 붐비는 시간대나, 손이 필요한 시간을 정하고 공고를 올린다. 그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는 지원자가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본다. 최종 합격자는 업무 시간을 확인하고 계약서를 쓴다. 그렇다면 시작 시간부터 종료 시간까지는 근로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출근 시간이 9시인데 마음대로 1시에 출근하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맡은 일을 하기로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 약속을 잘 지키는게 기본 의무다
상습적으로 스케쥴을 바꿔 달라고 했던 지윤이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직원들이 아팠다면 이렇게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번에 반차를 쓰고 쉬라고 나오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님께 전화를 받을 필요도 없었을 거다. 지윤이는 평소에도 가장 기본적인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았기에 신뢰가 생기지 않았다.
11시 마감까지 일을하면서 생각했다. 직원을 잘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사람을 쓰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해도 어머니까지 동원해서 전화했었어야 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주휴수당 주시나요?”
“야간 수당은 안 나와요?”
“응?”
또 한가지, 사장이 을이 되기 쉬운 점은 법에 관한 부분에서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듣는다면 말문이 막힐 수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누구나 쉽게 근로기준법을 볼 수 있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 본 직원들은 근로기준법을 잘 알기도 한다. 질문을 받았을 때 버벅거리거나, 대답을 못 할 경우, 혹은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기라도 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법에 적용되는 내용은 사업장의 상황마다 다르다. 답변을 검색해봐도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애매하게 써 있어서 원하는 답을 찾기도 어렵다.
먼저 직원을 뽑으면 단시간 아르바이트생도 무조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알바몬이나 알바천국과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채용했다면 전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최종합격 안내를 하고 이메일과 휴대전화로 계약서를 전송하는 방법이 가장 간편하다. 작성할 때 몇몇 항목만 잘 살피면 된다.
최저시급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고 시급을 작성한다. 약속된 근무 요일과 시간을 입력한다. 업무 내용과 장소를 적고 급여일과 통장으로 급여를 지급하는지 여부에 체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근무시간이다.
근무시간이 4시간을 넘었다면 휴게시간을 30분을 줘야 한다. 단, 30분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은 8시간에 1시간 정도 밥을 먹을 수 있는 휴게시간을 주기 때문에 그 이하의 시간은 따로 휴게시간을 주지 않는다. 근로자가 휴게시간을 원하면 무급임을 설명하고 추가하면 된다.
주휴수당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한 주에 15시간 이상 일했을 경우 1일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더 주어야 한다. 3시간씩 5일을 근무했다면 1일에 일한 시간인 3시간을 더해서 한 주의 급여를 책정해야 한다. 단, 직원이 퇴사하는 경우 마지막 주의 주휴수당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주휴수당의 의미가 연속된 근로에서 근로자의 피로회복과 건강회복 및 여가의 활용을 돕고, 다음 주에 일을 하기에 무리가 없도록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부터 일하지 않으니 마지막 근무 주에는 주휴수당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주휴수당이 부담이 된다면 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도록 근무시간을 책정하는 방법도 있다.
가게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에 대해 최소한은 알고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시 근로자 수가 몇 명인지 아는 것이다. 매장에서 하루에 일하는 직원 수의 총합이 평균적으로 5명이 되지 않는다면 5인 미만 사업장이 된다. 사장은 상시 근로자 수에서 제외되니 참고하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 있다. 연차유급휴가 규정과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 외에 추가 근무를 하게 되거나, 휴일에 나와서 일한다고 해도 약정된 시급외에 1.5배나 2배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다만 기본적으로 최저시급을 지키고, 주 15시간 이상 일한다면 주휴수당은 지급해야 한다. 해고할 때는 30일 전에 예고도 해야 한다.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하는 직원이 1년 이상 근무를 한다면 퇴직금도 지급해야 한다.
사장은 이런 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수당과 을의 입장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미리 근로기준법에 대해 설명하고 궁금한 점에 대해 편하게 물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신뢰의 기본이 되는 것은 소통이다. 사장과 직원이 소통이 잘 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면 신뢰가 쌓인다. 신뢰가 쌓이면 책임감도 높아진다. 이런 관계를 잘 쌓아가자. 직원과 사장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를 잘 맺는 것이다. 서로가 갑과 을이 아닌 동료로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