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이야기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 사티는 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독특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음악은 단순하고 미니멀하지만, 결코 즉흥적이지 않았다. 모든 음은 철저히 계산된 결과였고, 그 안에는 분명한 미학이 있었다. 그의 삶 또한 음악만큼이나 기묘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흘러갔다.
사티는 매일 아침·점심·저녁을 달걀로 해결했다고 전해진다.
하루에 삶은 달걀을 무려 30개나 먹었다고 하니, 단순한 식습관을 넘어선 집착에 가까웠다. 그는 친구들에게
“달걀은 완벽한 형태를 가진 음식이야. 둥글고 깨끗하고, 불필요한 게 없어.”라고 말하며 달걀을 예찬했다.
심지어 자신의 방에 달걀 껍데기를 전시해 두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기행이 아니라, 그가 세상을 바라보던 ‘형태의 미학’을 드러낸 상징이었을지도 모른다.
사티는 파리 외곽의 아르퀼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혼자 살았다.
그의 집에는 작은 피아노 한 대와 의자 하나, 그리고 수백 벌의 회색 양복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는 오직 회색 정장만 입고 다녔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걸어 카페로 향했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두고 “움직이는 메트로놈 같다”고 불렀다.
그의 대표작인 「짐노페디」와 「그노시엔느」를 들어보면, 화려함이나 극적인 전개는 거의 없다. 대신 조용히 반복되는 선율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가라앉고, 정화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티는
“음악은 향수처럼 은근해야 한다”
고 말했으며, 실제로 당시 파리를 지배하던 화려한 오페라와 대규모 관현악에 정면으로 맞선 반(反)낭만주의자였다.
그의 음악은 훗날 많은 작곡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다. 특히 존 케이지는 사티를 두고 “50년을 앞서간 작곡가”라며 극찬했다.
사티의 하루는 놀라울 만큼 규칙적이었다.
하루에 일곱 번 기도하고,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며, 낮 12시 27분에 일어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식사는 달걀과 와인, 때때로 커피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활 시간표를 세세히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중에는 이런 문장도 남아 있다.
“나는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며,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사티는 피카소, 장 코크토, 드뷔시 등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조용히, 자기만의 거리와 리듬을 유지하며 세상과 마주했다. 사람들은 그를 괴짜라 불렀지만, 사티 자신은 오히려
“세상이 이상하다”
고 생각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