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끝에 남은 커피 향

예술가의 커피이야기

by 레몬푸딩

크라이슬러에게 커피는
각성을 위한 음료라기보다
기억을 데우는 시간에 가까웠다.

그는 격정적으로 활을 휘두르는 연주자가 아니었다.
부드럽게, 품위 있게,
마치 말을 건네듯 선율을 이어갔다.

비엔나의 카페,
창밖으로 마차가 지나가고
안에서는 낮은 목소리의 대화가 흐른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잔에 담긴 진한 커피.

그는 한 모금 마시고
악보를 접었다 펼쳤다.
음표는 복잡하지 않았다.
대신 향수가 스며 있었다.


《사랑의 기쁨》은
설탕 한 스푼처럼 달콤했고,
《사랑의 슬픔》은
천천히 식어가는 커피처럼 여운이 남았다.

크라이슬러의 커피는
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를 올리는 자극이 아니라
선율을 더 부드럽게 만드는 온기였으니까.

그래서 그의 음악은
카페 문을 나서도
입안에 남은 향처럼
오래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