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이야기
낭만주의 작곡가로 잘 알려진 로베르트 슈만의 삶은 음악만큼이나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 중심에는 그의 스승과, 그 스승의 딸이 있었다.
슈만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던 이는 교육자로 명성이 높았던 프리드리히 비크였다.
비크에게는 아홉 살 된 딸 클라라 비크가 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어린 나이부터 놀라운 피아노 실력으로 ‘신동’이라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었다. 훗날 그녀는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성장한다.
그러나 슈만의 초기 연애는 다른 인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한 여성을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 알고 사랑에 빠졌지만, 실제로는 남작의 사생아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혼을 거의 앞둔 시점에서 이 진실이 밝혀지며, 그 관계는 허무하게 끝나고 만다.
그 이후 슈만의 시선은 점점 스승의 딸 클라라에게 향한다.
당시 열네 살이 된 클라라와 슈만은 음악과 감정을 통해 깊이 연결되었고, 결국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며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클라라는 이미 명성과 미래가 보장된 신동 피아니스트였고, 슈만은 가난한 무명 작곡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슈만이 과거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고 사창가를 드나들었다는 소문까지 더해지며, 비크는 그의 인품과 신뢰성 자체를 문제 삼았다.
결국 이 갈등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진다.
비크는 슈만을 ‘미성년자 유괴’ 혐의로 고소했고, 슈만 역시 맞고소로 대응했다. 승소를 위해 비크는 슈만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주장까지 펼쳤지만, 이는 근거 없는 비방에 가까웠다.
이 시기, 슈만은 클라라를 직접 만나지 못한 채 깊은 절망과 그리움 속에서 작품을 쓰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판타지 Op.17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피아노 곡이 아니라, 클라라에게 바치는 음악적 편지이자 사랑의 증거였다.
마침내 1840년, 법원은 클라라가 성년이 되면 아버지의 동의 없이도 결혼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다. 슈만은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고, 두 사람은 그해 9월 12일,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