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난 곳 없는 돌이 구른다
달덩이 같던 형태는 뭉그러지고
날카롭던 기세도 깎여나가
비슷한 행색의 부랑자들과 나뒹군다
그 사이를 채우는 차가운 썰물
이마가 달아오른 아이의 울음
세상 한켠에 모여 부대끼는 서러움
서로의 옆구리를 찌르는 딜레마
잘게 더 잘게
베어낸 굳은살을 저울에 달자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않는다
없는 갈퀴로 뭍을 향해 헤엄친다
먼 곳에서 온 인도자가 손짓한다
망각은 쉬워도 포기는 어려울 거라고
단단함보다 무름이 오래간다고
그러니 하나의 물음을 물고 늘어지지 말라고
잘그락 잘그락
부딪치지 않고 서로 기댄다
술렁거리기보다 잦아들기를 택했다
짜디짠 밤안개가 걷히면 언젠가
소명의 동이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