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엠 러브" (2009)

by 퍼즈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엔딩이다. 주인공 엠마는 아들의 친구인 요리사와 사랑에 빠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 사고로 죽는다. 아들은 엄마의 외도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아들의 죽음으로 여자는 자신의 외도를 끝까지 숨길 수도 있었지만 장례식이 끝난 당일 초라한 추리닝 차림으로 집에서 벗어난다. 여자가 집에서 나가는 장면의 연출은 숨막히도록 긴박하다. 때문에 그녀가 잠시 집에서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탈출하려는 것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여자가 느끼는 '오르가즘'이다. 오르가즘은 그녀의 삶을 변화시킨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 요리사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여자는 남자와 섹스를 할 때 뿐만 아니라 그가 해주는 음식을 먹을 때도 오르가즘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인물이다.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여자의 삶은 아름다운 성에 사는 왕비와 다름 없었다. 남자는 그런 엠마에게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삶. '우하' 수프처럼 투명하고 맑은 삶이다.


아들의 장례식이 끝난 후 여자는 남편에게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그러자 남편은 "너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어."라고 얘기한다. '엠마'라는 이름 역시 여자의 본명이 아니다. 결혼 후 남편이 붙여준 이름이다. 여자는 어느 순간 자신의 이름마저 잊어버렸다. 이 영화는 결국 결혼 후 안정적인 삶에 갇힌 여자가 끝내 그 세계를 이탈하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그 이탈의 계기가 여자의 오르가즘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성적인 깨달음보다 강력한 것은 내 몸의 떨림이라는 점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사랑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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