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권하는 피부과가 좋아요, 권하지 않는 피부과가 좋아요?
오늘의 주제는 시술, 의학적인 내용과는 조금 다른 내용입니다.
주변에서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피부과는 자꾸 뭘 권하지 않아서 좋아요."
또는 반대로 이런 이야기도 듣습니다.
"추천을 받고 싶은데, 시술을 추천 안 해줘요."
어느 이야기가 옳은 걸까요?
보통 피부과에 가면 일반적인 내과 등과는 다르게 흔히 '상담실장'이라는 사람과 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저도 환자로써 물론 가끔 다른 병원에 가는데요, 내과에서는 주로 원장님과 진료를 받게 되지만, 사전에 간단히 문진을 간호사 등과 하는 경우가 있고, 한 번은 시력교정시술을 안과에서 상담하고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상담사와 훨씬 긴 상담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피부과에 오면 원장 진료를 '아예' 보지 않는 경우나 잠시만 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실장과 상담을 더 오래 하는 경우가 많죠. 이것은 피부과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아무래도 내과보다는 상담사 (혹은 상담실장)과 더 상담을 많이 하는 게 전반적인 피부과의 진료형태입니다.
여기에 대하여 "원장 진료를 잘 못 본다."라고 분노하는 고객분이나, 거꾸로 "우리는 무조건 원장 진료를 본다."라고 자랑하는 피부과 또한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당연히 들 수 있습니다. 저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 이에 대한 가치판단 옳다, 그르다는 하지 않고 왜 이럴까에 대해 설명을 하려 합니다.
예전 피부과 치료- 여드름 치료나 아토피 등 '질환'의 치료는 내과적 치료와 닮아있습니다. 내과 치료에서는 흔히 필요한 치료와 정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예컨대 혈압이 높은 사람은 혈압을 정상 수준까지 내리는 약을 먹으면 되지 그에 더해 약을 두 배 세배 먹을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지요. 여드름 치료나 아토피 치료도 어느 정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즘 피부과 치료는 '주름, 탄력, 색소, 필러, 레이저제모' 등이 더 주된 시술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영역은 사실 '질화' 보다는 '패션'의 영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아토피, 여드름은 가만히 두면 괴롭고 치료해야 하는 것이지만, 주름살, 탄력, 색소, 털 등의 문제는 사람에 따라 개선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갔습니다. 새로 봄이 오면 예쁜 옷도 입고 싶고, 멋진 재킷도 바지도 구두도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사고 싶은데 매장 직원이
"고객님께는 이렇게 많이 필요 없습니다. 티셔츠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
저는 개인적으로 15년 넘게 피부과 진료를 하면서 많은 분들을 보았습니다. 상당히 미용에 관심이 없어 보이고 패션에도 관심이 없어 보여 그다지 시술을 권하지 않았는데, 500만 원 넘게 리프팅과 스컬트라 등을 결제하시고 그 뒤로도 꾸준히 잘 받으시는 분도 계셨고,
본인은 안 받아본 시술이 없다면서 이 시술, 저 시술 물어보시고 결국 올 때마다 보톡스만 하고 가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피부과에서 정말 '프로페셔널함'은 자신 있게, 필요한 것들을 다 설명하고,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할 때, 탄력이 떨어지면 이러이러한 시술이 있고, 못 느끼셨을 수 있지만 다크서클이 있는데 개선하고 싶다면 엑셀 V를 할 수 있으며, 모공은 이러이러한 시술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물론 이 모든 사항을 다 개선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피부 문제는 내과 문제와 달라, 순전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하시면 됩니다."
저는 그게 미용 피부과 영역에서 프로다움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레이저와 필러, 스컬트라 등을 다 구비하고 다 할 줄 아는데, 팔 옷이 없는 매장처럼 티셔츠 하나만 설명하고 마는 그런 옷가게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엇을 하는가, 어디까지 하는가는 순전히 본인의 판단입니다.
피부과 시술은 수명 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Quality of Life)'의 문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