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법칙을 달성했을까?
오늘은 시술이 아닌 강남에서 의사로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까? 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다.
아래 그림은 제가 한 개원 학회에서 개원의가 신경 써야 할 세무, 회계, 인사관리 등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 중에 있는 슬라이드로, 재미로 한번 보자.
왼쪽에는 고전적인 동네 내과의사로서의 삶을, 오른쪽에는 강남에서 성공한 피부과의사로서의 삶을 챗GPT에게 그려달라고 했다. 어떤 병의원의 원장으로 보이는 의사는 페라리 캘리포니아인 것으로 보이는 차량을 타고 다니는데 한강뷰의 집에서는 고양이와(?) 와인 한 잔을 기울이고 있다. 뭔가... 여유는 있어 보이나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GPT야 왜 고양이를 그려 넣었니?)
#강남 아파트, 의사도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강남 아파트는 의사도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건 시대에 따라 상대적인 말인데, 10여 년 전에는 삼성동 힐스테이트나 잠실 리센츠 30평형이 9~10억 원에 거래가 되고 60%까지 대출을 해주던 시대가 있었다. 이 시대에는 보통 직장인도 조금만 무리하면 강남아파트를 갭투자 등의 방법으로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잘 나가는 강남 아파트는 30평에 최소 30~60억 원을 하는 시대이고 대출도 거의 해주지 않는다.
의사 연봉이 3~4억, 개원의가 잘 벌면 1년에 세전 10억 정도를 번다고 할 때 (실제로는 봉직의와 수입이 큰 차이가 없는 개원의도 매우 많다.) 세금과 사대보험이 거의 절반적도 되는 시대고, 생활비를 쓰고 나면 1년에 잘 모아야 1억, 개원의도 잘 모아야 2~3억이다. 10년을 이상을 모아도 강남아파트를 사기 쉽지 않다.
실제로 나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 친구들도 강남에 아파트를 순수히 자력으로 구입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강남 아파트를 갭투자로 샀다. 운도 좋았고 자산관리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지 의사라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병의원 운영도 잘 된 편으로 동기들 중에서도 상당히 여유 있는 생활을 누렸고, 그동안 해온 부동산, 주식 투자도 성공적인 편이었다.
그 외에는, 먹고 싶은 레스토랑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것, 먹고 싶은 와인을 그랑크뤼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비노 4.0대 이상의 쓸만한 와인은 아무 때나 먹는 것, 해외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비교적 자유롭게 떠나 1년에 10번 이상은 비행기를 타는 것 등 일반적인 경제생활에 있어서는 100% 만족한다. 물론 슈퍼리치와는 거리가 멀고 더한 소비생활이 있겠지만 일반적인 씀씀이에서는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으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옷이든 먹을 것에 대한 욕망이나 바람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일까?
#1만 시간의 법칙, 나는 달성했나?
일단 경제적인 면에서는 나는 운이 좋게도 많은 것을 달성했다. 한강 보이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좋은 차도 다 보유하고 타고 있다. 그건 일반적인 의사의 상황은 아니고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운이 좋아야 하고 자산관리에도 관심을 가진 경우에 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일적인 면에서 만족감과 성취도는 어떠한가?
김연아나 오타니처럼 어떤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보이려면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이는 어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된 사람들은 1만 시간 이상 특정 분야에 시간을 쏟았다는 것인데, 쉽게 이야기하면 일주일에 5일 하루에 4시간씩 연습한다고 할 때, 대략 1년에 1000시간이 된다. 그렇다면 10년을 한결같이 연습하고 갈고닦아야 1만 시간이 되는 것이다.
나는 2008년에 처음 개원하여 거의 쉼 없이 15년 이상을 레이저, 리프팅, 보톡스시술을 해왔다.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간단해 보이는 레이저, 리프팅 시술도 80%까지 올리기는 쉬우나 90% 정도 이상의 수준에서는 1% 하나를 올리는 데에도 수년간의 노력이나 엄청난 집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스스로는 피부과 레이저, 리프팅, 보톡스필러 분야에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스컬트라나 필러는 특히 괴사나 혈관 막힘 부작용 1건도 없이 15년 이상 시술해 온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시술을 많이 할수록 꾸준한 시술과 공부를 통해서 항상성을 유지하고 기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매일매일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더 나아지려는 노력'이 없어지는 순간 프로페셔널은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오타니나 김연아도 그럴 테인데 하물며.
#강남에서 의사로 사는 것은 누구나 행복한가? 스트레스는?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 비즈니스를 하건 투자를 하건, 법조인을 하건 의사를 하건 누구나 잘 되거나 누구나 행복한 일 따위는 없다. 15년 이상 강남에서 피부과 진료를 하면서 주변에 필링으로 매우 유명했으나 부작용 환자 등으로 고생을 하다 자살을 한 원장님, 레이저 시술을 유명하게 하다 경영 등 스트레스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원장님, 인터넷 홍보로 초반에 엄청난 성장을 자랑했으나 정도를 지키지 않아 법적, 경영적 문제로 병원 문을 닫은 원장님 등을 무수하게 보았다.
나도 국세청에서 세무조사와 그 외 수시로 보건소 등의 쓰잘데 없고 지나치다 싶은 참견과 간섭을 받는다. 그 와중에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나는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데, 그 중요한 비결은
1. 원칙을 지키는 것
세무적으로, 의료법적으로 투명하게 하고, 고객이든 직원이든 나 자신이든 속이지 말자.
2.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과 스트레스 저항력을 키우자
일주일에 3번 이상은 피트니스를 매번 2시간가량 한다. 정말 무거운 웨이트나 숨이 찰 듯 달리기를 하면서 죽을 만큼 힘든(?) 느낌을 받으면 사실 일하면서의 스트레스 정도는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3. 나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고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
이게 말이 쉽지 까먹기 쉬운 것인데, 병의원에 열심히 일하고 성실한 멤버들이 있다는 것, 우리에게 시술을 받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써가면서 와주시는 고객들이 매일매일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보톡스 한 번을 놓든 레이저 한 번을 쏘든 정해진 시술 안에서는 최고의 결과를 주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내 주변이 행복하고 성공해야 나도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 장웅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