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우리 몸에 정말 좋을까?

가장 유명한 비타민에 대해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

by Dr장웅철

#93세까지 장수한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 비결은 비타민C?


하나도 받기 힘든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미국의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 (재미있게도 하나는 노벨 화학상, 하나는 노벨 평화상이다) 그는 비타민C의 가능성에 대하여 여러 연구에서 주장을 한 것으로 유명하며 학문과 삶의 일치(?)처럼 93세까지 장수하다 삶을 마감한다. 라이너스 폴링은 1976년 100명의 말기암 환자에 비타민C를 투여한 실험에서 평균 생존수명이 4배 증가하고 삶의 질 또한 개선되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Cameron E, Pauling L. Supplemental ascorbate in the supportive treatment of cancer: Prolongation of survival times in terminal human cancer. Proc Natl Acad Sci U S A. 1976;73(10):3685-3689. )

과연 정말일까? 이 글은 비타민C의 진실 혹은 가능성에 대하여 알아보는 글이다.

800px-Linus_Pauling_1955a.jpg 비타민C의 장수 관련성을 주장한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 노벨상과 함께 찍은 사진



#비타민C, 무엇을 하는 물질인가?


비타민C, 뭔가 단어만 들어도 상큼할 것 같고, 피부에도 좋고, 피로해소에도 좋고, 소위 '만병통치'일 것 같은 느낌의 그런 성분이다. 사실, 너무 좋다는 게 많을수록 더욱 신뢰가 안 가는 법이다. 그러나 정말 비타민C는 정말 어디까지 우리 몸에 필요하거나 도움이 될지, 그걸 과일이나 음식으로 먹는 것과 보충제로 먹는 것, 그리고 정맥주사로 맞는 방법 간에 효과 차이가 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비타민C가 어떻게 생겼을까?


tempImagejQV3oF.heic Ascrobic acid(비타민C)의 구조식




오렌지나 레몬처럼 상큼하게 생겼을 거라 기대했다면 실망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타민C는 산(acid)의 형태이다. 비타민 C는 연속적으로 두 개의 전자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세포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프리 래디칼(Free Radical)에 전자를 주어 환원시키고 비타민C 자체는 산화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프리 래디칼보다 비활성이기 때문에 독성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비타민C가 세포나 생물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는 원리다.

vitamin-c-figure-1-800px.png 비타민C가 프리래디칼을 환원시키는 원리 (출처: 오레곤 주립대 https://lpi.oregonstate.edu/)

비타민C는 수용성의 비효소성 항산화제다. 이런 원리로 비타민C는 체내에서 단백질, 지질, 핵산(DNA, RNA)을 프리래디칼과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의 손상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알려졌다.



#사람은 체내에서 비타민C를 합성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비타민C의 쓸모는?


대부분의 동물과 다르게, 영장류와 사람, 기니피그 등 몇 종만이 체내에서 스스로 비타민C를 합성하지 못한다. 이는 진화단계에서 비타민C를 만드는 DNA가 사라진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스로 만들지 않는다고 몸에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비타민C는 DNA의 메틸화(Metylation)에 영향을 미쳐 유전체의 견고함에 기여를 하며 포유동물의 수많은 효소(Enzyme)를 만드는데 보조인자(Cofactor)로 작용한다. 비타민C는 백혈구의 생성을 자극하며 면역세포들을 산화 손상(Oxidative Damage)으로부터 보호한다.


비타민C와 관계된 질환, 건강상태는 다음과 같다.


괴혈병(Scurvy)

배를 오래 타는 선원들에게서 발견되었던 대표적인 질환으로 구강 점막, 피하, 근육 등에 출혈이 일어나 혈종이 일어나며 우울증, 부종, 골절 등이 일어날 수 있다. 비타민C가 필요하다는 것을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린 것 중 하나로, 비타민C를 인공적으로 추출할 수 있던 20세기 이전에도 18세기에 영국 해군들은 오렌지, 레몬 등으로 괴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심혈관계 질환(Cardiovascular disease)

혈관의 안쪽 벽인 내피의 상태가 안 좋으면(Endothelial Dysfunction) 혈관의 안쪽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모여 혈류를 줄이게 되는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을 만든다. 심장기능 저하(Heart Failure)나 죽상경화증, 당뇨가 있는 환자에게 단기간 비타민C를 보충한 요법이 혈관내피 관련 질환을 줄였다는 연구가 있다. (Effect of vitamin C on endothelial function in health and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sed controlled trials. Atherosclerosis. 2014;235(1):9-20)


암(Cancer) 발생과 비타민C

위암의 발생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pylori) 감염은 위 분비에서 비타민C 농도를 낮춘다. (다만 거꾸로, 비타민C 보충이 위암발생률을 낮춰주는 연구는 나오지 않았다.) 676,141명에 대한 13개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분석한 결과 음식과 보충제로 함께 비타민C를 먹은 집단에서는 19%가량 대장암의 발생이 감소했다. (Intakes of vitamins A, C, and E and use of multiple vitamin supplements and risk of colon cancer: a pooled analysis of prospective cohort studies. Cancer Causes Control. 2010;21(11):1745-1757)


2형 당뇨병(Type 2 diabetes mellitus)

NIH과 미국 은퇴자 연합과 함께 한 232,007명의 참가자 실험에서 비타민C 보충제는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9%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왔으며(Multivitamins, individual vitamin and mineral supplements, and risk of diabetes among older U.S. adults. Diabetes Care. 2011;34(1):108-114), 21,831명을 12년간 관찰한 코호트 연구에서도 혈장의 높은 비타민C 수준은 당뇨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Plasma vitamin C level, fruit and vegetable consumption, and the risk of new-onset type 2 diabetes mellitus. Arch Intern Med. 2008;168(14):1493-1499)



수명 연장에 비타민C가 기여할까?

비타민C의 효과가 각종 질환에 관여한다면, 결국 최종적으로 수명 연장에는 기여할까, 아닐까? 이것에 대하여는 2가지의 큰 코호트(특정집단을 대상으로 관찰하는 연구) 연구가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한 가지 연구는 수명연장 효과가 있다고, 다른 하나는 관련성이 없다고 나왔다.

77,719명의 50~76세 남녀에게 최근 10년간 보충제를 섭취했는가를 확인하고 그 후 5년간 관찰했더니, 비타민C를 보충제로 섭취한 집단은 사망률이 낮았다. (Use of supplements of multivitamins, vitamin C, and vitamin E in relation to mortality. Am J Epidemiol. 2009;170(4):472-483)

한편, 55,543명의 50~64세 성인에게 지난 12개월간 보충제를 먹었는가를 확인하고 그 후 14년간 관찰한 연구에서 비타민C 섭취와 사망률에는 연관성이 없었다. (Micronutrient intake in relation to all-cause mortality in a prospective Danish cohort. Food Nutr Res. 2012;56.)



#비타민C,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하나?


90mg VS 2,000mg

미국 국립보건원(NIH),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 등에서는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비타민C 섭취량이 90mg이며 여성의 경우 75mg이라고 말한다.

한편, 라이너스 폴링은 이상적인 하루 비타민 섭취량은 2,000mg 정도이며 최소한 200~250mg이라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판용 비타민들을 살펴봐도 권장비타민C 섭취량의 10배가 넘는 1000mg 상품이 가장 많다. 무엇이 진실일까?

화면 캡처 2024-11-18 172119.png Amazon.com의 비타민C 베스트셀러들, 현재 시판 중인 대부분의 비타민C 보충제는 1,000mg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음식물을 통한 비타민C 섭취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다고 알려진 먹거리로 섭취 가능한 양을 알아보면 비타민C가 키위 1개(약 74g)에 약 69mg, 오렌지 1개에 65mg, 감자 1개 22mg, 토마토 1개 17mg 정도로 매일매일 과일을 열심히 먹으면 NIH기준 권장 섭취량(75~90mg)은 달성할 수 있지만 라이너스 폴링 기준(2,000mg)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결국 2,000mg 정도의 비타민을 섭취하려 한다면 음식물만으로는 섭취가 어려울 수도 있다.


NIH에서는 (젊은 비흡연자) 성인에서 하루에 400mg의 비타민C만 섭취해도 혈중에 포화상태가 되며, 약이 실제로 체내에서 작용하는 원리(약동학: Pharmacokinetics)상 충분하며 이 농도에서 심장병 등의 위험이 감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비타민 섭취량과 혈중농도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는 나이나 스트레스 등의 상태에 따라 더 많은 비타민C 섭취량이 필요하다는 결과도 보인다. 한편, 현재 시중에서 시판 중인 비타민C 보충제(Supplements)는 1회 분량이 대부분 1,000mg 혹은 그 이상을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C의 체내 농도는 어떻게 결정될까

혈장 내 비타민C의 농도는 크게 3가지- 장에서의 흡수, 조직 간 이동, 콩팥에서의 재흡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하루에 비타민C를 200~400mg을 입으로 섭취할 경우 혈장 내 비타민C의 농도는 급격히 올라 60~80μmol/L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된다. 비타민C를 한 번에 200mg 섭취하면 100% 가까이 흡수가 되지만 그 이상의 용량에서는 점차적으로 흡수율이 떨어진다. 포화상태가 되면 비타민C는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비타민C를 필요 이상으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연구들이 있는 것이다.


비타민C, 어떤 형태로 섭취해야 할까?

비타민C 보충제를 광고할 때,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혹은 어느 나라 제조인지를 부각하는 경우가 있다. 합성 또는 자연 유래 비타민의 효과가 다를까?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로는 자연 유래 비타민C와 합성 비타민C는 화학적으로 동일하며 생물학적 이용도에는 차이가 없다. (Synthetic or food-derived vitamin C--are they equally bioavailable? Nutrients. 2013;5(11):4284-4304.)



#비타민C 메가도즈(Megadose), 진실 혹은 거짓? - 과학적인 판단, 근거중심 의학은 좋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좋은 연구란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말하는 좋은 연구란 통계적으로 의미 있을 정도로 실험대상자 수와 실험방법, 결과 분석이 좋아야 하며 피험자나 실험자의 편견 등 혼란변수가 개입되지 않도록 이중맹검(양쪽 다 실험약인지 가짜약인지를 모르는 연구)등의 연구 설계가 잘 되어있어야 한다.


소위 전문가를 표방하지만 이 분야에 정말 전문가는 아닌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의 추천도 큰 반향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무려 '노벨 화학상'을 받은 라이너스 폴링 선생이 비타민C가 암치료나 생명 연장에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발표와 주장을 하자 당시 비타민C의 열풍은 대단했다.

Screen_Shot_2015-01-12_at_1.46.17_PM.0.png?quality=90&strip=all&crop=0%2C0%2C100%2C100&w=2400 감기 예방 등에 좋다는 이유로 미국사회에서 붐을 일으킨 비타민C (Oregon Newspaper, 1971)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라이너스 폴링의 연구 결과를 뒤집는 연구결과가 또 다른 저명한 의료기관의 연구자들에 의해 발표된다.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암센터의 디렉터인 찰스 모르텔(Dr. Charles G. Moertel)이 카메론과 폴링이 한 연구를 반복했으나, 가짜약(Placebo)을 준 환자들과 비타민C를 준 환자들의 생존 기간에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지만 노벨상까지 받은 세계최고의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연구 설계를 잘못하거나 과학적이지 못한 결론을 도출한 것일까?


#Linus Pauling VS Mayo Clinic


비타민C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언급했던 라이너스 폴링 대 메이요클리닉의 이야기로 마무리해 본다. 비슷한 주제의 연구지만 라이너스 폴링과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온 이유는 뭘까? 얼핏 보면 연구 설계만의 문제일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메이요클리닉 연구: 실험 대상자에게 종양의 진행 사인이 있으면 비타민C의 섭취를 바로 중지하여 평균 비타민C 치료기간은 2.5개월뿐이다. 비타민C는 경구로만 매일 10g을 투여했다.


폴링과 카메론의 연구: 비타민C를 메이요클리닉의 경우보다 환자들에게 평균적으로 더 오랜 기간 투여했으며, 경구 및 정맥주사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이용하여 비타민C를 투여했다.


폴링과 카메론의 연구는 일본의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 있다. 비록 현대 의학연구의 기준으로 보면 꼼꼼하지 못한 점이 있을 수 있어도, 내용을 조금만 뜯어보면 개인적으로는 메이요클리닉의 연구도 오히려 결론을 정해놓고 비타민C의 영향을 최소화하려 한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메이요클리닉의 방법으로는 혈장 내 비타민C 농도가 최대 200μM일 뿐이지만, 폴링의 연구처럼 비타민C를 정맥으로 투여 시에는 그보다 25배 높은 6mM 가까이 농도가 치솟는다. 결국 비타민C의 혈장 내 농도가 암세포와 작용하는 관건이라면, 메이요클리닉의 연구는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마무리는 결론적이라기보다는 여지를 두는 내용입니다. 다시 한번 정맥주사로 충분한 혈장농도의 비타민C를 투여하는 현대 의학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글 장웅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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